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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되새기는 '그날의 해방'

시민이 이끄는 '광복 70주년 기념공연'
15일 이순신광장서 우도풍물굿, 스텝댄스공연, 시 낭송 등 다양한 무대 선보여
뙤약볕 무더위에도 행인 발길 이끄는 열띤 공연 선사

  • 입력 2020.08.15 20:16
  • 수정 2020.08.27 14:54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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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우도풍물굿보존회가 길놀이로 8.15음악회 시작을 알리고 있다

광복 75주년을 맞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음악회를 열었다.

15일 오후 5시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8.15 음악회’는 총 10팀이 참여하여 풍물굿과 스텝댄스, 시낭송 등 다양한 공연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번 음악회는 참여자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져 더욱 뜻깊다.

본격적인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 우도풍물굿의 신명나는 사물놀이 한마당이 분위기를 돋우었다. 여름 더위를 잊어갈 강렬한 사물놀이와 길놀이 공연에 시민들은 하나둘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스탭댄스, 자작시, 밴드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날의 기쁨을 표현해

여서동에 위치한 스텝댄스스튜디오에서 스트릿댄스를 배운 학생들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여서동 스트릿댄서 전문 양성소 ‘스탭댄스스튜디오’ 소속팀들은 댄스 동연을 펼쳤다. 마칭페스티벌 등 자선공연에 다수 참여한 경험을 살려 훌륭한 무대를 선보였다.

화려한 공연에 많은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이들이 선보인 춤은 스트릿 댄스 장르 중 하나인 왁킹이다.

‘스탭댄스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김현아 강사는 “출연 제의를 받고 선뜻 응했다”며 “1945년 8월 나라를 되찾은 기쁨을 스트릿 댄스로 표현했다. 기존의 안무를 조금씩 수정하여 음악에 맞게 재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댄스공연이 끝나자 시민들은 앵콜무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자작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를 낭송하는 강경아 시인

여수에서 태어나 2013년 등단한 강경아 시인도 자작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를 낭송했다. 강 시인은 상록수밴드의 ‘꽃물이 든다’의 원작시 주인이기도 하다. 그는 2017년에 여순항쟁을 주제로 다른 작가들과 함께 이 시를 발표했다. 하물며 상록수밴드의 ‘꽃물이 든다’는 MBC 여순항쟁 창작가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으니 더욱 보람찬 일이다.

강 시인은 “상록수밴드의 노래로 시가 널리 알려져서 기쁘다. 작가로서 지역의 아픈 역사를 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물며 노래로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라고 말했다.

강 시인의 시가 노래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웃으며 “앞으로 노래가 더 알려지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록수밴드에서 보컬을 담당하는 김한주 씨는 예명 ‘김디도’로 활동하고 있다. 김한주 씨는 가수 안치환의 ‘고백’과 김광석의 ‘일어나’를 열창했다.

누구도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가야 할 길은 더 멀은데
비웃음소린 날 찌르고
허나 눈부신 새날 찾아 이 어둠을 헤치는 사람 되어
나로부터 자유로운 내 이 작은 노래에 꿈을 실어
노래여 나의 생이여 노래여 가난한 내 청춘의 꿈이여

상록수밴드 보컬을 맡고 있는 김디도(김한수)가 노래하고 있다

그는 공연을 마무리하며 시민들에게 독립운동가들의 당시 심정을 헤아리며 지금 우리 역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선택해 볼 것을 제안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독립운동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며 살고 있을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신명방과후아카데미 강사 겸 상록수밴드서 건반을 담당하는 김인옥 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상록수밴드에서 건반을 담당하는 김인옥 씨는 정태춘 박은옥의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노래했다. 김인옥 씨는 ‘꿈꾸는 신명방과후아카데미’에서 초등부 담임을 맡고 있다. 그의 말이다.

“상록수밴드는 시대와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바램은 상록수밴드가 없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거리에서 외치지 않아도, 우는 아이에게 젖을 주는 사회가 아니라 울기 전에 필요한 것들을 공급하고 서로 평등하고 갑과 을이 없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나이를 먹고 상록수밴드가 해체되면 그때쯤 통일이 되고 오늘 함께 한 청소년들이 북한의 청소년들과 연주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바래본다”

꿈꾸는 신명방과후아카데미 졸업생들이 기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음악회에는 방과후아카데미를 졸업한 중학생들도 참여해 기타공연을 선사했다. 모두 방과후아카데미에서 약 3년간 기타를 배웠다.

오늘처럼 공연이 있는 날이면 학생들은 방과후아카데미에 모여서 연습한다. 학생들의 연주에 김인옥 씨의 청량한 목소리가 얹혀져 ‘홀로아리랑’이 널리 퍼졌다.

남해에서 활동하는 촛불가수 강현수와 이중현 바리톤의 공연이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들이 합창 공연을 펼쳤다.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긴 뜻깊은 공연

신명방과후아카데미 학생들이 운영하는 태극기바람개비 만들기 부스

김천에서 온 박숙경 씨도 공연을 감상했다. 박 씨는 “이런 음악회를 모든 시민들이 편안하게 누릴 수 있다는 게 의미가 깊은 것 같다. 선조들이 이 나라를 지켜내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순신광장 근처에 거주하며 매주 광장에 온다는 부충윤 씨도 “오늘 공연한 곡은 모두 옛날에 즐겨 듣던 노래라 즐거웠다. 1961년 소띠인 나는 광복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어릴 적 부모님들의 얘기를 듣고 자랐기 때문에 짐작할 수 있다. 오늘 공연을 통해 광복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고 말했다.

8.15음악회에서는 신명방과후아카데미의 태극기바람개비 만들기 부스 등 시민체험부스도 운영되어 호응을 받았다.

한편 이번 음악회를 주최한 상록수밴드와 성공회여수교회는 지난 5월 16일에도 '광주민중항쟁 40주년 기념음악회'를 주최하는 등 역사를 되새기며 시민과 호흡하는 데 앞장서고있다.

우도 풍물굿 공연
남해에서 활동 중인 강현수 싱어송라이터도 참여했다
이중현 성악가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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