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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교육칼럼11]여수교육이여!

  • 입력 2013.08.19 08:46
  • 기자명 yosu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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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교육이여! 아직도 그대 꿈꾸고 있는가?‘


아직도 그대 꿈꾸고 있는가? 어디에서 들어봄직한 글귀 아닌가? 박완서님의 소설 제목이다. 그렇다. 여수시 교육지원과는 매년 100억에 가까운 시민의 세금을 교육희망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휩쓸려 줏대 없는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여수시 교육의 방향에 대하여 몇 가지 생각을 재검하고 싶다.

여수 교육의 현주소를 알고 있는가? 고교 평준화 이후 지역의 우수학생(?)들이 외지로 빠져나가는 것이 일정 선을 넘어서면서 일부 시민들은 여수 교육이 황폐화되었다고 아우성이다. 이 같은 시민들의 바람과 비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교육과 관련된 제반 상황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먼저 기성세대의 의식부터 진단해보자.

기성세대들은 직업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체면 때문인지 몰라도 미래의 동량들을 쉽게 재단하는 경향이 있다. 건실하지 못한 교육제도에 대하여 한 번도 반문을 하지 않으면서 무의식중에 소위 ‘국, 영, 수’성적에 함몰되어 국, 영, 수를 잘하는 아이만이 훌륭한(?) 어른이 된다는 도그마에 빠져있다. 그러다보니 진정 미래를 꿈꾸는 태반의 아이들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사회에서 쓸모 없는 존재처럼 폄하되고 있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기성세대는 모든 학생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고 학생들의 진로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성세대가 윗세대로부터 물려받았던 사람에 대한 가치판단 기준을 아직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어젠다(agenda)를 가지고 살아있는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면 21세기 직장에서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는가를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는 경쟁구조 때문에 엄연히 지식 습득에 대한 서열을 중시한다. 지금도 대학마다 서열(?)이 정해졌기 때문에 소위 S, K, Y 대학만 나오면 직장이 어느 정도 결정되고 앞날까지 보장이 된다. 하지만 21세기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의 기준은 많이 변했다. 요즘 직장에서는 공감 지수와 대인관계 지수, 성실 지수가 높은 사람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단순히 틀에 박힌 지식을 기억해 내는 사람보다는 참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을 원하고 있다. 지금 이러한 조건이 S, K, Y 대학만 나오면 다 가능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기성세대의 삶을 살펴보면 대학과 직장은 일부분 상관관계가 있지만 이러한 공식으로 설명하지 못할 직장들도 많다. 그래서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지금이라도 교육과 진로의 방향을 깊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대 아직도 여수 교육에 대하여 꿈꾸고 있는가? 교육은 수월성과 평등성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50% 이상의 성적을 거둔 학생들의 인생 진로만 고민하지 말고, 50% 이하의 성적을 내는 학생들에게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른바 교육의 목적은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국, 영 ,수 교과목을 잘하는 학생에만 관심이 있지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는 무관심하다. 마치 자화상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분명 50% 이하의 성적을 내는 학생들도 사회에 나가면 사회의 한축을 담당할 중요한 인재들이다. 어찌 이들이 없이 대통령과 시장이 있을 것이며, 회사원과 상인, 농부가 있겠는가? 기성세대는 겸허하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교육과 지역사회가 유기적인 연관관계를 가져야 한다. 즉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이 학생들의 학습을 위한 환경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또한여수시 교육지원과는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문화 공간을 확충해주어야 한다. 학생들의 학습과 성장은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도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교과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접근이 쉬운 공간에 다양한 삶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 공연, 체육 꿈틀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 정말 지엽적인 안목이 아니라 거시적인 혜안으로 교육인프라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 중에서 인재 아닌 인재는 단 한 사람도 없다. 성적(국,영,수)이 좋은 학생(자식, 조카, 이웃)과 좋지 않은 학생도 다 소중한 인재라는 사실이다.

이젠 국, 영, 수의 지적 영역만을 보고 학생의 미래와 가치를 판단하지 말자. 지금 기성세대가 해야 할 최대의 임무는 학생이 미래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최적의 교육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더불어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학생에게 격려하고 칭찬해주는 것이다. 혹 역경에 처해있을 땐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는 일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의 의미는 극히 주관적인 것이지만 기성세대는 진정한 행복 지수를 알고 있다. 출세, 존중, 금전, 정직, 성실, 배려, 따뜻한 가슴, 더불어 사는 삶 등 학생이 선택해야 할 단어가 대학 진학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형성된다는 것을 강력하게 언행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직도 그대 꿈꾸고 있는가? 이젠 고쳐봄직한 글귀 아닌가? 여수시민이 다시 쓰는 삶의 제목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 여수시 교육지원과는 매년 100억에 가까운 시민의 혈세를 아이들의 미래꿈틀키우기에 투자해야한다. 물신주의(物神主義)에 휩쓸려 주체성 없는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여수시 교육의 방향에 대하여 정문일침(頂門一鍼)을 가하고 싶다. 아직도 그대 서울대학 진학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만을 찾고 있는가? (여양고등학교 교사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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