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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진짜 부러운 이유

  • 입력 2013.08.27 12:54
  • 기자명 yosu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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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은 성공한 시장인 것 같다. 이런 공무원이 있어서 행복할 것 같다."

8월 26일 여수넷통이 주최한 ‘서울시 사례로 본 아파트 관리비 무엇이 문제인가?‘ 시시비비 강연회를 들은 사람들이 함께 느꼈을 것이다. 참석자들은 강연회 하기 전까지는 공무원 초청 강연회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왜냐면 우리나라 전형적인 공무원의 특징은 판에 박은듯한 이야기, 무미 건조한 사무적인 답변뿐이기 때문이다. 법에 나온 대로, 지침 대로, 다른 공직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은 가장 언어 중립적인 보신주의 이야기를 한다. 써온 원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만 한다.

서울시 공동주택과 장정호 주무관은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 주었다. 시민운동가인 우리들보다 거침없이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였다. 이날 초청 강연회가 열린 여수넷통 강의실에는 70명이 넘은 여수지역아파트관리소장과 아파트자치회장, 여수시 관계 공무원이 참석하였다. 공동주택 관리에 있어서는 국가 검정을 통과한 주택관리사들앞에서 강의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주택관리사 자격증도 없는자격증도 없는 제가 전문가들 앞에서 강의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서도 공부하지 않은 관리소장이 많다"고 말을 한다. 청중의 비위를 맞추기 쉬운데도 뼈아픈 지적의 돌직구를 날린다. 이 말을 들은 열심히 일하는 소장들은 귀에 거슬리는 말이다.

여수시는 공동주택팀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늘 4명이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여수에 150 여 개의 단지를 어떻게 4명이서 관리를 하겠느냐며 인력 탓을 한다. 장정호 주무관이 근무하는 서울시청도 사무관 포함해서 4명이라고 한다. 전국의 아파트를 들썩거리게 만든 서울 시내 11개 단지 아파트 조사도 4명의 공무원이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공무원의 업무에 대한 소신과 열의라는 것이다.

"칼 같이 퇴근하고, 밤 늦게, 주말 일하지 않고서 어떻게 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업무 담당 과정에서 민원인들로부터 행정소송과 징계 요청 등 끝없이 많은 제재를 당했지만 그때마다 굽힘없이 대응을 해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은 장 주무관만의 전문성 확보이다.


 

강의를 하는 과정에서 그는 주택법 몇 조 몇 항에 근거해서, 시행령과 준칙, 조례, 지침, 심지어는 변호사가 적용하는 아파트 관련 대법원의 언제 판례까지 하나하나 들어가면서 설명을 한다. 전문가들인 주택관리사와 수년간 아파트 자치활동을 했던 회장들까지 그 실력에 감탄을 하면서 조용히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경청을 한다. 물론 다 아는 내용이지만 그들은 시청 공무원의 해박한 전문 지식과 소신있는 태도에 부러움을 느꼈다.

장주무관이 이토록 온갖 위협 속에서도 당당히 버티고 있는 것은 바로 전문성이다. 대학 때는 전공이 역사학이라고 한다. 공동주택과 관련되어서 전공을 하지 않았는데도, 주택관리사 자격증도 없는데도 전문성이 밀리지 않은 것은 바로 그 업무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급자인 담당과장도 그 3년 동안 3명이나 바뀌었다고 한다. 서울시의 그많은 아파트 민원에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나가 떨어진다고 한다.

서울시 모든 아파트 관리를 하는 장주무관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국토부에서까지 강성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그것은 모든 업무를 순간 위기 모면이 아닌 원칙적인 견지에서 집행하기 때문이다. 어떤 외부와 상급자의 압력에도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국토부가 아파트 자치회 임원 선출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로, 임기도 현행 2년 2회 연임에서 완전 제한 없이 취임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려고 한 것을 끝까지 막아놓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 자치는 우리나라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입니다."

장주무관은 강연 전체적으로 아파트 문제를 단순히 주택의 문제로 보지 않고 아파트 자치는 곧 주민 자치로 이해하고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아파트 자치에서 민주주의가 실천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4시부터 시작해서 6시까지 진행된 강연회 마지막에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다. 어느 참석자가 " 입주민이 아파트 자치 활동을 시작하면서 2년은 뭔가 모르고 쫓아다니고, 다음 2년은 뭔가 알 것 같아 일할만 하니까 임기 제한에 걸린다."는 반론에 아파트 자치에서 그와 같은 건강한 아파트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아파트를 통해서 나쁜 것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는 한 임기 제한은 엄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여수시는 훌륭한 자치회장과 뛰어난 관리소장 덕분에 분쟁이 없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아름다운 아파트 관리 사례도 널리 소개해달라는 건의를 받아들였다.

이 순간에 다른 공무원 같으면 좋은 의견 고려하겠다고 하면서 넘어가면 된다. 지금은 서울시가 장주무관을 공동주택과 아파트 관리 업무에서 얼마 전에 만든 ‘아파트 관리지원센터‘에서 조사 업무를 맡겼다고 한다. 6개월이 안되어서 후임자가 벌써 2명이나 바뀌었다고 한다. 그만큼 아파트 관리는 많은 아파트 때문에 민원과 고발, 소송이 잇따라서 견디기가 어렵다.

장주무관은 박원순 시장이 센터 개소식에서 "맑고 건강한 아파트를 적극 지원하지만 나쁜 마음을 갖고 있는 아파트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일을 해라"는 말에 고무되어 있다. 시장과 국장이 자신을 믿어주고 있는데 끝까지 맑고 건강한 아파트 만들기에 앞장서겠다는 굳은 결의를 하였다.

광주 전남에서 여수가 처음이라는 그는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강연 사례비를 거절한 것이다."시민단체는 어려운데 강사료를 받아서는 안된다. 협회와 같은 데는 받지만 어려운 시민단체는 받을 수 없다"고 하였다. 오히려 여수넷통이 아파트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어서 감사하다는 뜻과 어려운 살림살이를 더 걱정하여 주었다.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서 서울시에서 공무원을 하고 있다는 그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딴세상을 사는 것 같다.

언론사도 경찰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 배짱은 전문성에서 오는 것 같다. 혀를 두를 정도로 뛰어난 실력은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우리나라 공무원상을 새롭게 그려보게 하였다. 역시 명시장이 있어서 명공무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 모두 동의를 하는 것 같다.박원순 시장은 행복할 것 같다. 나름대로 철학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 장정호 주무관 같은 공무원이 있어서 서울공화국을 잘 이끌고 있는 것 같다.

공무원이 변하지 않고서는 지역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 강연회였다. 여수시 2천여 공무원 중에는 장주무관같은 이가 얼마나 있을까? 여수시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는 공무원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지난 7월 인사 파동처럼 인사와 기획, 예산 등 특정 업무에 있어야 승진을 하기 때문에 현재 자기 업무에 소홀히 할 수가 있다.

모든 공무원은 언제든지 승진하기 좋은 보직으로 전보를 노리고 있다. 그래서 기껏 1년이면 이동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언제 전문성을 익힐 틈이 없다. 조금 알만하면 다른 데로 전보하는 식의 인사로는 공무원의 전문성과 소신은 키워질 수 없다는 것을 이번 강연회가 보여주었다.

여수시 공무원도 한 자리에서 3년 이상 업무를 보면 전문가가 되고, 관계인들과 이해 당사자들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 자리에 있어도 승진이 가능하고, 승진해서도 그 자리에 있다면 실무 능력은 뛰어날 수 밖에 없다. 공무원의 업무는 매년 같은 내용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어쩌면 단순하다. 이렇게 전문성을 키운 여수 공무원도 다른 지역으로 초청 받아서 강연을 다녔으면 한다. 지금 서울시 장정호 주무관은 공동주택 관련 강연이 쇄도해서 기초자치단체로는 여수가 처음이고, 광역단위로만 다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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