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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아이들의 꿈을 BOX에 가두지 말라

아이들의 꿈을 갉아 먹는 어른들

  • 입력 2022.07.26 10:56
  • 수정 2022.07.26 11:52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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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이여! 아이들의 꿈을 찬양하라.
▲ 어른들이여! 아이들의 꿈을 찬양하라.

태빈이는 다음과 같은 편지를 한 통을 남기고 홀연 부모님 곁을 떠나버렸다.

삶은 질문에서 시작했어야 했다.

삶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했어야 했다. 꿈이 뭐지? 직업이 뭐지? 어른들은 꿈이 아닌 직업을 선호했다. 혹 다른 직업을 말하면 설득해서 그 직업을 강요했다. “뭐가 되고 싶니?”가 아닌 “뭘 하고 싶니?”라는 질문을 했어야 했다.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은 이미 정해져 있는 직업을 선택하라는 말 없는 강압이 숨어 있다. 그 박스와 공식에 따라 직업을 선택해야만 정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분명 박스에 갖혀 있은 직업은 기성세대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이렇게 했더니 성공했단다. 이렇게 했더니 다른 사람보다 빨리 돈을 벌었단다. 그러니 너도 이렇게 하면 될 거야. 다른 사람이 부러워할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오늘은 어제와 같지 않다. 과거의 성공 방식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그들만의 삶의 방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리라 아이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것이 좋다. 박스 밖 이색적인 세계로 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어야 한다.

청춘의 특권은 길을 잃는 것이다. 그들에게 삶의 현장에서 체험을 통해서 넘어지고 일어나는 연습 시간을 주어야 한다. 삶을 실패와 성공으로 쪼개서는 안 된다. 그냥 겁먹지 말고 해 보게 하는 거다. 혹 실패하고 시련을 많이 겪는다면 그만큼 삶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것이고 미래에 대한 대안에 많아질 것이다. 그게 바로 그만의 자양분이요 자산이다.

청춘의 특권은 길을 잃는 것이다. 그러나 길을 잃어도 또 다른 길을 만나 걷을 수 있다. 어른들은 낮은 상상력으로 아이들의 방황을 방해하지 말라. 그 방황 또한 아이의 삶의 조각이기 때문이다. 언제가 그 시간이 꿈으로 맞춰질 때 청춘은 그만의 길을 힘차게 걸어갈 것이다.

▲ 꿈은 그려야하고 행해야 한다.
▲ 꿈은 그려야하고 행해야 한다.

우리 주위엔 엉뚱남녀가 많지 않다. 엉뚱남녀가 많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는 공식에 의한 삶을 선호하고 있으며, 관습적인 삶을 답습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길들여진다” 단어가 나온다. 어린 왕자와 여우와의 대화를 잠시 들어보자.

“길들여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이미 새카맣게 잊힌 말 중의 하나야.” “그말은 ‘서로 익숙해진다’는 뜻이지.” “익숙해진다고?

”음, 아직까지 너는 나에게 수만 명의 어린 소년들과 아무 차이가 없는 그냥 소년에 불과해.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는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나도 너에게 수만 마리의 여우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한 마리의 여우일 뿐이지, 그렇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로 하게 될 거야.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세상에서 유일한 친구가 되는 거지.....“

길들여진다는 의미는 익숙하기, 친숙하기, 눈에서 벗어나지 않기, 언제나 함께하기 등 다양한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에 길들여져 그와 친숙하고 익숙하면 좋을 듯한데, 왜 ‘길들여진다’라는 단어에 대하여 민감하게 반응할까?

태빈이의 꿈, 길들이기를 살펴보며 실마리를 풀어갈까 한다. 태빈이는 어릴 때부터 바다를 정말 좋아했다. 그는 바다만 보면 흥이 났고 콧노래를 저절로 불렀다.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바다만 그리워했고 바다만을 노래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꿈이 뭐냐고 물으면 ”바다가 되고 싶어요“라고 엉뚱한 대답을 하곤 했다. 그래서 부모님은 생각 끝에 ”아, 너 바다가 되고 싶어? 그럼 선장이 되면 되겠구나“라며 진로의 방향을 구체화하였다.

태빈이가 원하는 꿈은 바다였는데 갑자기 부모님은 박스 속에 들어있는 직업 중에서 선장이라는 말로 바다를 동격화 시켜버렸다. 그리고 부모님은 힘주어 말했다. ”태빈아 00해양대학교에 입학하면 너가 좋아하는 바다랑 살 수 있을 거야. 우리 함께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보자.“

태빈이는 확 트인 바다가 좋다고 했을 뿐인데, 바다에 있는 갈매기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은 생각을 했을 뿐인데 부모님은 선장이라는 말로 꿈을 죽이고 말았다.

결국 태빈이는 부모님의 뜻을 따라 선장이 되었다. 대형선박회사에서 근무하기에 월급도 많았고 반년을 바다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문제는 태빈이가 운행하는 배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의 지시에 따라 일정한 경로만을 반복하며 오갔으며, 정해진 숙소에서만 생활을 해야 했다.

어느 날 갑자기 태빈이는 바다가 싫다고 말을 해버렸다. 바다가 좋아서 선장이 되었는데 왜 그는 바다를 싫어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꿈과 직업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선장이 되어 같은 일을 무한 반복하면서 지루함과 압박감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지 않은 성격 때문에 함께 생활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 아이들의 꿈은 이렇게 영그는 거야.
▲ 아이들의 꿈은 이렇게 영그는 거야.

그날 이후로 태빈이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다. 바다 한가운데 있는 나는 누굴까? 이게 정말 자유로운 삶일까? 그는 자아를 잃어버린 채 결국 다른 직업을 찾아 나섰다.

그는 언제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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