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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의 하모니(Harmony, 조화로움)

이혜란의 장도블루노트(7)... 드보르작 '피아노 5중주'
피아노와 3종류의 현악기가 완벽하게 어울리는 곡
지휘자 없이 연주자들이 교감하며 완성하는 하모니
이곳 장도 공동체에서 나 역시 조화롭게 어울리는지 돌아봐

  • 입력 2021.05.23 12:27
  • 수정 2021.06.15 12:19
  • 기자명 이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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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소개글

‘이혜란의 장도 블루노트’ 연재를 시작한다. 피아니스트 이혜란이 건반 대신 펜으로 쓴 음악 에세이다.

그는 예술섬 장도아트카페에서 문화 기획가로 활동 중이다. 연재를 통해 커피를 만들며 피아노 건반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전람회장 옆 카페이야기를 전하게 된다. 장도 예술섬 전람회장 옆 카페 단상이면서 문화예술계의 편안한 ‘잡설’을 전할지도 모른다.

한때 ‘해안통’ 문화사랑방에서 문화예술 이벤트프로듀서와 문화사랑방 운영자로서의 경험들이 되살아 날 것이다. 예술섬장도에서 ‘리스타’로서의 멋진 기획들도 만나게 된다. 에세이와 관련된 명곡들은 유튜브 동영상으로 피아노 명곡 감상의 기회도 함께 곁들인다.

하모니는 ‘조화로움,어울림’을 뜻하는 단어로 음악에 많이 사용되는 언어다.

기악합주곡인 실내악(Chamber music)을 들어보면 진정한 조화로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낄 수 있다.

피아노 5중주(Piano Quintet)는 5명의 연주자들로 구성되는데 피아노,바이올린1,2 비올라, 첼로 이렇게 서로 다른 음색의 악기가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면서도 강약과 리듬과 호흡을 곡 전체의 흐름에 맞추어 음악을 완성시켜 나간다.

드보르작(A.Dvorak 1841-1904)의 피아노 5중주(Piano Quintet A장조 Op.81) 2번은 슈만, 브람스의 작품과 함께 ‘피아노 5중주’를 대표하는 곡이다. 총 4악장으로 구성되어진 이 곡은 체코의 민속 음악적 요소와 보헤미아의 애조가 담긴, 피아노와 현악기가 주고받는 대화가 매력적인 곡이다.

 

위위 영상은 드보르작의 '피아노 5중주' A장조 Op.81 중 1악장 'Allegro, ma non tanto' 라는 곡이다.

장도가 한적한 날에는 이 곡을 즐겨 듣는다. 내가 좋아하는 2악장에 와서는 눈을 감고 듣는다. 카프카(F.kafka1883-1924)와 알폰스 무하(A.Mucha 1860-1939)가 있는 프라하, 카를교와 몰다우강의 야경, Kozel 맥주와 체코의 전통음식인 꼴레뉴...

이 모든 것들을 함께했던 사랑하는 이들과의 아련한 추억들이 음악을 듣는 동안 함께 어우러지며 조화를 이룬다. 내 영혼의 굳어진 부분들도 음악의 흐름으로 유연하게 풀어진다.

실내악은 지휘자 없이 연주자가 음악의 흐름을 만들어 간다. 함께 연주하는 이들은 영혼의 교감을 하며 서로의 소리를 세밀하게 듣기 때문이며 혼자만의 곡선이 아닌 서로의 호흡을 맞추어 가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곡을 연습하는 팀의 연주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중 한 멤버로 인해 이토록 아름다운 곡이 엉망진창이 되는 것을 보며 무척 안타까웠다.

그 멤버는 오직 자신의 소리만 듣고 있으며 반면 본인이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야 할 때에는 자신감 없는 연주로 인해 그 순간의 음악을 텅 비어있게 만들었다.

다른 멤버들이 정말 힘들어 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템포로 처음부터 끝까지 고집스럽게 끌고가는 점으로 듣고있는 나도 가슴이 답답하였다.

열심은 있으나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며 자신의 원칙만 고수하는 답답함으로 인해 공동체를 힘들게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너무 날카롭고 예민하여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며 오로지 자신만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함께하는 공동체에서, 나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도에서, 나 역시 조화로움을 거슬리게 하는 방해자가 아닌지 되돌아본다.

장도의 조화로움은 신(神)의 작품이다.

청명한 바람따라 흘러가는 구름들의 모습들, 이를 바라보며 반기는 가녀린 풀들과 꽃들의 시선들 그 어느것도 서로를 방해하는 것이 없다. 이것이 진정한 조화로움이며 아름다운 하모니다.

각각의 색과 빛을 마음껏 발하지만 무엇보다 함께하며 부드러운 사랑의 눈빛으로 나눈다. 매일매일 조화로움의 향기를 발하는 그들의 언어와 모습을 닮아가려고 노력한다.

이 곳 장도! 바람의 소리를 들고 꽃들의 속삮임과 새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며 피아노 연주가 그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간간이 들리게 한다.

예술의 섬 장도! 이 멋진 신(神)의 작품에 방해자가 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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