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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법(法)은 왜 강자만을 위하는가?

어떤 이름은 깃털보다 가볍다

  • 입력 2022.01.27 09:05
  • 수정 2022.01.27 09:12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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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높이 오르면 반드시 후회한다
▲용이 높이 오르면 반드시 후회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는다.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깃털보다 가볍다. 죽음을 사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라는 사마천의 말을 기억하고 싶다.

우리 주위엔 일그러진 영웅이 참 많다. 그를 가난이 낳은 사생아라고 말하기엔 가슴이 아프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배고픔과 천대 그리고 억울함이 많았다.

그 가난은 그에게 출세를 강요했다. 마침내 개천에서 용이 났지만 그 용은 가면을 쓴 이무기였을 뿐이다.

그는 이무기가 되어 가난을 잠재웠지만 이웃과 자신을 잡아먹는 야수로 변했다. 그것도 매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못된 이무기가 되었다.

문제는 이 이무기를 애지중지 키운 것이 다름 아닌 학교였으며 학벌이었다는 사실이다. 학교는 나날이 그에게 차가운 지식을 던져주었으며 1등이라는 숫자만을 강요하였다.

지금 그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는 일그러진 영웅이 되어 가난한 사람과 자신의 심장에 비수를 들이대고 있을 뿐이다.

그가 바로 K라는 친구이다. 잠시 그와의 학창시절을 회상해본다. K는 정말 촌놈 중의 촌놈이었다. 그는 축농증이 있어 매일 하얀 종이로 킁킁거리며 콧물을 닫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 종이가 책상에 쌓일수록 그의 지식수준은 높아졌고 가난지수는 낮아만 갔다.

그는 마침내 K대 법학과에 입학했고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자랑스러운 부장판사로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가난에 찌들었던 그의 얼굴에는 오색의 광채가 빛나고 있지만 서민들의 삶을 해석하기 위해 무거운 법전을 어둡게 펼치고 있다.

▲왜 그대의 법(法)은 약자보다 강자를 위하는가?
▲왜 그대의 법(法)은 약자보다 강자를 위하는가?

K에게 묻고 싶다. 그대의 이성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부모님의 바람이었을 뿐이지 힘없는 이웃에게 상처를 주라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대는 기억하는가? 도서관에서 밤늦게 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엉덩이에 뿔난 남자들이 연약한 여성을 괴롭힐 때 그대는 큰 소리로 너희들은 나쁜 사람이라고 강단지게 외치지 않았는가. 40년 전의 일이지만 그대의 정의로웠던 음성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대는 왜 옛 추억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가? 무엇이 그대를 그렇게 변하게 했는가? 가난이었단 말인가? 교육이었단 말인가? 그대보다 더 가난하고 많이 배우지 못했던 친구들도 세상을 맑게 대면하고 있는데 하필 그대가 못된 이무기가 되어 사람의 가슴을 후비고 있는가?

그대에게 다시 묻고 싶다. 왜 그대의 법(法)은 약자보다 강자를 위하는가? 그까짓 돈과 명예가 무엇이란 말인가. 고등학교 시절, 그대의 해맑은 눈동자를 잊을 수가 없다.

친구여! 우리 함께 큰길을 걸어가자. 정직한 발걸음과 투명한 목소리로 세상과 이야기를 나누자. 막걸리 한잔하면서 이웃과 인정(人情)을 나누는 감성은 제발 잃지 말자.

아! 왜 이 겨울이 차갑기만 할까. 내 벗이 약자보다 강자의 편에서 법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K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 때론 사는 것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가난이라는 추억이 있지 않은가.

▲그대의 이름은 영원하리라
▲그대의 이름은 영원하리라

친구여! 우리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석 자를 부끄럼 없이 써보면 어떨까? 그대의 이름은 영원하리라.

추신 : 용이 높이 오르면 반드시 후회한다는 항룡유회(亢龍有悔)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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