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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오월

이혜란의 장도블루노트(6)...리스트 '파가니니에 의한 대연습곡'
팬데믹으로 어지러운 마음을 새벽 피아노 연주로 달래
파가니니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작곡한 대연습곡
5월, 리스트의 연습곡을 차례로 연주하며 새롭게 태어나

  • 입력 2021.05.13 17:08
  • 수정 2021.06.15 12:57
  • 기자명 이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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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소개글

‘이혜란의 장도 블루노트’ 연재를 시작한다. 피아니스트 이혜란이 건반 대신 펜으로 쓴 음악 에세이다.

그는 예술섬 장도아트카페에서 문화 기획가로 활동 중이다. 연재를 통해 커피를 만들며 피아노 건반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전람회장 옆 카페이야기를 전하게 된다. 장도 예술섬 전람회장 옆 카페 단상이면서 문화예술계의 편안한 ‘잡설’을 전할지도 모른다.

한때 ‘해안통’ 문화사랑방에서 문화예술 이벤트프로듀서와 문화사랑방 운영자로서의 경험들이 되살아 날 것이다. 예술섬장도에서 ‘리스타’로서의 멋진 기획들도 만나게 된다. 에세이와 관련된 명곡들은 유튜브 동영상으로 피아노 명곡 감상의 기회도 함께 곁들인다.
 

“Who are You?”

영화 ‘악마의 파가니니’에서 샬롯이 파가니니에게 질문하자 그가 말하기를, “나는 음악으로 숨쉬는 사람이다. 가슴의 울림과 작은 움직임까지 음악에 불어 넣는다”라고 답한다.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는 전설적인 이탈리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이다.

파리에서 그의 연주를 들은 리스트는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리라 다심하며 하루에 10시간 이상 연습에 매진한다.

그렿게 만들어진 곡이 바로 ‘Grandes Etudes de Paganini(파가니니에 의한 대연습곡’이다.

아래는 '파가니니에 의한 대연습곡' 6개의 곡 가운데 세번째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 작은 종)’ 이다. 손열음 연주자의 곡을 준비했다.

 

파가니니가 음악으로 숨을 쉰다면 나는 음악 속에 삶의 희노애락을 담는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상황을 떠올리며 연주할 곡들을 생각한다.

맑은 아침에는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흐린 날에는 슈만을, 바람불어 문득 외로울 때에는 쇼팽을, 복잡한 일들로 머리가 산만할 때는 베토벤의 악보를 펼친다.

그리고는 실마리를 풀어내듯 일상의 문제들, 관계의 어려움, 실존적 외로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차분하게 음들의 조화를 그려낸다.

팬데믹으로 점점 주변이 조여오는 듯한 요즈음, 새벽 연습 도중 창밖을 바라보니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가 손짓한다.

”아름다운 이 계절에 춤을 추렴,

바람에게 온 몸과 마음을 맡겨보렴,

지독한 이기심과 몰인정,

오해와 모순, 그리고 편견같은 것들

이 또한 지나가리니

이 순간을 너의 것으로 만들렴"

오월에는 리스트의 음악을 택한다. 그의 음악으로 에너지를 채우며 활기를 되찾는다.

6개의 곡으로 구성된 파가니니 연습곡을 순서대로 연주하며 내 안에 있는 불편한 것들을 하나씩 제거한다.

3번의 ‘La campanella(종)’에 와서는 한결 가벼워진 내 영혼을 바라볼 수 있다.

이제야 마음껏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래, 다시 또 시작하는거야. 마치 처음처럼 새롭게 시작하는거야, 투명하게 춤추는 오월을 만들어 보는거야.

예전에 읽다가 덮어버린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의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올라 다시금 읽고 있다.

조르바처럼 춤을 춰야지. 자유를 상징하는 그의 악기 산토르처럼 지금은 제자에게 있는 나의 분신 ‘Steinway & Sons’와 함께 할 시간들을 꿈꾼다.

늘 나에게 꽃을 선물해 주는 그녀도 떠오른다. 이번엔 내가 그녀에게 한아름 꽃을 안겨 줘야지, 그리고 함께 춤을 춰야지.

음악에게 길을 묻는다. 그렇게 마음의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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