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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회’ 열린 전시관 겸한 운화교회를 다녀와서

여수시 연등동 소재 운화교회 겸 ‘이하여백’ 전시관
이태리출신 스페인 거주 천재 소년 레오날도 전시 중

  • 입력 2021.10.03 13:53
  • 수정 2021.10.03 16:14
  • 기자명 김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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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화교회 내부. 계단과 단상이 없는 모습.
▲ 운화교회 내부. 계단과 단상이 없는 모습.

여수시 광무동 여수YMCA 맞은편 다리 건너 연등동 운화교회에서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 나섰다.

지난 1일 운화교회에 도착했다는 네비게이션 음성따라 내렸는데도 교회를 찾을 수 가 없었다. 두리번 거려도 교회 십자가가 보이지 않았다. 교회 외관 어디에도 십자가가 보이지 않은 특별한 교회였다.

▲여수운화교회 외부 모습. 십자가가 안보인다.  ⓒ김미애
▲여수운화교회 외부 모습. 십자가가 안보인다.  ⓒ김미애
▲여수운화교회 와 전시관 '이하여백'을 알리는 작은 간판 ⓒ김미애
▲여수운화교회 와 전시관 '이하여백'을 알리는 작은 간판 ⓒ김미애

마침 근처에 들고 나는 사람들이 있어 따라 들어가 보니 전혀 교회같지 않은 교회가 바로 운화교회였다.

내부는 더욱 나를 놀라게 했다. 일단 단상이 없다. 십자가는 바늘처럼 벽 한 쪽에 걸렸을 뿐 목사가 설교하는 자리도 보이지 않았다. 의자도 그냥 옹기종기 놓여있다. 여느 교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리고 한 쪽은 카페 모습 그대로였다. 실제 차를 얻어 마셨다.

▲운화교회가 아닌 '이하여백'전시관 모습. 뒤로 차를 제공하는 카페가 보인다. ⓒ김미애
▲운화교회가 아닌 '이하여백'전시관 모습. 뒤로 차를 제공하는 카페가 보인다. ⓒ김미애

일요일 예배를 보는 공간 ‘운화교회’다. 하지만 평일엔 전시관 ‘이하여백’이다. 예배당을 여러 용도로 사용하는 곳이다.

여수 운화교회는 수정동에서 여수엑스포로 인해 철거돼 2009년 이곳 연등동으로 이전했다. 운화교회 젊은 한경철 목사는 30여명의 성도들이 이용하는 작은 규모 교회여서 예배당 외에 다양한 공간으로 교회가 활용되길 원했다.

▲ 기자와 인터뷰하는  운화교회 한경철 목사(왼쪽)
▲ 기자와 인터뷰하는 운화교회 한경철 목사(왼쪽)

“여기는 교회인데 용도를 다양하게 사용하려 합니다. 누구와도 소통하고 누구나 사용하기 위해 낮은 교회를 추구합니다. 폐쇄적이지 않은 개방된 교회죠.

갤러리, 음악회, 스몰 웨딩공간 등으로 사용하도록 지역사회에 내 줄 수 있는 공간인거죠. 작은 교회다 보니 이런 전시회를 통해 교회의 이런 뜻을 알리는데 좋을 것 같아서 이번 그림전을 시작했습니다.”

벽면에 소박하게 걸린 가늘고 작은 십자가가 인상적이었다. 그 아래 의자는 누구나 앉을 수 있는 기도하는 의자라고 한다. 교회라기 보다는 명상센터 같았다.

지금까지의 교회는 커다란 십자가, 높은 강대단, 일률적인 성가대... 그러나 운화교회는 권위적인 분위기에서 설교를 들어야하고 찬송을 불러야 하고, 무엇인가를 듣고 해야만하는 피동적인 곳이 아닌 내 마음 가는대로 하고픈 곳, 침묵과 묵상이 어울린 곳. 빈 마음을 내려놓고 싶어지는 곳이었다.

▲ 기자를 위해 기도해주는 운화교회  한경철 목사님(왼쪽) 
▲ 기자를 위해 기도해주는 운화교회  한경철 목사님(왼쪽) 

교회 십자가 바로 아래 의자에 기대어 기도하는 모습을 취하며 기도를 부탁했더니 수줍어 부끄러워 하면서도 목사님은 나를 위해 즉석에서 기도를 해주었다.

운화교회를 설계한 바이아키건축사무소 이병엽 소장은 “교회 인근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풍경을 보이게 하기보다는 천정에서 빛이 들어오게 했다. 투명한 천정은 빛이 자연스럽게 내려오면서 바닥에 형성된 그림자가 거룩함을 주고 차분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건축가의 설계 의도를 설명해 주었다.

십자가 옆 벽면의 긴창은 소통이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열려있고 하늘과 땅을 이어 주는 느낌이 드는 ‘소통의 창’이다. 안과 밖, 하늘과 지상의 소통이다. 소통을 추구하는 교회여서 교회를 다니던 안다니던 동네 사람이든 먼 이웃이든 누구든지 환영하는 교회다.

의자도 단촐하다. 코로나 시대에 긴 의자가 주는 부담감을 없애고, ‘나 혼자 의자’이지만 이웃을 지킬 수 있는 의자다.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되므로 의자가 더 활용성이 있어야겠기에 운화교회는 의자배치도 달랐다.

▲우측에 교회 내부 가벽에 전시회를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바퀴가 달려 이동이 가능한 벽이다. ⓒ김미애
▲우측에 교회 내부 가벽에 전시회를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바퀴가 달려 이동이 가능한 벽이다. ⓒ김미애

또한 바퀴 달린 원형의 가벽이 인상적이다. 가벽 뒤엔 피아노와 악기가 있었다. 교회는 기능적으로 피아노나 악기를 배치해야 하는데 보여질 때와 가려질 때를 구분하려는 의도다. 자연스럽게 곡선을 만들어 마음 편하게 했다.

곡선이 주는 벽의 부드러움을 느꼈다. 대부분의 교회는 대칭단이 있어 딱딱한데 둥근 가벽이 딱딱한 부분을 없애주었다. 이동이 가능한 벽이니 얼마나 편리한가.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미애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미애

이곳에서 열리는 이태리 출신 스페인에서 온 천재 꼬마 아티스트 레오나르도 파스트라나(Leonardo Pastrana) 전시회 역시 인상적이다.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꼬마는 평범한 일상을 그린다. 1부터 10까지 숫자 공부하며 그린다. 구구단 공부하며, 아빠에게 세계 각국의 국기 공부를 하며 색을 입히기도 한다. 그에게 놀이가 그림이고 공부가 그림이다.

▲구구단을 적으며 공부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구구단을 적으며 공부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레오나르도는 인스타 활동을 통해 1만7천4백명의 팬을 가진 인플루언서로서 스타급 꼬마 아티스트라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가면 그림 아래 큐알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AR 영상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전시기간은 12월 17일 까지다.

해를 향해 햇빛이 찾아오는 운화교회는 폐쇄적인 교회가 아니다. 동네 사람과 소통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교회다. 햇빛이 찾아와 해가 움직이면서 그림자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의자에 홀로 앉아 ‘멍때기리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한적한 시간에 홀로 ‘멍때리기’하러 오고 싶다.

▲ 교회 들어가는 입구
▲ 교회 들어가는 입구

 

▲전시장 겸한 교회 내부.  벽에 가느다란 십자가가 보인다.
▲전시장 겸한 교회 내부. 벽에 가느다란 십자가가 보인다.
▲선물로 받은 머그잔에는 '이하여백' 의미가 적혀있다. "이루시는 하나님과 여행하는 백성들" ⓒ김미애
▲선물로 받은 머그잔에는 '이하여백' 의미가 적혀있다. "이루시는 하나님과 여행하는 백성들" ⓒ김미애
▲ 운화교회 내부 ⓒ김미애
▲ 운화교회 내부 ⓒ김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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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2021-10-04 17:12:26
예뻐요~~~
루틴에서 벗어났지만
더더욱 가까움이 느껴집니디
여수에도 이런 교회가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이하여백~~~♡
버드나무 2021-10-03 17:22:04
우와!
공간 자체로 기도가 나오고, 동네 이웃과의 나눔이 실천되는 교회이자 전시장이네요

21세기 한국 교회의 변화를 선도하는 이하여백이라 생각됩니다.

작지만 알음답고 멋진공간 여수의 자랑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