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설날 동짓날(22일)이다. 버금가는 설이라고 해서 ‘아세’라고도 한다. 조선 후기 학자 홍석모가 지은 세시풍속지(동국세시기)에 보면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했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이웃과 나누어 먹는다. 동짓날 동지팥죽을 한 그릇 먹고 나면 우리는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된다. 그래서 팥죽에 자신의 나이만큼 새알심을 넣어 먹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은 붉은팥이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동짓날에 액운을 몰아내기 위하여 집안 곳곳에 팥죽을 뿌렸다. 동짓날에는 동지팥죽과 더불어 달력을 선물하던 풍속도 있었다.
동지는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24절기의 하나인 동지가 지나고 나면 차츰 밤이 짧아지고 다시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하여 우리 조상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동지팥죽을 쑤어 먹었다.
우리가 팥죽을 즐겨 먹는 것은 팥이 단백질이 풍부한 곡물이기 때문이다. 팥에는 식이섬유인 칼슘, 칼륨, 비타민 B1, B2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팥에 대하여 "맛이 달고 시며, 성질은 차거나 덥지도 않고 평이하고 독이 없는 성질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농가월령가>11월령에서는 동지를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동지(冬至)는 명일(名日)이라 일양(一陽)이 생(生)하도다
시식(時食)으로 팥죽을 쑤어 이웃(隣里)과 즐기리라
새 책력(冊曆) 반포(頒布)하니 내년(來年) 절후(節侯) 어떠한고
해 짤라 덧이 없고 밤 길기 지리하다
작은 설을 쇠기 위해 찾아간 곳은 여수 여서동의 ’전통팥죽‘집이다. 27년 세월의 노포다. 현 주인이 16년째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바로 앞으로 이전 쾌적한 분위기가 맘에 든다.
찹쌀과 멥쌀로 빚은 새알심을 넣은 동지팥죽은 팥의 감칠맛과 쫄깃한 새알심이 한데 어우러졌다. 살아온 세월만큼 세월(새알심)을 담아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 동지팥죽 한 그릇으로 올 한해 안 좋았던 기억들을 다 떨쳐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