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뇌위축증 걸린 아내와 딸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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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뇌위축증 걸린 아내와 딸 "도와주세요"
  • 심명남
  • 승인 2020.08.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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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중근 관장 '타시그나' 의료보험화(급여화) 해주세요 청와대 청원
국내 1만여 명 환자 있지만 고액 약값 엄두 못내 자살로 삶 포기 잇따라
환우들 치료제 타시그나 복용후 효과 만족...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적용중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아내와 딸의 사연을 청와대 청원에 올린 여수장애인복지관 천중근 관장과 아내의 모습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아내와 딸의 사연을 청와대 청원에 올린 여수장애인복지관 천중근 관장과 아내의 모습

”뇌에 혈액공급이 안되어 뇌가 찌그러들어요. 유전이라 되물림되죠. 증상은 처음 잘 걷지 못하고 점점 움직이지 못해 전신마비로 사망합니다. 자살율이 많고 치료약이 없어요.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이라는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희귀난치성 질환인 ‘소뇌위축증 환자’를 둔 한 가장의 말이다.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아내와 딸의 안타까운 사연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가슴아픈 사연이 눈길을 끈다.

한달 병원비 240만원... 의료보험 안되는 '소뇌위축증'

[불치병인 소뇌위축증 환자 치료효과가 있는 백혈병 치료제인 '타시그나'를 의료보험화(급여화) 해주세요] 청원은 20일까지 마감이다.
[불치병인 소뇌위축증 환자 치료효과가 있는 백혈병 치료제인 '타시그나'를 의료보험화(급여화) 해주세요] 청원은 20일까지 마감이다.

청원 제목은 [불치병인 소뇌위축증 환자 치료효과가 있는 백혈병 치료제인 '타시그나'를 의료보험화(급여화) 해주세요] 다. 현재 6,132명이 참여했고 오늘(20일)이 마감일이다. 하지만 정부 답변을 기대할 수 있는 20만 명을 넘기기 어려워 보인다. 이 청원은 희귀병 환자들이 자신을 드러내면서 간곡하게 호소한다는 점에서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신을 소뇌위축증 아내와 딸을 둔 가장이라고 소개한 천중근 관장은 "교사로 재직 중인 딸이 엄마의 질병을 물려받아 수년 전 발병을 했는데 절망하던 중 자살까지 시도했으나 타시그나를 만나 지금은 거의 회복되어 가고 있다"라고 썼다.

천 관장은 ”알약을 하루 두 번 먹는데 한 알 당 2만원이라 아내와 딸의 타시그나 약값으로만 한 달에 240만원이 지출되기에 가계가 파탄 되고 있다“면서 ”살고 싶다는 희망을 꿈꾸게 된 유전성 소뇌위축증 환자들이 돈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라고 간청했다.

현재 국내 소뇌위축증 환자는 약 5000여명으로 알려졌다. 전문가에 따르면 유전성이다 보니 잠재적 가족까지 합치면 1만여 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천관장은 “소뇌위축증은 현재까지 불치병으로 등한시 되어왔다“면서 “저희 가정은 아직 지불능력이 있지만 대다수 환우들은 먹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 약을 사먹는 가정은 가족단위인데 가계가 파탄 나고 있다"라며 "치료방법이 없어 절망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환자들에게 타시그나는 한줄기의 희망과도 같다”라고 덧붙였다.

소뇌위축증 치료약인 타시그나는 수년전 조지타운대학에서 파킨스환자 15명에게 투여해보니 그중의 12명의 환자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내용이 신문에 실렸다. 국내에서 이 약이 치료제로 사용된 계기는 불치병으로 어느 것 하나 손쓸 수 없는 상태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다 기사를 접한 환우들은 병원에서 약 처방을 내려달라고 죽을힘을 다했다. 이에 담당의사에게 급여화가 안 되는 조건으로 처방을 받아냈다. 환우들에겐 타시그나만이 희망인 셈이다.

”한때 일본에서 반향을 일으켰던 기토아야 [1리터의 눈물]의 책에 소뇌위축증을 앓던 실제 주인공의 슬픈 얘기가 일본 열도를 울렸어요. 우리집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두자녀중 다행히 아들은 건강한데 안타깝게 중등교사인 딸아이가 수년 전 수업중에 칠판에 글씨가 잘 써지지 않는다 해서 DNA 확인해 보니 유전이더군요.

딸아이는 절망하던 중 자살까지 시도했으나 다행히 미수로 그쳐 눈물로만 살던 때 ‘타시그나’를 만났습니다. 딸아이와 집사람이 이 약을 복용한지도 어느 덧 3년이 지나가고 있는데 전혀 부작용 없이 지금은 거의 회복되어 가고 있어요. 시급히 보험적용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꽃보다 남자> 구준역 대역 오영복씨의 안타까운 사연 

소뇌위축증에 걸린 KBS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 대역의 스턴트 역할을 했던 오영복씨의 안타까운 사연
소뇌위축증에 걸린 KBS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 대역의 스턴트 역할을 했던 오영복씨의 안타까운 사연

소뇌위축증에 대한 또다른 사연도 눈길을 끈다. 한태 32.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화제를 낳은 KBS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 대역의 스턴트 역할을 했던 오영복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누구보다 건강했던 오씨는 '소뇌위축증'이 발병해 수년째 투병중이다. 오씨는 ”유전성 소뇌위축증 환자에게 예외적으로 처방되던 '타시그나'라고 하는 치료약을 복용한 후 병증 진행이 멈추었고 멋진 근육의 바디를 만들어 대회에 나가겠다는 꿈을 다시금 꾸기 시작했다“라고 고백했다.

이 약을 복용중인 소뇌위축증 환우들은 ”심장치료제로 만든 비아그라가 발기부전치료제가 된 것처럼 백혈병 치료제인 이 약도 소뇌위축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라고 입을 모은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 이같은 문의가 쇄도해 소뇌위축증도 타시그나를 보험으로 해 주려고 파킨스 신경학회에 문의했다. 하지만 백혈병 표적항암제이니 위험하다며 보험 적용이 안 되고 있어 환우들의 바람을 무참히 꺾어버렸다. 초기 환자에게 쓰면 즉시 호전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외면당해 지불능력이 없는 대다수 환우들은 병의 고통에 죽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타시그나를 처방받아 복용중인 소뇌위축증 환자 노상기 씨의 말이다.

"소뇌위축증은 파킨슨병과 유사한 점이 많아 질병 분류에서도 파킨슨병 하위에 들어가는데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다. 많은 의료진이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손을 내저었지만 고맙게도 서울대병원 주건 교수께서 죽어가는 나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겨 저용량으로 처방을 해주었다. 현재까지 2년 넘게 복용하고 있지만 부작용은 전혀 없고 상실했던 운동기능도 70% 이상 회복되어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교수님에게 너무나 감사드린다"

의학계에 따르면 소뇌위축증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운동신경을 지배하는 소뇌의 세포 움직임이 약해지는 질병이다. 쉽게 말해 뇌가 쪼그라들며 작아지는 질병인데 처음엔 잘 걷지 못하다가 나중엔 혀까지 움직이기 못하고 전신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에게나 발병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치료약이 전무하다.

학회 반대로 급여화 무산..."더이상 죽이지 마라!"

국내 소뇌위축증 환자는 약 5000여명으로 알려졌다.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치료제 타시그나 모습
국내 소뇌위축증 환자는 약 5000여명으로 알려졌다.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치료제 타시그나 모습

작년 학회의 반대로 급여화 전환이 무산되었다. 안전성과 효율성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보험급여화를 간청했지만 의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학회의 의견으로 진행이 멈추었다. 환우들은 “참 무도한 학회의 입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그들만의 리그였고 무책임이였습니다. 아마 자신의 가족 중에 단 한 명이라도 환자가 있었다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환자들은 하루하루 생사의 갈림길에서 소뇌위축증으로 인해 우울증 그리고 자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임상 실험의 결과들만으로도 충분히 검증되었고, 빠른 급여화 정책만이 비극을 막는 최선책입니다.”

소뇌위축증은 전 세계적으로 치료약이 없다는 게 상식인데 백혈병 치료제를 통해 증상이 개선되었다는 서울대병원 주건 교수의 논문이 유일하다.

익명을 요구한 사립대병원 교수는 “정부가 치료의 필요성 여부에 논란이 있는 경도인지장애의 MRI 급여비용으로 수천억을 사용하고 있는데 치료약이 없던 불치병 환자들의 유일한 치료약을 비급여로 해주지 않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것 같다”며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걷던 사람은 눕게 되고, 눕던 사람은 사망하게 되는 무서운 질병인 만큼 조속한 급여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사립대학의 교수는 "항암제라는 특징상 나중에라도 나올 수 있는 부작용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용량을 적게 사용한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의 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며 "소아류마티스관절염의 치료제로 흔하게 쓰이는 mtx도 항암제지만 용량을 줄여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게 사용할 경우 그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탁월한 진통소염 효과를 가진다. 항암제라는 말이 주는 공포와 거부감 때문에 유일한 치료책을 외면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의료적으로나 맞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번엔 이들의 간청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2년 넘게 특별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료소외 계층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긍정적인 결과도 기대할 수 있게 상황이 차츰 반전중이다. 다행히 서울대병원만이 아닌 부산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등으로 처방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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