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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통에 빠진날 보리개떡을 먹었다 왜?

주미경의 음식칼럼⑤
좋은 음식은 심신의 치유...추억의 보리개떡편

  • 입력 2020.10.23 14:15
  • 수정 2020.12.13 17:37
  • 기자명 글: 주미경 편집: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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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7년째 남경전복을 운영해온 유기농 전문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시국을 맞아 면역력을 높여주고 조미료 없는 음식 만들기 레시피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코로나를 이기는 기본은 면역력이 답이다. 주미경의 음식칼럼을 통해 음식 전문가로서 건강에 대한 필자의 생각과 함께 건강한 음식만들기 연재로 다양한 음식 레시피를 공유코자 한다.

7년째 전복요리와 유기농 음식점을 이어온 음식전문가 주미경 대표의 모습

'좋은 음식은 심신의 치유다'는 말이 있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들어서니 세월이 쏜살같이 흐른 느낌이다.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니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 건 뭐니 뭐니 해도 배고픈 시절 먹었던 음식에 대한 추억이다.

 

눈감으면 떠오르는 보리개떡의 추억

간식거리가 없던 유년시절 봄에는 삐비를 뽑아 껌삼아 씹고 다녔다. '삐비'는 삘기의 전라도 방언이다. 시골 아이들은 갈대나무과의 풀에서 꽃이 피기 직전에 어린 이삭을 뽑아 씹어서 먹으면 달짝지근한 단맛이 난다. 천연 자일리톨껌이 따로 없다. 또 논두렁과 언덕길에서 익어가는 산딸기를 따먹던 시절이 마치 엊그제 같다.

주미경 대표가 직접 만든 추억의 보리개떡

보리가 여물기 전 청보리를 불에 구워 손으로 비벼서 먹으면 입가에 까맣게 숯검정으로 범벅이 된다. 그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마주보고 깔깔대며 웃던 일도 흔했다. 특히 보리타작을 하고 나면 온 몸에 까끄라기가 붙어 꺼끌거려 힘들었던 일은 시골에 살았던 사람들의 향수가 아닐까.

눈 감으면 떠오르는 '보리개떡'의 추억은 더 아련하다.

쌀이 귀하던 시절 친정엄마는 가마솥에 보리를 초벌로 삶아 처마 밑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으셨다. 밥때가 되면 삶은 보리를 솥에 깔고 그 위에 쌀을 조금 얹혀 부뚜막에 앉아 밥을 지으셨다. 아궁이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밥익는 소리는 냄새만 맡아도 배가 부르다. 밥이 다 되면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쌀밥을 드리고 엄마와 우리는 보리밥을 먹었다. 가마솥에 남은 보리 누룽지에 물을 부어 나무주걱으로 박박 긁어서 당원가루를 조금 넣어 달달하게 누룽지를 만들어 주셨다. 그때 그 시절 누룽지의 고소하고 달달한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안빠져 본 사람은 모르는 화장실 보리개떡 액땜

보리개떡 생김새는 투박한 엄마 손을 닮았다. 대충 동그랗게 빚어서 손가락 자국이 맘대로 나있다. 거무튀튀한 보리개떡과 함께 생각나는 동무들. 그 옛날이 그립다.

엄마가 살아계셔서 잘 살던 때 우리 집은 동네 놀이터였다. 솜씨 좋은 엄마가 만들어 주신 간식들 덕분이다. 팥칼국수와 소불부침개, 가끔가다 흰 쌀밥에 계란후라이까지 우리 집은 자연스레 동네 아이들로 북적였다. 그중 동무들이 좋아하던 인기 간식은 보리개떡이었다.

보리개떡에 대한 추억은 우리 동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섬마을에는 보리농사가 많았다. 여수의 어느 섬마을에선 똥통에 빠지는 날은 엄마가 꼭 보리개떡을 만들어 주셨단다. 지인이 사는 안도는 수세식 화장실 문화가 뒤늦게 보급됐다. 어린아이가 실수로 재래식 화장실에 빠지는 일이 잦았다. 그럴 땐 보리개떡을 나이 수만큼 꼭 먹였다고 한다. 보리에는 해독효능이 있어 세균의 침입을 막는다고 믿어 그런 풍습이 이어져 왔을 거란 추측을 해본다.

보리개떡은 어른이 되어도 자꾸 생각나는 음식이다. 예전에는 간식거리가 없어 맛있게 먹었지만 먹거리가 넘쳐나는 요즘은 추억으로 먹는 맛이라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보리개떡 비슷한 걸 구해 먹은 적도 있다. 지금은 아예 우리 식당에서 옛맛을 살려 변형된 부드러운 보리개떡을 손님들께 대접하고 있다.

보리개떡을 드신 분들은 제각각 반응이 다르다. 그때 그 시절을 겪은 분들은 추억을 공유하며 공감할 수 있어 참 좋단다. 반면 젊은 손님들은 카스텔라인 줄 알았다며 맛이 좋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이럴 땐 보리개떡이 피곤함을 날려버려 더 신명나게 음식을 준비하곤 한다.

'좋은 음식은 심신의 치유'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는 보리개떡 만드는 순서를 열거한 모습

보리는 세계 4대 작물중 하나로 벼과에 속한다. 보리개떡은 특히 벼가 아직 여물기 전인 봄과 가을에 많이 먹는다. 효능을 살펴보니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어 혈관질환 개선과 성인병을 예방한다. 특히 혈당을 낮춰주는 역할을 해서 당뇨에도 좋다. 당뇨병 환자들이 보리가 섞인 잡곡을 매일 먹는 이유다. 또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보리차는 어린아이들이 열이 났을 때 먹이면 해열효과가 뛰어나다.

보리개떡 만드는 법

재료: 보릿겨나 보리가루 3컵, 소금, 당원가루.

1. 보릿겨를 체에 쳐서  덩어리나 불순물은 걸러내고 고운 가루만 쓴다(보릿겨를 구하기 힘들면 보리가루를 사용해도 된다)

2. 보릿겨에 소금, 당원가루를 넣고 골고루 섞은 다음 뜨거운 물을 넣어 익반죽 한다.

3. 반죽을 여러 번 치대야 찰기가 조금 생긴다. 반죽을 동글납작하게 만들고 0.2cm 두께로 한다

4. 찜통에 물을 넣고 끓이다가 김이 오르면 면포를 깔고 중불에 20분 정도 쪄낸다. 설탕 대신 당원가루를 쓴 것은 약간 쌉싸름한 맛이 나서 옛날 맛이 더난다.

추억의 음식은 허물어진 마음을 치유해 주기도 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몸의 치유도 받는다. '좋은 음식은 심신의 치유‘라는 말이 바로 그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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