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소라 현천지구 임도 개설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공사 현장 인근 주택 마당에까지 커다란 바위가 굴러오는 등 안전사고 위험으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여수시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약 4km에 이르는 소라 현천지구 임도 개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임도'(林道)란 산림청이 산불 진화와 산림의 경영 및 관리를 위해 산속에 설치하는 도로를 말한다.
소라면 현천지구 임도는 현천리 용국사 아래 약 100m 지점부터 오른쪽 산길로 우회하여 국사봉을 비롯한 산들을 휘감고 다시 현천 마을까지 잇는 공사이다. 공사 구간에는 가사마을과 소가사마을이 인접해 있다.
가사마을 구간 공사를 할 무렵 이장은 "발파 작업시 위험하니 안전에 유의하라"는 방송을 여러 차례 하였다. 그는 "우리 동네 위쪽 구간은 바위가 많아 발파 작업을 많이 하였다. 돌이 굴러떨어질까 걱정스러워 현장을 몇 차례 가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공사가 완료된 곳을 보니 석축을 쌓고 배수시설 같은 보강 공사를 잘해 놓아서 다소 안심이 되더라"고 하였다.
11일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구간은 여수YMCA 생태교육관 위쪽부터 소가사마을을 지나 약 30M 지점까지이다. 이 구간은 아직 전석쌓기(1개의 크기가 0.5㎥ 이상 되는 돌덩이를 쌓는 일)나 배수 공사, 노면 평탄화 작업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연일 굴삭기로 바위를 깨는 소리가 들려오고 부서진 바위들이 노면과 측면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며칠 전 소가사마을 A씨 집 마당에는 직경 40cm 이상이 족히 되어 보이는 바위덩이 두 개가 굴러 떨어져 각각 경운기와 오토바이 바퀴 옆에서 멈췄다. 바위덩이는 집 위 고추밭을 가로질러 굴러 떨어지느라 고추와 지주대들을 망가뜨리기도 하였다. 다행히 이날 집안에 사람이 없어 인명사고가 나진 않았으나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아찔한 순간이었다.
마을 끝집에서 약 150보쯤 걸어가니 거기에는 높이만 150cm 남짓인 커다란 바위가 굴러 내려와 있었다. 공사 현장에서 민가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100m 가량 떨어져 있는데 커다란 바위가 골짜기를 타고 민가 부근까지 굴러온 것이다.
주민들은 "안전조치를 해 달라"고 시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하였다. 이에 공사를 맡은 여수시산림조합은 사람 한 명을 마을 맨 위쪽 가옥 주변에 배치해 돌이 굴러 떨어지지 않는지 지키게 하였다. 또한 마을 위쪽 공사 구간 밑에 낙석 방지를 위해 그물망과 철망을 이중으로 설치해 놓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사 현장에 올라가 그물망을 확인하고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물망과 닭장에 쓰는 얇은 철망 정도로는 큰 바위를 막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1일 오후 소가사 주민들은 "지금 상태로는 집중호우나 태풍이 닥치면 산사태나 낙석 위험이 매우 크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시급히 안전조치를 강화해 줄 것을 시청에 다시 요청하기로 했다.
10일 여수시 산림과와 산림조합에서는 "마을 위쪽 구간부터 전석쌓기 작업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비가 내리면 토사가 흘러내리거나 낙석 위험이 있는 구간에 포장을 덮어 붕괴사고를 예방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11일에도 종일토록 바위 깨는 작업이 계속되어 그 이유를 묻자, 산림조합 관계자는 "전석쌓기를 하려면 장비가 들어갈 수 있는 어느 정도 각도가 나와야 하기에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더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 설치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임도의 타당성 평가를 위해 "임도설치 대상지 선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하여 지역 주민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주민대표"를 평가위원으로 위촉하게 돼 있다. 이어 "발주청은 임도설치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지역 주민에게 사업개요, 사업방향, 설계내용 등에 대한 설명을 통하여 이해를 돕고,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해결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여수시는 소라 현천지구 임도 사업에서 이 같은 규정을 지키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여수시산림조합 한 관계자는 십 년 이상의 임도 공사 경력이 있다면서도 "이 같은 규정이 있는지 잘 몰랐다"고 하였다.
한편 기상청 일기예보에 의하면 여수시 소라면 현천리는 12일부터 16일까지 매일 비가 내리고 17~18일은 구름낀 날씨, 20~21일에는 다시 비가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