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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주철희, 장편소설 '탄압이면 항쟁이다' 발간

자주 통일국가 건설과 공동체 살상 거부한 제주도민
제주4.3 의 과정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소설 전개돼
당시 실존 인물을 등장시켜 몰입도 높여.. 대한민국 역사의 흐름 이해

  • 입력 2020.09.29 11:13
  • 수정 2020.09.29 14:26
  • 기자명 곽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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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희 역사학자

우리 지역의 가장 아픈 현대사인 1948년 10월 19일 여·순항쟁을 비롯해 같은 해에 앞서 일어난 제주4·3항쟁 등 굵직한 현대사를 연구해 온 역사학자 주철희 박사가 장편소설을 발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주 박사는 제주 4·3 항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 탄압이면 항쟁이다(흐름출판사)」 를 지난 2015년 3월부터 올해 9월 초까지 무려 5년 동안 바쁜 강의 활동과 초청 강연 갑자기 찾아온 병마를 이겨내면서 집필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설 제목은 1948년 4월 3일, 항쟁을 위해 궐기하며 인민유격대가 내걸었던 구호다.

소설은 현재진행형인 제주4·3을 72년 전 과거에서 현재로 불러오며 시작된다.

해방 이후 격동의 한반도, 그 축소판이었던 제주도의 역사가 우리 눈앞에 펼쳐져 현세의 인물과 역사적 인물의 깊은 대화가 제주 4·3항쟁을 새롭게 깨닫고 통찰하게 한다.

주철희 역사학자 장편소설 '탄압이면 항쟁이다'

1945년 8월 15일 한반도는 해방을 맞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남쪽의 미군정 실시와 북쪽의 소련군 진주로 혼돈에 빠진다.

조선반도는 신탁통치를 반대하는 세력과 모스크바 3상회의 결정에 따르자는 세력으로 갈라져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결국 1948년 5월 남한만의 단독선거가 결정됐다.

이에 제주도민은 당시 민족의 염원이었던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해야 하며 제주 공동체 살상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궐기했다.

결국 제주도는 1954년 9월 21일까지 공권력으로부터 철저히 유린당했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제주도민의 상처로 남았다.

필자는 이 같은 당시의 상황을 놓고 '저승에서 온 노인들’과의 대화라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낸다.

이 극적 장치 덕에 소설은 과정은 단순히 제주4·3의 진실을 밝히는 추적에 머무르지 않고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저승에서 온 노인들은 자신들이 겪은 제주4·3 현장을 현재를 사는 주인공에게 들려준다.

노인과 주인공은 제주4·3 주요 사건이 펼쳐졌던 장소를 함께 다니며 사건의 진실에 접근한다. 이들과 만남이 허락된 시간은 단 하룻밤이다.

소설 속에는 네 명의 노인이 등장한다.

제주4·3 당시 9연대 연대장이었던 김익렬, 유격대 대장이자 김달삼으로 더 잘 알려진 이승진, 김익렬의 후임으로 박진경을 암살했던 문상길 중위, 서북청년단 출신 오정호다. 이중 김익렬, 이승진, 문상길은 제주4·3에 관여했던 실제 인물이다.

제주 4·3은 독립적인 사건이 아니다. 해방 이후 이 땅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건 안에서 맞물려 돌아가던 여러 톱니바퀴 중 하나다.

저자 주철희 박사는 제주4.3의 과정인 1947년 3·1 경찰 발포사건, 제주4·3항쟁의 원인, 4·28평화협상, 오라리 방화사건, 박진경 연대장 피살, 초토화작전 등 사건들을 순서대로 묘사하며 퍼즐 맞추듯 소설 안으로 끌어들인다.

노인의 증언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당시 제주4.3의상황이 생생하게 눈앞에서 펼쳐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오랜 연구 활동에서 발견한 증거와 자료들, 실존한 인물들이 어떤 길을 선택했는지 소설 속에 자세히 묘사한다. 소설은 그들의 생각을 가늠할 수 있는 안내자 역할을 주저하지 않는다.

제주4·3항쟁의 정당성은 여순항쟁의 정당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

주철희 박사는 소설을 쓰게 된 이유로 "제주4·3항쟁과 여순항쟁을 단순히 지역에 국한된 역사로 이해하는 게 안타까워 집필하게 됐다. 두 항쟁을 소설이란 장르를 통해 대한민국 역사의 흐름에서 파악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출동명령을 거부한 성명서에는 ‘제주도 애국인민’이란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야말로 제주4·3항쟁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표현이다.

주 박사는 "제14연대 군인들이 제주 4·3항쟁을 왜 정당하다고 주장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여순항쟁의 역사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기에 제주 4·3항쟁 관련 소설을 먼저 발표하게 됐다"고 전했다.

소설에서 제주4·3은 완결되거나 낱낱이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국가주의에 의해 자행된 제주4·3을 민중의 입장에서 파헤치고 민주주의의 최고 가치인 ‘저항’의 관점에서 제주4·3을 되새김할 뿐이다.

소설 탄압이면 항쟁이다(흐름출판사)」는 역사의 주인이 누구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흘러가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저자는 1948년 제주를 ‘제주4·3항쟁’으로 기록하면서, 역사를 평가하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임을 강조한다.

한편, 주철희 역사학자의 소설 탄압이면 항쟁이다 는 지난 9월 16일부터 전국 각 서점과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인터넷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주철희 역사학자의 주요저서로는 '동포의 학살을 거부한다', '불량국민들', '일제강점기 여수를 말한다'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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