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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가 출간한 '현대판 장모사랑 사모곡'

시인이 된 여수산단 대기업 노동자
이생용 첫 시집『정귀훈 여사의 꼬막에 대해 말하자면』

  • 입력 2021.02.28 17:05
  • 수정 2021.02.28 17:57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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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동네 시인선 146번째 출간된 이생용 시인의 첫 시집 책표지
▲ 시인동네 시인선 146번째 출간된 이생용 시인의 첫 시집 책표지

여수산단 대기업 노동자가 평생 여수 섬달천에서 뻘배를 밀며 꼬막을 캐던 장모님을 생각하며 시집 '꼬막인생'을 펴내 눈길을 끈다.

이생용 시인은 1986년 여수롯데케미칼 입사해 35년째 자재과에서 근무중이다.

 

시인동네가 모셔간 이생용의 시.시.시

2013년 <리토피아>로 등단한 이생용 시인의 첫 시집 『정귀훈 여사의 꼬막에 대해 말하자면』은 시인동네 시인선 146번째로 출간됐다.

시에는 사위의 장모님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가득 담겼다. 시를 읽다 보면 장모인 정귀훈 여사가 뻘배를 밀며 강인하게 살아온, 바닷가 아낙네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잠시 시에 빠져보자.

 

막걸리 한 사발이면 환하게 웃음 짓는 정귀훈 여사는

여자만 달천 마을에 시집와 징글맞은 말년꺼정 살고 있는데요

 

갯가에 산다는 것이

남자는 세월 타박이나 하는 정승이요,

여자는 황토에 묻히기 전까지는 뻘밭에 뒹구는 것이라나

 

허리가 휘고 관절에서 쇠구슬이 굴러가는 소리가 나도록 뻘배를 밀었던 거지요(중략)

 

아 글씨, 어느날

신풍 애양병원에 누웠는데요

인공관절로 시술하면 뻘배는 영 이별이라 하시면서

삶아낸 참꼬막 같은 뜨거운 눈물을 보이더라구요

 

영을 트는 날이면

절룩거리는 다리를 끌고 갯가를 서성이는 속마음을 누가 알리오마는(하략)

 

이생용 시인은 "달천에 사는 장모님이 시집와서 꼬막을 잡으면서 관절이 다 나가버릴 정도로 일을 하다 보니 인공관절을 심었다"면서 "그 뒤로 뻘(펄) 일을 못한 것을 소재로 이 시를 썼다"라고 사위의 눈으로 바라본 장모님 사랑을 시집으로 오롯이 펴낸 이유를 설명했다.

▲ 뻘배 탄 장모님의 꼬막인생을 소재로 쓴 시집 '정귀훈 여사의 꼬막에 대해 말하자면'을 쓴 이생용 시인
▲ 뻘배 탄 장모님의 꼬막인생을 소재로 쓴 시집 '정귀훈 여사의 꼬막에 대해 말하자면'을 쓴 이생용 시인

이번 작품은 2013년부터 쓴 시들을 모은 그의 처녀작이다. 특히 이 시집은 시인이 자비를 털어 낸 시집이 아니고 <시인동네> 출판사 측에서 비용을 대며 시집을 출판하겠다고 컨택이 들어온, 작품성을 인정받은 시들이다. 시집은 시 60편이 실린 116페이지 분량이다.

 

"진정성 인정받은 내 생애 최고의 선물"

이 시인은 "어렸을 때부터 시를 좋아해 계속 꿈을 간직했던 것을 출판사에서 초이스해 꿈을 이루게 됐다"라면서 "시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아 제 인생 최고의 마지막 선물을 받은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 시인의 작품을 읽은 백인덕 시인은 "그의 시는 당연한 것에 대해 거듭 질문하는 데서 나아가 자기만의 방법으로 질문하고 있다. 또 이해나 오해라는 방향에 대한 염려 없이 나름의 ‘길’을 걸었던 그가 얼마나 생각이 많은 사람인지 시집 곳곳에서 드러난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생용 시인은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여수에서 학교를 졸업 후 평생을 살고 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2013년 <리토피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또 마라토너로 보스턴마라톤을 완주하는 등 시인답지 않은 강한 체력을 지녀 눈길을 끈다. 현재 <갈무리>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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