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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국어 수업을 통해 왕따 문제를 엿보다

우린 다른 사람에게 차마 그러지 못하는 마음을 지녔다

  • 입력 2022.06.01 12:19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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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를 존재로 대하라. 바로 그게 선한 마음이노라.
▲ 친구를 존재로 대하라. 바로 그게 선한 마음이노라.

루소는 인간의 본성은 선한데 문명과 사회제도의 영향으로 악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학생의 말을 듣고 행동을 보며 선하고 악한 친구를 분별할 수 있을까? 그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소설 속 등장인물을 통해 왕따 문제에 접근하고자 한다.

중학교 국어책에 보리방구 조수택이라는 소설이 나온다. 이 작품은 성장소설로 읽는 이로 하여금 소설 속 인물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하고, 바람직한 가치관과 건강한 삶을 탐구하게 한다. 즉 왕따, 놀림, 가난, 부자, 상처, 치유 등 다양한 모습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칠판에 인간은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는 사르트르의 명언을 써 주며 해석을 요했다. 쉽지 않은 질문이기에 답을 하는 학생은 없었다. 간략하게 우리는 하나뿐인 생명을 지닌 존재임으로 혹여 본질(공부, 외모, 성격 등등)로 인하여 무시, 비난, 왕따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소설로 안내하여 등장인물을 만나보며 과연 그들은 친구를 존재로 대하는지 아니면 본질로 대하는지 살펴보게 했다.

먼저, 짝꿍 그리고 관심 갖기 장면이다.

윤희는 천덕꾸러기요 밉상인 수택의 짝꿍이 되어 수택이만 양은 도시락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관심을 갖는다. 특히 수택이 매번 허연 깍두기만 반찬으로 먹음을 알고 고춧가루랑 젓갈이 넉넉히 들어간 자신의 깍두기를 수택이 도시락에 올려 준다. 수택이도 이에 답이라도 하듯 신문 배달 후 남은 어린이 신문을 윤희에게 주며 고마움을 표한다

갑자기 사랑 반대가 무얼까?’ 질문해보았다. 질투, 폭력, 미움 등 다양한 답이 나왔다. 틀린 답은 아니지만, 무관심이 더 맞을 듯하다. 모든 왕따의 극점에는 무관심이 숨어 있으며 거기에 이유 없는 괴롭힘이 반드시 따른다. 혹 우리 반에는 이런 일이 없는가를 물었더니, 우린 친구를 존재로 대한다는 신선한 답을 했다.

지속적 괴롭히는 장면을 이어서 보자. 윤희와 수택은 순수한 마음으로 관심 갖기를 실행했지만, 그 이후 반 아이들은 그 둘을 계속해서 괴롭혔다. 수택이는 그렇지 않아도 외톨이였는데 반 친구들은 둘이 사귄다는 헛소문을 내며 창피를 주었다.

▲ 사랑 반대가 무얼까요? 무관심이지요.
▲ 사랑 반대가 무얼까요? 무관심이지요.

윤희는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깍두기를 주지 않았고, 신문도 수택의 서랍에 다시 넣어버렸으며 신문을 주지 말라는 으름장까지 놓았다. 급기야 윤희는 신문을 난로 속으로 던져버렸다.

자존감이란 뭘까? 자신을 존대하는 감정이다. 친구들이 자신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수택은 하얀 얼굴과 떨린 어깨로 자존심을 표현하였다. 윤희마저 무관심으로 돌아섰기에 수택의 충격은 더더욱 컸을 것이다. 혹여 여러분 중에 짝궁이나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였거나 무례한 행동을 한 적이 있냐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용감하게 광0가 손을 들었다. 0는 며칠 전에 미0에게 욕설 및 밀치기를 했다고 고백하며 친구들 앞에서 즉석 사과를 하였다. 순간 박수 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고 친구들은 용기를 내어 고백한 순0이에게 격려와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성찰하고 반성하는 장면이다. 윤희는 신문을 난로에 던지는 극단적 행위로 헛소문을 잠재웠지만,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그 시간 이후로 윤희는 수택이를 더 이상 쳐다볼 수 없었고, 얼마 있지 않아 수택이는 시골 친척 집으로 이사마저 가버렸다. 윤희는 어린 시절 왕따 사건을 떠올리며 수택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부디 상처 없이 잘 살기를 바라며 소설은 끝이 난다.

학생들에게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을 택하여 편지쓰기를 부탁했다.

가난한 집에 태어난 따돌림을 당한 수택이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 경0, 자신도 왕따를 당할 적기 있어서 신문을 난로에 던질 수밖에 없었던 윤희의 마음을 공감한다는 태0, 약자를 괴롭히는데 함께 했던 반 친구들에게 정의와 바른 삶을 강조한 채0, 엊그제 있었던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며 윤희의 뒤늦은 사과에 박수를 보낸 철0까지 등장 인물에게 편지를 쓰며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였다.

▲ 나는 너로 인하여 성장했고 우리가 되었다.
▲ 나는 너로 인하여 성장했고 우리가 되었다.

맹자는 인간은 선한 마음을 지녔는데 사회 혼란 및 후천적인 욕망으로 인하여 착한 마음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차마 잔인하게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人皆有不忍人之心)’고 강조했다.

친구의 괴로움이나 불행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견딜 수 있는 마음, 그런 마음을 가진 학생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모든 학생이 친구들과 어깨동무하며 함께 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학생이 그 길로 걸어갈 수 있도록 교육이 살피고 또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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