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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우물 안의 개구리, 망치로 얻어맞다

개구리는 미네르바스쿨을 어떻게 생각할까?

  • 입력 2022.06.07 10:04
  • 수정 2022.06.07 11:29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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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구리도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겠지.
▲ 개구리도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겠지.

우리 교육의 현주소는 다름 아닌 우물 안의 개구리다. 교육은 학생들에게 우물 속에서 좁다란 하늘만 바라보라고 한다. 그 공간에서만 꿈을 노래하라고 하니 비가 오는 날이면 개구리가 슬피 울어대는 것은 아닐까?

비가 많이 내려 우물이 강과 바다로 넘쳐날 때도 개구리는 강과 바다로 나가지 못한다. 개구리에게 우물만 강조할 뿐, 강과 바다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플라톤이 현실 세계를 가짜 세계라고 설명하고 이상세계(이데아)를 진짜 세계라고 주장한 것과 같은 논리다.

개굴아, 오늘만은 너희에게 강과 바다를 꼭 안내해주고 싶다. 너희가 우물 속에서 바라본 하늘은 삶의 한 조각일 뿐이라고 일깨워주고 싶다. 유치환님도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며 '깃발'을 노래했다고 하구나.

 

"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

 

깃발은 언제나 푸른 바다를 가고자 했건만 결국 깃대(운명)에 묶여 손수건만 하염없이 흔들었단다. 너희에게서 우물 울타리를 치워 줄 테니 강과 바다로 나가 맘껏 노래를 불러보아라.

개굴아, 혹 강과 바다를 닮은 학교, 미네르바스쿨을 들어 보았니. 그곳에 가서 너희를 칭칭 쌓고 있는 학력주의와 엘리트주의의 민낯을 보여 주고 싶구나. 너희가 생활하고 있는 환경이 시대의 흐름을 얼마나 거스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그럼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 '리버럴 아트 컬리지(Liberl Art College)'로 가 보자. 이 학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기존 대학과는 달리 오프라인 시설을 최소화하면서 온라인 중심으로 운영하는 대학이란다.

이 온라인 중심 대학은 기존의 학교처럼 정해진 캠퍼스에서 배우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학습을 하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하나 둘 체험하며 삶을 익힌단다. 학습 내용도 학생과 교수가 관심 있는 주제와 내용으로 프로젝트를 만들어 그것을 바탕으로 관련 내용을 배우고 토론하는 새로운 개념의 교실이란다.

그곳은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학습자가 우물과 강, 바다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란다. 너희처럼 갇힌 공간에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원격 수업 플렛폼에서 수업에 참여한단다. 그렇기에 그곳은 ‘깃발’이 애 타도록 가고 싶어 했던 푸른 바다와 같은 곳이지.

▲ 개굴아, 오늘만은 너희에게 강과 바다를 꼭 안내해주고 싶다.
▲ 개굴아, 오늘만은 너희에게 강과 바다를 꼭 안내해주고 싶다.

모든 수업은 비대면 실시간 원격 강의로 진행되며 학생들은 같은 장소에 모여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편한 곳에서 인터넷을 통해 수업을 듣는단다. 또한 교수는 수업 시간에 일방적으로 강의를 하지 않고 발언 시간 또한 수업 시간의 15%를 넘지 않으며 학생들이 주제를 놓고 토론을 잘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란다.

학생은 일 년에 200명을 선발하는데, 전교생의 30% 정도가 아시아권에서 온단다. 학생들은 재학 기간에 미국, 영국, 독일, 한국, 인도, 대만, 아르헨티나 등 7개 국가의 호텔을 기숙사로 사용하며 순회하면서 배움을 넓혀 간단다. 학습자는 이런 시간을 통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확인하고 실습하며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적용할지를 깊게 생각해 본단다.

개굴아! 가상세계, 초현실세계란 말 들어 보았겠지. 미네르바스쿨은 거대한 캠퍼스를 거울 세계로 옮겨놓은 메타버스란다. 수업자는 그 온라인 공간에서 혁신적인 교육을 접할 수 있기에 하버드대학이나 MIT 대학에 입학하는 것보다 더 어렵단다.

이렇게 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니 효율성이 높지 않겠니. 수업을 원격 수업으로 하기에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대학이 건물과 시설을 보유하고 유지하는데 많은 비용을 쓰고 있을 때, 이 학교는 온라인을 통해 수업을 하기에 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단다. 기존 대학이 일 년의 3분의 1정도를 방학 중에 건물이나 시설을 활용하지 않으면서 관리비용만 지불하고 있으니 말이야.

확장성 부분 또한 눈여겨봐야 해. 학생은 정해진 공간에 모이지 않으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개인의 수업 집중도와 참여율을 높일 수 있으며 자동으로 학생들의 발언 비율 및 타 화면 조회도 등을 파악하여 교수에게 제공하기에 교수는 소그룹 토론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단다. 특히 세계 여러 나라를 오가면서 현지 문화를 체험하고 여러 기업의 실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니 배움 또한 확장할 수 있지 않겠니.

▲ ‘깃발’이 애 타도록 가고 싶어 했던 푸른 바다를 아는가?
▲ ‘깃발’이 애 타도록 가고 싶어 했던 푸른 바다를 아는가?

개굴아,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말 들어 보았겠지. 지금까지 세상은 그렇게 변해왔단다. 그 변화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거야. 이런 급변하는 세상에서 너희에게 시대착오의 옷(학력, 엘리트, 일등)만 입으라고 강요하고 있으니 가슴이 참 답답하구나.

개굴아, 지금까지 살펴본 미네르바스쿨의 교육방식이 정답이라고 확신한다거나 유일한 교육방법이라는 생각하지는 않는단다. 다만 비대면(언택트)이 일상화된 환경에서 이런 교육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

어디선가 ‘깃발’의 소망이 바람 따라 나지막이 들려온다.

 

" 아아 누구던가 / 이렇게 슬프고도 애닮은 마음을 /

맨 처음 공중에 달 줄 안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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