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란의 장도 블루노트’ 연재를 시작한다. 피아니스트 이혜란이 건반 대신 펜으로 쓴 음악 에세이다.
어릴 적부터 시작한 피아노와 강의, 연주 등 음악과 함께 바리스타의 활동으로 지낸 장도에서의 삶이 어느덧 일년이 지났다.
신선한 호흡을 위해 변화가 필요해 지난주에 새로운 곳으로의 공간이동을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 곳에서는 아침에 눈을 뜨면 물에 잠기는 장도의 다리(진섬다리)가 보이며 어둠이 내리면 장도 전시관의 긴 불빛이 또한 보인다. 장도의 안팎을 늘 바라보는 '장도바라기'가 되었으니.
어린 시절,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피아노를 치는 나의 모습을 그려보곤 했었는데 이제는 요트가 떠 있는 바다를 보면서 살게 되었다.
와인 잔에 비치는 바닷물결과 함께 문득 나를 행복하게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 올려진다
파데레브스키(L.J.Paderewski 1860-1941)의 메뉴엣(Minuet).
그의 메뉴엣을 처음 들었을 때에 작곡가가 누군지도 모르며 그저 음악이 좋아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작은 아씨들’에 나오는 피아노 치는 베스와도 친구가 되었고 먼 나라의 공주가 되어 상상력의 날개를 펼치며 이웃나라 왕자를 만나 춤을 추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엣을 작곡한 파데레브스키는 폴란드의 수상이 된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로 폴란드의 독립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이었다.
피아니스트로서의 자신의 명성을 오로지 조국의 국토회복을 위하여 ‘쇼팽의 나라 폴란드’와 ‘쇼팽을 연주하는 파데레브스키’로 열차에 피아노를 싣고 폴란드의 역사적 상황을 호소하며 연주했다 하니 얼마나 멋진 사람인가!
1922년 주권회복이라는 큰 역할을 완수한 후에는 다시금 음악가로서의 활동을 재개하여 쇼팽의 교정판 전집의 편집을 위해 헌신하였다.
그의 메뉴엣을 한동안 잊었다가 얼마 전 제자가 구해준 이 곡의 악보를 받고 내 영혼의 공간이동을 어린 시절로 옮길 수 있으니, 장도를 찾아오는 어린 영혼들을 만나면 즐거운 마음으로 이 곡을 연주한다.
슈만(R.Schumann,1810-1856)의 ‘즐거운 농부’도 행복했던 그 시절을 미소지으며 회상할 수 있는데 이 곡도 악보가 구해지면 들려줄 계획이다.
메뉴엣은 우아한 3박자 리듬의 곡으로 춤을 반주하는 음악에서 점차 기악곡이 되어 바로크 시대에는 모음곡으로, 고전시대에는 여러 악장으로 이루어진 음악의 한 악장으로 사용되었다.
메뉴엣을 들으면 음악의 흐름에 따라 어깨에 쌓인 무거운 것들이 가벼워지며 단순해진다.지나고보면 별 일도 아니었는데 말이지!
바하, 베토벤의 메뉴엣도 상큼하다. 메뉴엣 들으며 기분전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