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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탕아(蕩兒)... 반드시 돌아온다

삶은 아파야 한다. 아프지 않은 삶은 없다
아픔을 이기지 못한 가슴... 얼음처럼 차가워

  • 입력 2022.07.15 13:00
  • 수정 2022.07.15 13:03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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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니까 삶이다. 그 삶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 아프니까 삶이다. 그 삶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마침내 돌아온 탕아(蕩兒), U군을 만났다. 그의 모습은 눈부셨고 말투에서는 행복을 엿들을 수 있었다. 지금 공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하는 일이 적성에도 맞아 편안하다고 했다.

소주를 반 병쯤 마실 즈음, 옛 사진을 꺼내 삶을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우린 아픔을 주었던 옛 삶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문제아, 구제불능아 이름... 이마에 새긴 채 자퇴

U군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정과 학교에서 버림을 받았다. 문제아, 구제불능아라는 이름을 이마에 새긴 채 자퇴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삶의 한복판에서 홀로 서야만 했다.

그는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가 덧나 반항이라는 단어를 손에 쥔 채 집과 학교를 오갔다. 그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눈엣가시였다. 그의 입에서는 욕설이 간간이 흘러나왔고, 그의 육체는 아픔을 이기지 못한 가슴 때문에 얼음처럼 차가웠다.

주변 사람 중 대부분이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았고 오직 얼굴 표정과 말투에만 신경을 곤두세웠다. U군은 뜻밖에 어머니의 재혼 소식을 들게 되었다. 어른들에게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짧은 삶을 산 그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통증이었다.

그는 그날도 지각을 했고, 오전 내내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잤다. 5교시가 시작되어도 그는 잠에서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때 공포의 M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다. M선생님은 U군에게로 가서 몸을 흔들며 잠을 깨웠다. 깊은 잠에 빠져있던 U군은 알듯 말듯한 말을 했다.

▲ 묻고 싶어요. 꿈과 직업은 다르지 않나요?
▲ 묻고 싶어요. 꿈과 직업은 다르지 않나요?

“누구야! 건들지 말란 말이야” 외마디 말과 함께 욕까지 하고 말았다. 갑자기 교실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M선생님은 버럭 화를 냈고, 당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수업은 시작도 못한 채 그를 데리고 교무실로 갔다. 그 시간 이후로 그는 영영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주머니, 여기 소주 한 병 더요. 다시 우린 추억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셨다. 어디선가 의미심장한 말이 들여왔다.

“삶은 아파야 한다. 아프지 않은 삶은 없다. 강철과 보리도 아파하며 제 모습을 찾아가는데 어찌 삶이 아프지 않을 수 있으랴.

강철은 대장장이에게 한없이 두들겨 맞아야 한다. 빨간 숯불과 차가운 물을 오가며 아픔을 견뎌 내야 한다. 그래야 강한 철이 된다. 보리는 사람의 발길에 계속해서 밟혀야 한다. 하얀 눈과 추운 바람을 맞으며 고통을 맛보아야 한다. 그래야 속 찬 보리가 된다. 사람이 고통을 외면하려 한다면 결국 그 사람의 삶은 미완성으로 끝날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누가 말을 했을까? 독한 소주가 그렇게 우리를 위로하고 있었다.

자식을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똑똑하고 야무진 자식보다 말썽꾸러기 자식이 더 눈에 밟힌다는 것을. 강아지를 키워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예쁘고 귀여운 강아지보다 뒷다리를 절며 살아가는 강아지가 손길이 더 간다는 것을.

앙드레 지드의 ‘탕자, 돌아오다’ 중에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아들이 아버지에게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어머니에게 고백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아버지가 잡아주는 기름진 양보다 가시밭길 헤매다 굶주림 속에 따먹은 썩은 아가베 열매가 더 달았다"

▲ 탕아는 삶의 정중앙으로 반드시 돌아온다.
▲ 탕아는 삶의 정중앙으로 반드시 돌아온다.

삶의 굴레에 아이들을 가두지 말아야 한다. 삶의 곳곳에는 물이 흐른다. 한 우물만 파게 하지 말고 새로운 땅에서 또 다른 우물을 파게 해야 한다.

우물은 말할 것이다. “당신은 존재하는가? 당신답게 살고 있는가? 당신만의 이야기가 있는가?”

기억해야 한다. 탕아(문제아?)는 반드시 돌아온다. 그것도 삶의 정중앙으로 당당하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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