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화집과 함께 작업실에서 열린 박치호 화가 전시회

여수 박치호 화가의 화양면 작업실서 전시회 열고, 화집도 펴내
12월 4일까지 해남 행촌미술관에서도 전시회 동시에 열려

  • 입력 2020.11.17 19:48
  • 수정 2020.11.18 17:39
  • 기자명 손현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치호 화가 작업실 스튜디오 '창고'에서 지난 15일 열린 전시회 개막식 광경. 작업실 스튜디오 전시는 이달 22일까지다.

독자가 화가의 작품을 만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로는 전시회장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과 품을 들여야 하는 일이니 여간 관심을 갖지 않은 한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렵기는 더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화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는 일도 좋다. 작가의 작업실 방문하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일이다.

화가가 작업하는 현장을 상상해 보라. 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물감 냄새를 가득 풍기는 공간에서 물감 묻은 손을 앞치마에 쓱쓱 닦으며 작업하고 있을 현장을 직접 가서 보고 느끼는 일은 작가를 이해하고 화가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

다른 방법은 책을 통해서 화가의 작품을 만나는 일이다. 책은 일회용인 팜플릿과는 다르다. 작품을 담은 책을 출판한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화가의 작품집이 소중한 것이고 관객들에게는 쉽게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 준다.

박치호 화가의 화집 '부유' 겉표지

위의 두 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제공되는 박치호 화가의  작업실을 다녀왔다. 여수에서 활동하는 화가 박치호의 작품 전시회가  여수 화양면의 작가의 작업실에서 지난 15일 열렸다. 

그리고 전시회를 연 박치호 화가의 작품집도 이번에 헥사곤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헥사곤 출판사는 유망 작가를 선정해 문화를 통해 작가정신을 발언할 수 있도록 돕는 출판사이다. 이번에 출간된 작품집에는 박치호 화가의 초기에 그린 작품부터 올해까지 탄생된 작품들이 모두 담겨 있다.

화가가 작업실을 공개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그의 작업실 전시회를 방문했다. 그의 작업실은 'Studio 창고(創考)'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Open Studio'의 Openning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작품 전시는 미술관이나 전시장에서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열린다. 그렇지만 화가의 작업실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인위적인 설치에 한계가 있으므로 작업의 과정과 작품 탄생 배경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화가의 작업실은 굉장히 중요한  작가의 도서관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전시회를 주최한 행촌미술관 이승미 관장은 ''미술관에서의 전시된 작품은 정체된 작품을 보여주기 때문에 화가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없기도 하다. 작업실에는 때로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작품도 있을 수 있으나 이번 기획에서는 박치호 화가의 작업실을 꼭 보여주고 싶어서 작업도 하면서 책도 만들고 전시도 하는 기획을 만들었다''고 했다.

해남 행촌미술관장이 코멘트를 한 데는 이유가 있다. 박 화가의 전시가 해남 행촌미술관에서 동시에 열려서다. 

전시되지 않는 작품들의 보관된 모습

전시 전문 기획자가 자신있게 공개하고자 하는 박치호 화가의 작업실은 그의 작품의 일관된 주제인 'Floating(부유)' 과  'Oblivion (망각)'이 탄생되기까지의 고뇌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어둡고 둔탁한 색채의 불완전한 토르소 몸통에서 오히려 가득 찬 완전성이 느껴졌다. 한결같이 볼품없고 비만하게 표현된 'Floating (부유)' 시리즈에서는 가깝게는 먼 길 가신 우리 엄마가 생각나서 가슴이 아렸고, 멀게는 이 땅에서 힘들게 살아오신 모든 어머님들이 생각나서 겉으로는 둔탁하지만 내면에는 진실된 아름다움이 담겨있다고 느껴졌다.

박치호 작가의 작품 'Oblivion (망각)'

눈코입이 숨겨진 얼굴 두상인 'Oblivion (망각)'시리즈는 상당한 자극이 주어져서 놀라웠다. 아니 처음에는 답답했다. 답답해져서 크게 숨 쉬고 싶었다.

무엇을 보지 않고자 했으며, 무엇을 망각하고 싶어했을까? 망각하고자 하는 것들은 그 노력으로 인해 진짜로 망각할 수 있는 것이었을까? 궁금했다. 치유되지 않은 채 망각하고자 하는 것은 또 다른 상처와 아픔을 담고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화가가 망각의 이름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이해하고 나자 그제서야 비로소  'Floating(부유)' 에 일련한 작품들이 이해되었고 편한 숨을 쉴 수 있었다.

박치호 'Floating(부유)'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답게 회색과 각각 농담을 다르게 표현한 검은색들은 정말 특별했다. 반쯤 열린 문으로 바깥세상을 짐작케하는 작품은 단박에 내 마음을 빼앗아버렸다. 회색과 검정색 그 사이에 푸름이 담긴 단정함이 어둡지만 않고 오히려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박치호 화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철학을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조용히 내면을 다지며 차근차근 자신의 철학을 그림과 조소로 표현해나가는 작가 정신을 존경하고 끝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얼마 전에 국제아트페스티벌에서 주제전에 초대되어 작품세계를 인정받은 박 화가의 작품이 곧 개막될 전남도립미술관에도 전시되기를 소망해 본다.

가는 가을이 아쉽다면 여수시 화양면 이천에 있는 박치호 화가의 작업실(Studio 창고) 전시장을 방문하기를 권하고 싶다. 가을을 더 즐기고 싶다면 해남 행촌미술관으로 떠나는건 어떨까. 전시회는 두 곳 모두 12월 4일까지다. 

박치호전 'Floating부유' 포스터. 행촌미술관 전시는 12월 4일까지, 스튜디오 전시는 22일까지다. 

 

전시회가 열린 박치호 화가의 작업실 입구
관객들이 작업실 곳곳을 둘러보고 있다
전시된 작품 일부 

 

관객에게 설명하고 있는 박치호 화가(오른쪽)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