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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가르친다는 것은 폭력일 수 있다

현 사회는 천의 얼굴...지식은 오직 하나의 얼굴로 포장

  • 입력 2022.08.10 10:34
  • 수정 2022.08.10 13:22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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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르친다는 것은 새로운 길을 내게 하는 행위이다.
▲ 가르친다는 것은 새로운 길을 내게 하는 행위이다.

가르침은 폭력일 수 있다. 배움은 넓고 끝이 없다. 가르친다는 것은 지금처럼 정답과 오답을 가리는 것이 아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다양한 재료를 요리하여 이색적인 음식을 만들어 내는 행위이다.

혹 키스와 사랑을 책으로 가르칠 수 있는가? 그렇게 키스는 눈을 감고 혀를 움직여..... 그래 사랑은 남녀가 하나가 되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지식을 습득했다고 하자. 사랑하는 남녀가 이 배움을 바탕으로 온전한 키스와 사랑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가르침은 다름 아닌 폭력일 뿐이다.

가르침은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지혜

옛날과 같은 대가족제도에서는 일정한 가르침이 가능했다. 농부는 농사 짓는 방법을, 어부는 고기 잡는 방법을 자식에게 가르쳐 주어야만 했다. 이 가르침은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지혜이기에 반드시 필요했으며 신의 한수였다.

지금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지식 전달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지식을 씹고 뱉고 삼키고 토하기를 반복하게 해야 한다. 현 사회는 천의 얼굴을 가졌는데 지식은 오직 하나의 얼굴로 포장하고 있으니 그런 가르침을 어찌 폭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르침은 학습자에게 곱씹고 생각하며 행하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교사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학습자는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K군은 오늘도 학교에서 고전과 현대 문학 작품을 동시에 배우고 나서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 교육은 학생들에게 정답을 절대 강요해서는 안된다.
▲ 교육은 학생들에게 정답을 절대 강요해서는 안된다.

삶에는 다양한 가치관이 있다

K군이 오늘 배운 내용은 다름 아닌 삶의 자세에 관한 시였다.

정몽주가 부른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이시랴" 라는 단심가와 윤동주가 노래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라는 서시였다.

교사는 K군에게 두 작품을 모두 자세히 설명하며 필기를 요구했고 외우기까지 강요했다. 그리고 이 시간에 가르친 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까지 하며 시험을 대비하게 했다. “위 작품과 삶의 태도가 유사한 작품을 보기에서 찾으시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50자 내외로 쓰시오" 이렇게 수업은 마무리되었다.

혹 이런 가르침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혹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과연 K군은 유의미한 학습을 하였다고 생각하는가? 이 시를 가르치는 목적이 무엇일까? 교사는 학생들에게 삶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내해야 한다. 삶에는 다양한 가치관이 있는데 너희는 어떤 가치관을 정립할 것이냐는 삶의 중심축을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방원의 하여가(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 년까지 누리리라)와 모윤숙의 여성도 전사다(우리는 높이 펄거이는 일장기 밑으로 모입시다. 쌀도, 나무도, 옷도 다 아끼십시오. 나라를 위해서 아끼십시오.

그러나 나라를 위해서 목숨만은 아끼지 맙시다. 아들의 생명 다 바치고 나서 우리 여성마저 나오라거든 생명을 폭탄으로 바꿔 전쟁마당에 슬모 있게 던집시다.)를 보여주며 또 다른 삶을 살펴보게 해야 한다. 그리고 수업자에게 '너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겠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멈춰라. 곱씹어라 그리고 표현하라.

가치관과 인생관...그들의 삶을 탐구하게 해야 

한 걸음 더 나아가 4작품을 감상한 수업자에게 답이 없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바로 곱씹고 생각하며 내면화한 그들의 생각을 적어보게 해야 한다.

사마천은 "어떤 죽음은 깃털보다 가볍고,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다"라고 말했다. 4작품의 삶의 방식을 토대로 여러분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1,000자 내외로 글을 쓰시오.

만약 글쓰기가 끝이 났다면 그 단계에서 수업을 마무리하면 안 된다. 바로 이어 수업자들끼리 발표하고 토론하며 질문까지 할 수 있도록 열린 시간을 주어야 한다. 각자 쓴 가치관과 인생관에 대하여 함께 공유하게 할 뿐만 아니라, 현대사에서 극단적 가치관을 보여준 인물을 찾아보게 하고 그들의 삶을 탐구하게 해야 한다.

▲ 가르침은 햇볕과 바람과 비와 그리고 눈까지 함께 안내했을 때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 가르침은 햇볕과 바람과 비와 그리고 눈까지 함께 안내했을 때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가르친다는 것은 학습자에게 단순한 지식을 전수하여 시험을 잘 보게 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는 그들에게 다양한 삶을 보여주며 현재의 입장에서 그것을 다시 해석하고 비판하며 새로운 진리나 지식을 가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억하자. 가르침은 폭력일 수 있다. 획일적인 가르침은 학습자에게 배움의 기회를 빼앗아 버릴 뿐만 아니라 그들을 인생의 낙오자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정답을 절대 강요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일정한 틀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하며, 일상에서 그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글로 구체적으로 써보게 해야 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새로운 길을 내게 하는 행위이다. 그 길에는 오직 하나의 길이 아닌 여러 갈래의 길이 있음을 안내해야 한다.

오늘만이라도 서태지와 아이들이 94년에 발매한 ‘교실 이데아’의 가사를 음미해 보길 권하고 싶다. 그들의 노래 가사처럼 가르침은 결코 폭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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