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삼치회에 소주 한잔할까요?”
오랜만에 아는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삼치회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마시자고. 동생이 최근에 알아낸 삼치회 잘하는 집이 있단다.
가을이 깊어지면 여수 사람들은 삼치회를 찾는다. 삼치회 맛은 늦가을에서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다.
여수 돌산갓김치와 삼치회는 단짝이다. 곰삭은 돌산갓김치에 보드라운 삼치회 한점은 미식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삼치회를 찾는 이들에게 행복한 맛을 선사해준다.
삼치회를 처음 접한 이들은 육질이 쫄깃한 활어회와 달리 삼치살의 물컹한 식감 때문에 다소 멈칫한다. 그러나, 한번 두 번 맛보다 보면 이내 삼치회 특유의 맛에 익숙해진다. 삼치회 먹는 방법을 알고 나면 해마다 삼치회를 다시 찾게 된다. 포항의 과메기처럼 여수 삼치회 맛에 빠져든다.
삼치회는 김 쌈을 한다. 김에 살집 도톰한 삼치회 한점 올리고 된장 양념에 먹으면 별미다. 이때 취향에 따라 마늘과 풋고추에 생와사비(고추냉이)를 얹어 먹어도 좋다. 돌산갓김치나 배추 묵은지가 더해지면 최고의 맛이 된다.
여수에서 삼치회 하면 우리는 여수 문수동의 월성소주코너와 공화동 좋은마차를 떠올린다. 자그마한 선술집인 월성과 좋은마차는 오랜 세월 여수 삼치 마니아들의 입맛을 현혹했다.
그런데 얼마 전 여수 선원동에도 삼치전문점 월성이 문을 열었다.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문수동의 월성과 친척 관계라고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삼치횟집은 여수 선원동의 월성이다. 이곳 역시 자그마한 가게로 음식 가격이 비교적 착한 곳이다.
삼치회(大) 5만 원, 4인 기준 상차림이다. 결이 곱고 먹음직스럽다.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시원한 콩나물냉국과 마른 김, 메추리 알 등이 놓인 곁들이 음식 기본 상차림이 문수동의 그것과 엇비슷하다.
마른 김에 특제 양념장 바른 삼치 한점을 올려 맛을 본다. 절로 한잔 술이 당긴다. 하기야 주당들은 이 맛에 삼치회를 즐겨 먹는다. 아직 계절상으로는 늦가을이지만 삼치회 맛이 제대로 차올랐다. 늦가을 찬바람이 삼치회 맛을 더 풍부하게 해준 것이다.
특제 양념장과 함께한 찍먹, 김에 싸 먹는 김쌈, 와사비 쌈, 된장 쌈 등 다양한 맛으로 삼치회 맛을 즐겨본다. 그중 여수의 참맛은 곰삭은 돌산갓김치와 먹는 맛이다. 삼치회와 돌산갓김치의 환상적인 어울림이다.
겉바속촉을 잘 살린 삼치회 튀김도 인기다. 살코기를 발라 먹는 재미가 있는 삼치머리구이도 있다. 삼치회와 더불어 나오는 먹거리다.
삼치회가 제철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여수 삼치회 꼭 한번 맛보길 바란다. 이곳 월성은 밥을 주지 않는다. 밥을 꼭 먹어야 한다면 인근 분식집이나 김밥집에서 김밥을 챙겨가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