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 "한 덤버지 쌓으면 돈 되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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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어 "한 덤버지 쌓으면 돈 되지라"
  • 심명남
  • 승인 2020.09.2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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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을 찾아서...잊혀져 가는 운두도 가을 전어잡이 풍경
[전어잡이 영상] 돈생각 않고 산다는 전어 '그물에 주렁주렁'
화양면 운두도 어부들의 전어잡이 풍경 @박근세 작가
화양면 운두도 어부들의 전어잡이 풍경 @박근세 작가

완연 가을이다. 솔솔 부는 찬바람에 들판의 곡식이 노릿노릿 잘도 익어간다. 곡식이 익어갈 무렵인 이즈음 바닷가 사람들의 손놀림도 바쁘다. 살찐 물고기들이 군무를 이루고 다니는 천고어비(天高漁肥)의 계절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감히 내 앞에서 서민 타령을 해?"

가을철 별미로 매년 이맘때쯤이면 여러 사람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어종이 있다. 그렇다. 바로 전어다.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 말’,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갔던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어 이야기는 다양하다. 물오른 전어는 그만큼 서민의 애환이 담긴 귀한 '식탁 손님'임이 분명하다.

항아리에 담은 갇잡은 전어젖갈 모습 @박근세 작가
항아리에 담은 갇잡은 전어젖갈 모습 @박근세 작가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의 저서 ‘임원경제지’에 이런 내용이 적혀있다.

‘전어는 기름기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소금에 절여 서울에서 파는데, 양반이나 천민 모두 좋아해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산다고 해서 전어라고 부른다.‘

그만큼 돈을 생각 않고 살 정도로 푸진 서민의 생선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구수한 전어에 대한 사연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다. 오늘은 서민의 물고기 전어잡이 풍경을 소개한다. 전어잡이 영상은 지난주 사진작가 박근세씨가 촬영했다.

여수 화양면 이천리 감도마을 앞에 있는 섬 운두도는 3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감도에서 직선거리로 200m 떨어진 소운두도와 약 800m 거리의 대운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 키 큰 사람들이 펄쩍 뒤면 건너갈 정도로 가깝다.

이곳 주민들은 누구나 자신의 배를 가지고 있다. 도시권에 자가용 없는 사람이 드물듯 여객선이 없어 집집마다 자가용 배가 있단다. 주민들은 자신의 자가용 배를 교통선이라 부른다. 대운두도는 현재 11가구가 산다. 주민들은 계절에 따라 풍부한 전어잡이 어장과 장어와 새우잡이 어업으로 생업을 잇고 있다. 감도 어촌계에 속한다.

 

귀촌이 준 재미, 전어잡이에 푹 빠졌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고향인 운두도로 귀촌한 강인원씨의 모습 @박근세 작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고향인 운두도로 귀촌한 강인원씨의 모습 @박근세 작가

이 곳 섬에서 가끔 반찬거리를 잡는 강인원(70세)씨의 전어잡이 풍경은 정겹다. 강씨는 얼마전 여수에서 이 섬으로 귀촌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지켜왔던 섬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젊은 시절 시내에서 쥐고기(쥐치) 공장도 운영했고, 여수 해안통에서 건어물 상회도 운영한 사업가였다. 이맘때쯤 가끔 반찬거리를 잡기위해 통통배를 타고 마을 앞에서 전어잡이에 나서기도 한다.

전어잡이 그물을 자망이라 부른다. 전어잡이는 오후 새참 무렵부터 어장이 형성된다. 전어 떼가 들어오면 그물로 전어 떼를 빙 둘러싸고 똑딱이질이 시작된다. 똑딱똑딱 뱃장을 두드리는 똑딱이질 소리에 놀란 전어가 도망가다 그물에 걸리는 원리다. 약 한두 시간이지나서 그물을 당기면 하얗게 배를 뒤집은 전어 떼가 그물에 주렁주렁 올라온다.

전문적인 전어잡이 어선들은 주로 감도 앞 너른 바다에서 작업을 한다. 오후 4시부터 전어잡이 어장이 형성되는데 잘잡는 날엔 한방에 쌓오면 곧바로 들어온다. 어부들은 한방 쌓아서 만선이라는 말을 "전어 한덤버지 쌓으면 돈이 되지라"라고 부른다. 안잡히는 날에는 보통 서너방씩 작업이 진행된다.

된장밥에 찍어먹는 전어회는 맛이 일품이다 @박근세 작가
된장밥에 찍어먹는 전어회는 맛이 일품이다 @박근세 작가

바로잡은 전어를 썰어 된장 밥에 쿡 찍어 먹는 가을전어 맛은 일품이다. 특히 항아리에 담은 전어젖갈은 밥도둑이 따로 없다. 강인원씨의 말이다.

“여수에서 살다가 섬에 온지 얼마 안됐어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살았던 섬이라 장사를 접고 쉬려고 귀촌했는데 요즘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병원에 다니고 있어요.

내가 전어잡이를 전문적으로 한 게 아니고 먹고 싶으면 그물 놔서 좀 두드리면 몇 마리씩 잡아 묵고 그래요. 그물 놓고 똑똑똑닥 두드리면 전어가 놀라서 그물에 몇 마리씩 걸리고 그래요.”

황보원 감도어촌계장은 “감도와 운두도는 한마을 공동체다”면서 “운두도 마을에는 전문적인 전어잡이는 없지만 어쩌다 반찬 잡으면 나눠 먹는다. 다만 감도마을에는 전문적으로 잡는 전어잡이 어장이 6척 이상 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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