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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낭도 갱번미술길’...코로나19가 가져다준 ‘선물’

예술가들에겐 마을이 캔버스, 주민들에겐 길이 ‘미술관’
한 달간 40여명이 공동작업, 참가자에겐 지원금 일부 지급
4억 지원금중 2억2천은 의무적으로 인건비에 할당해야
이전의 단순한 획일적 마을벽화 작업과는 달리 진행돼

  • 입력 2020.12.12 22:16
  • 수정 2020.12.14 02:45
  • 기자명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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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낭도항과 여산마을 지도. 낭도갱번 미술길 구간이 노란선으로 표시됐다. 자료 여수미술협회 제공

여수시 화정면 낭도에 ‘갱번미술길’이 생긴다. 코로나 상황으로 많이 어려워진 예술인들을 돕기위한 프로젝트 결과다.

이름하여 “2020공공미술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사업.

전국지자체별로 어느 시군구에서나 공모하고 선정해 시행하는 문화관광체육부 지원사업중 하나다. 지난 7월부터 시작이 됐고 내년 2월에 종료되는 한국판 뉴딜사업이기도 하다.

요즘 여수에서 핫한 여수~고흥 연륙연도교 중간의 섬인 ‘낭도’를 여수시가 프로젝트 대상지로 선정했고, 여수미술협회 미술가들이 사업을 제안해 콘텐츠를 채운다. 이 미술길엔 4억원이 지원됐다.

여수미술협회 박동화 지부장

미술길 콘텐츠를 여수미술협회 박동화 지부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담장개선 사업이 핵심인데 획일적인 벽화 일색이 아닌 보수도 겸하면서 타일 작업도 하구요. 깨끗해진 벽면에 미술작품이나 각 가정의 대표 사진을 내구성있는 알미늄 라텍스 프린트로 걸어 둘겁니다.
조각 타일 작품과 함께 명소로 자리할 마을 쉼터와 사도와 추도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포토존을 만들기도 합니다. 마을길 전체 3Km를 미술로 변화를 주기때문에 ‘낭도 갱번 미술길’이라고 부릅니다.”

프로젝트 임시사무실인 마을 회관 모습

‘낭도 갱번미술길’은 기획에서부터 사업을 실시하기까지 마을 주민들과 머리를 맞댄 토의와 준비작업을 거쳤다. 낭도항 마을인 여산마을 개발위원회, 부녀회, 어촌계와 여수미술협회 회원들이 함께 의견 수렴과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이번 사업 기획단계부터 참여한 이율배 작가는 ‘갱번 미술길’ 아이디어도 주민에게서 나왔다고 말한다.

기획에 참여한 이율배 작가.마을 경로당 벽을 여수 작가의 "게" 그림으로 타일 벽화를 설치한 담장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저희는 처음 ‘낭도 갯가미술길’이라는 명칭을 제안했죠. 그런데 이곳 주민께서 ‘갯가’보다는 ‘갱번’이 낫다고 의견을 내셨어요. 밀물과 썰물의 차이에서 생겨난 바닷가 공간을 남해안이나 서해안에선 사투리로 ‘갱번’이로 한다고 해서 바로 채택이 됐죠. 또 낭도는 과거 전남도의 ‘가고싶은 섬’에 선정돼 벽화 작업을 한 차례 한적이 있어서, 다른 동네와 똑 같은 벽화를 그리는 것을 서로 원하지 않았습니다.”

‘갱번미술길’인 이유는 여수 작가들의 그림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담장 주인에게 가장 아끼는 사진이나 자신들의 가정을 대표할 사진을 제출받아 그림처럼 액자로 만들어 걸게 된다.

문패도 주인장의 사진을 건다. 야외에서 오랫동안 변질 없는 알미늄 재질의 ‘작품’이 길거리 깨끗한 담벽에 액자로 걸려 명실상부한 ‘길거리 미술관’(갱번미술길)이 된다.

이 마을에서 가장 젊은 조인귀씨는 마을기업 ‘낭만낭도 어촌체험휴양마을’ 사무장이다.

조인귀(왼쪽)씨와 마을 부녀회 회원들. 마을 공터에 포장을 치고 포장마차 식당을 운영하는 부녀회원들이 점심 후에야 식사중이다. 조인귀씨가 포장마차에 들러 어르신들을 격려하고 있다. 부녀회는 3개조로 나뉘어 식사당번을 하며 용돈도 번다.

그는 미술사업으로 변화된 마을길을 보며 “이런 게 바로 ‘코로나 선물’ 아니겠냐”며 즐거워 한다.

“다른 섬처럼 여기도 대부분 고령 어르신들이 사는 마을이어서 활력이 덜 하죠. 그런데 이런 작업이 동네서 장기간 이어지고, 마을 길이 밝아지고 하니까 굉장히 어른신들도 밝아지셨어요. 부인회도 식당 운영하면서 용돈도 벌고 하니까 활기가 넘칩니다. 우리 마을은 지금 마을길이 미술관이 됐으니까요, 앞으로 관광객도 많이 오고 그러면 좋겠고, 그렇게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차장 옆에 설치된 포장마차 식당으로 미술협회 회원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들어가고 있다.

여수미술협회 박동화 지부장도 ‘코로나 선물’은 맞는 얘기라고 맞장구를 친다.

"이 사업의 취지가 코로나로 힘든 지역 미술인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업이잖아요. 4억 중에 2억2천만원은 의무적으로 인건비에만 쓰도록 돼 있습니다.

여수미협 회원 110명 중 자격조건과 자발적 참여의사를 밝힌 분 52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여자들에겐 상당히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좋아하는 편이죠. 그런 점에서 마을 주민에겐 미술길이 ‘코로나 선물’이고, 저희 회원들에게 인건비로 지급받으니 경제적인 측면의 ‘코로나 선물’이 되는 것이죠.”

낭도 갱번미술길 작업에 참가한 여수미술협회 회원들. 40여명이 4주간 미술길 공동작업에 매달렸다.

작업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여수에서 이른 아침에 출근해 편성된 5개 조별로 매일매일 정해진 작업을 진행하고 일과를 마치고 퇴근해 왔다. 주말과 휴일을 쉬면서 4주 연속 흔치 않은 공동 작업을 회원들끼리 이어가고 있다. 성인이 된 이후 경험하기 힘든 공동생활과 공동작업이라는 새로운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예를 하는 최수남씨는 이런 힘든 작업은 고생스럽지만 색다른 경험이다고 말한다.

점심 식사후 마을회관에서 휴식을 취하다 인터뷰 하는 최수남 서예가

"처음에 멋모르고 왔어요. 좀 거들면 되겠지 했는데 세멘트 섞고 미장도 하고 거의 노가다죠. 4주 연속하다 보니까 어깨가 아파서 병원도 갔다 온적이 있죠. 그간 미협 회원들간에 만남은 전시회때나 회의때 잠깐 보는게 전부인데 지금은 거의 한 달 정도 사십 몇 명이 같이 일하니까 가족같이 동질감이 느껴지죠.

또 계속 남길 작업인 만큼 책임감도 따르니까 모두들 열심히 하고 있고요. 특히 전업 작가들이 코로나로 어렵잖습니까? 경제적으로 이 프로젝트가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좋아들 하십니다."

2020공공미술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사업은 규모가 커서 사무지원을 해야하는 탓에 여산마을 회관을 프로젝트 임시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점심 식사 후 쉬고 있는 변정옥 작가도 힘들지만 의미있게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칭 소속된 2조를 "죽음의 조"라 칭하며 점심시간 휴식중에 인터뷰 하는 변정옥 작가(왼쪽)와 심은경 작가(오른쪽). 작업은 5개 조로 나뉘어 진행해 왔다.

“우리 조는 2조인데 ‘죽음의 조’입니다. 담장 보수에, 미장에, 공사하는 것 다 도맡아 했죠. 하다 보면 옆 집 담장은 길에서 약간 들어가다 보니까 대상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똑같이 해달라고 주문을 합니다. 그러면 그걸 들어주기도 하고 그러죠.

일단 담장 도색을 하려면 허물어졌거나 도색을 해도 소용없을 정도면, 우리가 그냥 수리도 합니다. 담장 보수를 하다시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작업하면서 ‘여긴 우리 집이다’ 그런 맘으로 하죠. 이게 따지면 실명제, 여수미술협회 회원들이 했다는 게 실명제로 남으니까요. 책임감을 갖고 하고 있습니다.”

'마을 쉼터' 작업 현장. 새롭게 들어설 명소다. 바닥엔 "낭도이야기"타일 작품이 선보인다.
마을 쉼터 작업 모습

지난 18일에 만난 낭도 미술작업 현장 중엔 ‘마을 쉼터’설치 현장이 가장 북적였다. 마을과 약간 떨어진 공터 주차장 주변에 조성되고 있었다. 거긴 타일작업이 한창이었다. 여기에 소요되는 타일 조각은 낭도항 주차장 한 켠에서 현장 공급용으로 쪼개지느라 여념이 없다.

낭도 마을 벽이나 작품 설치에 소요되는 타일을 붙이기에 적합한 사이즈로 깨서 공급해 준다.

마을쉼터 설계에 참여한 양해웅 회원은 “마을 쉼터는 바닥에 낭도를 상징하는 그림이 타일로 표현되고, 의자나 조형물이 들어서면 명소가 되리라고 본다”면서, 의자라는가 추가 조형물은 외부 업체에 의뢰해서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을 쉼터' 바닥에 설치될 바닥타일 그림 '낭도이야기' 스케치

외부 업체가 설치하는 곳은 또 있다. 낭도의 동남편 끝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곳에 ‘포토존’이 들어 선다. 사도와 추도가 내려다 보이는 환상적인 뷰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카메라에 담아가도록 돕게 된다.

사도와 추도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설치될 "포토존" 조감도

빨간 등대와 낭도의 상징인 ‘여우’ 캐릭터 곁에 화강석 의자에 포즈를 취할 수 있도록 한 ‘포토존’은 아직 터만 닦았다. 막바지에 외부 업체에 의해 포토존 설치물은 자리잡게 된다.

이제 대규모 인원들이 동원되는 공동작업은 지난 18일로 일단락 됐다. 몇 사람들이 마무리 작업을 하는 과정만 남았다. 외부업체 작업 감독도 남겨진 일이다. 일정대로라면 새해 벽두엔 누구나 여수시 화정면 낭도에 가면 새롭게 조성된 ‘갱번미술길’을 걷게 된다.

위 사진은 미술길 조성 전. 아래는 조성한 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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