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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의 둘레길

구봉산이야기㉕
오동나무섬에 왔다가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 봉황이 구봉산으로 변했다는 전설
빼어난 풍치로 아홉개의 산줄기를 걷는 재미가 있는 구봉산 둘레길
일출을 보기 적합한 한재고개, 편백숲 등 알면 보이는 구봉산의 명소

  • 입력 2021.02.06 08:10
  • 수정 2021.02.06 08:14
  • 기자명 김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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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에서 바라본 바다. 가막만~고흥 팔영산

우리나라는 둘레길의 나라라고 해도 좋을만큼 지역마다 걷기 좋은 수많은 둘레길이 있다.

그중 대표적으로 육지에서 가장 긴 둘레길인 지리산둘레길(22구간, 274km)과 세계적 도보여행코스 제주올레길(22구간, 350km)을 들 수 있다.

둘레길은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피로와 공허감을 치유하는 자연의 길이다. 길을 걷는 단순한 행위가 육체적인 긴장을 주고, 더불어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풍광에서 역사 문화와 추억을 되새기고 순간순간 느끼는 환희가 훌륭한 치유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둘레길이 이제는 여행을 겸한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여수의 둘레길과 그중 구봉산 둘레길을 살펴보려 한다.

 

여수의 둘레길

금오도 비렁길

전국 제일의 빼어난 미항도시답게 여수는 산과 섬 곳곳에 아름다운 둘레길이 있다.

구도심의 해안전망대 구봉산 둘레길 시가의 중심에 위치한 고락산 둘레길과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 둘레길, 향일암과 갓김치가 부르는 돌산해변길이 그것이다.

기러기를 닮은 안도, 백야도, 화태도, 낭도 등 연륙도교가 놓일 섬들은 둘레길로 주민 생활이 한층 편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여수에 둘레길이 많은 것은 아름다운 해안경관에 섬들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경관은 둘레길이 가진 힐링의 여러 요소 중의 하나일 뿐이다.

 

구봉산둘레길

구봉산 편백림길

높이 388미터의 구봉산 중간지점을 한 바퀴 도는 구봉산둘레길은 약 10km에 달하고 2시간이 소요된다.

지리산이나 제주의 둘레길에 비하면 매우 짧은 거리지만 여느 둘레길보다 빼어난 풍치와 선조들의 다양한 자취들이 걸음걸음 기다리고 있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따라 전설의 아홉 줄기를 오르내리면 가지 사이사이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바다 경관이 행인의 마음을 빼앗고 조상들이 물려준 삶의 자취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둘레길을 동쪽 한재에서 우측으로 돌며 안내하겠다.

 

한재에서 본 일출

출발지인 한재 주차장

터널 위에 작은 주차장과 정자 간단한 체육시설이 설치된 한재고개는 구봉산 동쪽 큰줄기의 가장 낮은 목이다.

여수구항만(이순신대교)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가물가물 남해 섬 끝단과 이어져 보이는 욕지도 바다에서는 아침마다 붉은 태양이 솟아오른다.

그러나 이곳이 해맞이 장소임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렇기에 소수의 사람들만 매년 1월1일 이곳에서 바다를 솟구쳐 여수를 향해 뿜어 오는 새해의 기운에 환호한다.

 

여서배수지

여서배수지

기점으로부터 약 500m거리 전설의 두 번째 줄기인 부영7차 등산로와 교차하는 지점의 바로 밑에는 규모가 큰 배수지가 하나 있다.

혹시 상수도 배수지가 무슨 역사의 자취냐고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이는 모르는 얘기다. 여서배수지는 여문신도심개발에 맞추어 1987년에 6,400톤 용량으로 건설된 당시로서는 큰 규모의 공사였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또 시간이 흐르면 이곳에 역사의 가치를 부여해 줄 것이다.

 

시가지경관

신도심~안심산

구봉산의 동서줄기는 여수시가지를  해안과 내륙으로 양분한다.

기점에서 출발하여 북서쪽 길을 걸으면 시야가 트이는 곳마다 생동감 넘치는 시가지의 모습이 시선을 끈다.

가까이는 고락산(350m)을 배경으로 형성된 신도심이, 멀리는 여수의 중심지로 번창하고 있는 시가지(구 여천시)가 안심산 자락의 가막만 해안과 어울려 그림처럼 다가온다.

 

편백숲

구봉산 편백림 쉼터

항균제인 피톤치드가 발산되는 편백숲은 건강산책코스로 각광을 받는다.

구봉산둘레길 서편 약 3키로 구간에는 넓은 편백숲이 세 곳이나 있다. 1970년대부터 이십여년에 걸쳐 큰 능선을 건너뛰며 골짜기와 산비탈에 조림한 편백나무가 숲을 이뤄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상쾌한 공기그늘과 쉬어갈 자리를 제공한다.

편백림 속식수 기념 기록바위

두 번째 숲은 벤치와 돌탑이 있는 쉼터이고, 세 번째 잔등의 쉼터는 바로 앞에 한국화약경계철망이 있는 곳이다. 철망 너머로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비 망루가 있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이곳에서 보는 여수의 경치는 어떨지 궁금하다.

 

서방의 경관과 일몰

가막만~고흥 팔영산

구봉산 둘레길의 서편을 지나다보면 가까이는 가막만과 외곽의 백야도를 비롯한 섬들이 육지처럼 이어져 있다.

그리고 가물가물한 산을 당겨보면 세워 놓은 손가락의 끝을 보듯이 팔영산의 여덟 봉우리가 저곳이 고흥임을 알려 준다.

그러면 눈은 저절로 좌(남)측 끝단을 향해 돌아가며 굉음과 불줄기를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던 나로도 우주발사 기지를 그려보게 된다.

구봉산의 서편 둘레길에서는 시야가 열린 곳이면 어디서나 일몰을 볼 수 있다.

 

해안전망

여수하면 먼저 빼어나게 아름다운 해안경관이 떠오른다. 그 경관을 한눈에 보려면 구봉산 정상에 올라야 한다.

하지만 구봉산의 남쪽 둘레길은 한 장의 사진으로 초점이 흩어지는 정상과 달리 각 장으로 나누어 비교하면서 이어보는, 진정한 여수해안의 작품길이라 할 수 있다.

굽이굽이 길을 지나면 보이는 곳마다 펼쳐지는 각기 다른 해안의 선명한 풍경, 이곳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사진작가가 되는 이유다.

 

한산사

한산사. 여수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한산사는 고려 말 보조국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하는 여수 8경 중의 3경인 한산모종(寒山暮鐘-해질녘에 울리는 범종소리)으로 유명한 고찰이다.

전각은 대웅전과 칠성각, 용왕전, 약사전, 범종각 등 8동으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시가지와 해안이 한눈에 굽어보이는 명당에 위치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한산사 범종각

아름드리 고목들이 가지를 늘인 한산사의 입구를 지나 둘레길이 놓였다.

높은 축대 앞을 돌면 한산사 입구에서 범종각이 손님을 맞는다. 한산사는 800여 년간 구봉산을 지켜온 여수의 불교유적이다.

 

약수터

한산사의 입구에서 돌아가면 구봉산에서 제일 규모 있게 잘 가꾸어 놓은 구봉약수터가 나온다. 주위에는 체육시설과 샤워장도 있다.

제목을 약수터들이라고 한 것은 구봉산에는 사방에 약수터가 많기 때문이다. 동쪽의 텃골약수터와 연곡약수터, 서쪽의 쌍바구약수터 등.

80년대까지만 해도 정월대보름이면 약수터 앞에 부정을 경계하는 금줄을 치기도 하고 변함없는 물맛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기도 하였다.

 

전설의 아홉 줄기와 등산로

구봉산 남쪽길에서 바라본 모습

하늘나라에서 심부름 온 봉황이 아름다운 오동나무 섬에 넋을 잃어 그만 귀환할 시간을 놓쳐 구봉산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구봉산은 아홉 개의 큰 줄기로 이루어져 둘레길은 뼈대와 같은 그 아홉 등을 가볍게 넘으면서 돌아간다.

만약 이 아홉 줄기를 한 등씩 넘을 때마다 만나는 행운과 사이사이 테마를 담은 길로 조성을 한다면 환상의 해안경관과 어울려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은 걸어보고 싶어 하는 코스가 되기에 충분하다.

구봉산의 둘레길은 보물이 될 수 있는 최상의 여건을 지녔음에도 극소수 여수 시민들만의 건강길로 활용되고 있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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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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