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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헌책방 '형설책방' 살리기에 나선 사람들

‘형설책방’ 수년 전부터 경영에 어려움 겪다 2년 전 문닫아
뜻 있는 시민들 ‘헌책방살리기’에 나서, 독지가들 도움 이어져
무예인 김준영씨가 건물 60평 무료 제공이 재개 ‘실마리’
기업체에서도 차량 지원, 자원봉사자들도 발벗고 나서

  • 입력 2021.07.06 14:00
  • 수정 2021.07.07 09:51
  • 기자명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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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오림동에 문을 열게될 헌책방 '형설책방' 건물. 건물주 김준영씨가 무료대여 해주면서 미리 간판까지 내걸어 주었다.  ⓒ오병종
▲새롭게 오림동에 문을 열게될 헌책방 '형설책방' 건물. 건물주 김준영씨가 무료대여 해주면서 미리 간판까지 내걸어 주었다. ⓒ오병종

 

여수의 유일한 헌 책방이었던 ‘형설책방’이 문을 닫은 지 약 2년. 
20만 권의 장서를 자랑하는 헌책방은 6~7년 전부터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명맥을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으나 역부족이었다.     

문 닫기 전 20년 이상 ‘형설책방’을 운영해 온 조화익(63)씨 얘기다.
“3층 건물을 통째 빌려서 헌책방을 운영해 왔는데, 헌책방이 사양산업이다 보니 월세 부담도 할 수 없을 정도여서 도저히 운영이 안돼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헌책방 명맥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시민들의 도움으로 곧 문을 열 것 같습니다.”   

여수의 유일한 헌책방이었던 ‘형설책방’은 수년전부터 어려운 여건에서도 여수에서 하나 남은 헌책방으로서 명맥을 유지해 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어렵게 명맥을 유지해 가는 헌 책방의 상황을 알리는 뉴스였는데 벌써 5~6년 전의 일이다.  아래 뉴스를 클릭하면 당시 관련 뉴스를 볼 수 있다. 

<오마이뉴스> 2015. 12.12  “딱하나 남은 헌책방,20만여권 돈으로 따져봤더니” 

<여수넷통뉴스>2016.02.17. “22만권이 호강을 누리는 현악연주회

시민들이 찾아가 헌책방에서 문화행사를 열면서 명맥을 유지하려 했으나 만만치 않았다. 몇몇이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는 헌책방 운영이라는 개별적인 사업은 살아남기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조화익씨 얘기다.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3층 건물 집세가 밀려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았죠, 그런데 20만권이 넘는 장서를 보관할 공간이 없는 겁니다, 이때 많은 분들이 노력했죠. 결국 여수시 산림조합의 도움으로 겨우 산림조합 빈 지하 창고를 무료로 사용하게 해 줘 그동안 거기에 책을 보관했습니다.”

▲무예도장을 운영하는 김관장이 수업중 책방에 와서 무료대여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다.  ⓒ오병종
▲무예도장을 운영하는 김관장이 수업중 책방에 와서 무료대여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다. ⓒ오병종

그러나 무작정 보관만 할 수 없는 일. 독지가가 나타났다. 여수시 오림동에서 무예도장을 운영하는 김준영씨(광무특공무술 관장)가 자신의 건물 지하 60평을 무료로 사용하도록 배려했다. ‘여수넷통운영위원이기도 한 김준영씨는 지금까지 현재의 건물에 세들어 살았으나, 최근 무예도장의 해당건물을 구입하게 되자 바로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에 옮겼다고 말한다.

저를 무예인으로 이끈 스승님이 계십니다, 그 스승님은 저에게 사회에 나가면 꼭 사회 밑바닥을 공고히하는 일에 힘써라고 당부를 했는데요, 그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서 지금까지는 자원봉사로 도왔고요. 이제 건물 공간을 남에게 제공할 수 있는 위치가 되다보니까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까 궁리를 하면서 청년들에게 문화공간으로 무료로 제공해주려고도 알아보는 중이었는데, 딱한 헌책방 사정을 듣고 제가 책방 주인을 찾아갔죠.

지하실이고 습기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사용하겠냐고 제안했더니,의외로 습기문제가 크지 않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오히려 제가 허락을 받아서 헌책방이 들어서게 된겁니다고전에 남자가 다섯 수레 책만 읽어도 된다(남아수도오거서 男兒須讀五車書)고 했는데, 제 건물에 오백 수레가 넘는 책이 들어오니 저는 큰 행운이죠하하~”

▲ 기업체 지원차량과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2일 책장을 운반하고 있다. ⓒ한창진
▲ 기업체 지원차량과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2일 책장을 운반하고 있다. ⓒ한창진

20만권의 책을 옮겨야 하는 데도 분류하고 진열하는 데도 산넘어 산이다.

헌책방이 다시 선보이게 된 데는 헌책방 살리기 프로젝트를 꾸준하게 추진해온 한창진(시민감동연구소 대표)씨 역할도 크다.

그는 책방 터전이 마련되자 산림조합 지하 창고에 있는 책을 옮기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그동안 책장을 보관해두었던 문수동의 큰무리교회에서 책장을 김준영씨의 건물 지하로 지난 2일 옮겼다.

책장을 옮기는 일 역시 독지가들의 차량 지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도움이 컸다고 한다. 한창진의 얘기다.

“2일 책장 옮기는데 대신기공(대표 김철희)에서 트럭 2대와 차량 운전하는 4명과 작업 도와줄 6명을 보내주셨고요,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도왔습니다. 앞으로는 산림조합 지하에서 20만권 책을 광무체육관 지하로 옮기려면 지게차가 필요합니다. 지게차는 여천농협(조합장 박상근)과 우주건설(김영태 대표)에서 지원하기로 했구요. 삼남석유 이오식 대표와 다시 대신기공 김철희 대표의 도움으로 차량을 지원받아서 책을 옮기려고 합니다.”

▲ 지하실에 정돈된 책장. 앞으로 책을 옮겨와 분류하는 일이 더 남았다. ⓒ 한창진
▲ 지하실에 정돈된 책장. 앞으로 책을 옮겨와 분류하는 일이 더 남았다. ⓒ 한창진

시민감동연구소 한창진 대표가 이렇게 헌책방 살리기에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여수는 헌책방이 사라졌다. 새 책방에서는 볼수 없는 절판된 책,고서,귀중본을 사거나 볼 수 있는 데가 헌책방이다. 여수에 헌책방이 하나 정도는 꼭 있어야겠다는 절박감에 헌책방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헌책방을 돈 버는 개인 사업으로만 볼 것 아니라 시민이 필요한 책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헌책도서관으로 봐야 한다. 경기도 안산시 경우는 헌책도서관을 만든 사례도 있어서, 여수시민들이 나서서 헌책방도서관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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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루하 2022-01-29 02:14:23
서울에서오래 살다가 여수로 이사왔는데, 헌책방을 검색하다 사연을 알게되었어요. 새로 취직한 사무실이 오림동인건 운명인가요^^ 꼭 가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