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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했던 그 시절 장도, 기억하시나요?

'예술의 섬' 장도에 입주한 '창작스튜디오 제1기' 작가들의 작품 발표
다리가 놓이기 전 소박한 모습의 장도를 상상해, 장도의 자연을 만끽하며 창작열 불태워
‘예술인연합AAA’ , '이지연&성지연', 이민화 세 팀의 입주 작가가 한달 간격으로 전시

  • 입력 2021.01.23 11:36
  • 수정 2021.01.23 19:02
  • 기자명 손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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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 진섬다리를 떠올리면 아릿한 울림과 감동이 전해진다.

장도가 예술섬으로 바뀌기 전의 모습과 풍경이 머릿속에서 아스라한 그리움으로 피어나기 때문이다. 가끔 남편과 함께 썰물로 드러난 진섬다리를 확인하고 섬을 거닐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 기억 속 장도는 여느 시골마을처럼 소박한 풍경으로 남아있다.

진섬다리를 건너면 채전을 일구는 밭이 먼저 반겨주었고, 나란히 놓인 지붕 낮은 오래된 집 몇채. 그리고 낯선 방문객에게 꼬리를 흔들던 누런 강아지가 있었다. 또 비탈진 언덕길을 올라가면 보이는 마늘 심은 밭과, 매실나무, 소나무, 잡목이 어우러져 있는 조그만 동산은 얼마나 정겨운지.

과거 장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전시장 한쪽 벽면에 전시돼있다

육지와 연결된 다리는 물때에 따라 보이지 않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오히려 섬에 가고픈 열망이 커져 애가 타곤 했다. 바다에 생명의 근원을 둔 채 갯벌과 함께 삶을 가꾸던 주민들이 살던 장도, 그곳에 살던 따뜻한 사람들은 다 어디로 흩어졌을지 가끔 궁금했다. 소박하고 푸근한 장도는 이제 시민들이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고 예술가를 위한 창작스튜디오가 있는 예술섬으로 바뀌었다.

장도를 찾은 사람들은 휴식과 정신적 치유를 얻고 예술가들은 마음껏 창작의 열의를 불태운다. 그리고 이곳에 자리잡은 예술인들은 지난 8일 그동안 완성해온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시각예술가 김도영 작가의 비디오작품 일부

2020년 6월에 입주한 ‘장도 창작스튜디오 제1기’ 작가들의 결과 발표전에는 ‘예술인연합AAA’ 팀 네 분의 전시를 시작으로 모두 3팀의 입주작가(이지연&성지연,이민화) 작품이 전시된다. 이들은 한달 간격으로 작품 전시를 할 예정이다.

‘예술인연합AAA’ 팀은 시각예술가 김도영, 송성진,이창운, 이창진 네 명이 모인 프로젝트그룹으로 다양한 창작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팀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변하기 전 장도에 대한 기억과 지금이 얼마나 다를지 상상했다. 과거 섬과 관련된 기억과 시간은 지금의 것들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흐를까, 고민하며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이들은 장도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주민들의 이야기와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 제목은 장도의 옛 지번을 따 <장도 1901> 로 정했으며 해변가에 작품 <시간의 집>을 가변설치했다. 그리하여 방문객들에게 장도의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되새기게 했다.

송성진 작가의 비디오작품 '장도를 서성이는 작은 위성' 일부

장도 전시관에는 4명의 작가 개별작품을 볼 수 있다.

김도영 작가의 <그곳, 밀려난 시간에서 지금의 시간으로 호명되는 중경> 은 비디오작품이다. 작가는 장도의 과거의 풍경과 개발로 인해 달라진 풍경을 통해 변화를 받아들이거나 괴리로 인한 상실의 감정들을 표현한 듯 했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장도 주변의 바위나 풀, 버려진 생활 소품, 들어선 아파트 등을 통해 잘 표현되었다고 느꼈다.

송성진 작가의 <장도를 서성이는 작은 위성들>도 역시 비디오로 작업된 작품이다. 장도 주변의 부유하는 모든 물체들이 원래는 어민들에게 필요했으나 지금은 변형되어 부유하는 쓰레기가 되어 버렸고, 그것들을 장도를 떠나지 못하는 위성으로 표현한 작가의 발상이 특별하게 보였다.

이창운 작가, 시시각각

이창운 작가의 <시시각각>은 설치작품으로 장도의 자연물을 수집 ,설치하여 순환되는 자연을 나타냈다.

또 <편도여행Oneway Trip>은 모터로 동력을 제공하여 레일 위를 굴러가는 스테인리스공을 통해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나타내었다.

이창진 작가 <여기서는 그물>은 작가가 EL와이어로 주로 직관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가가 과거 어촌이던 장도를 상상하며 자신이 엮는 선을 그물로 상상하며 설치한 작품이다. 발광와이어 그물로 오징어를 잡는 어민들을 떠올리니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이창진 작가, 여기서는 그물

 

이창운 작가, 편도여행
장도를 방문한 예술가들이 주민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예술인연합AAA’팀의 영상작품 '시간의 집'
‘예술인연합AAA’팀의 '시간의 집' 작품

장도의 옛 모습을 보지 못한 작가들이 과거의 장도와 지금의 모습을 연결시켜 다양하게 작품으로 표현한 것을 보니 역시 작가들의 직관과 상상력은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외에도 과거 장도의 풍경, 사람들을 아카이브한 작품도 따스하게 보였고 주민들과의 인터뷰도 좋았다. 참여 작가분들의 열정이 고향을 떠나게 된 원주민들에게도 따스한 위로가 될 것 같다.

작가들의 장도 표현에 보여주신 노력에 감사드리고 참여작가들이 훗날 장도를 떠올릴 때 이곳에 머물렀던 시간이 아릿한 울림과 따스한 감동이 있는 곳으로 회상되었으면 좋겠다.

내 기억의 옛 장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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