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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여행기16] 21일간 몽골 여행, 매일 지친 몸을 풀어준 이것

알타이 지역 세계유산 보며 옛 고대인들의 생활상 추정하기도

  • 입력 2022.08.24 12:38
  • 수정 2022.08.24 14:32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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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왕복드에서 바양을기로 내려오던 중 만난 암각화로 오른쪽에 두 마리 말이 끄는 마차와 개가 보이고 앞에는 사슴들이 보여 수렵도로 추정된다. 입체화를 그릴 줄 모르는 당시의 원주민들이 마차 바퀴가 양쪽으로 펼쳐진 평면도를 그렸다. ⓒ오문수
▲ 타왕복드에서 바양을기로 내려오던 중 만난 암각화로 오른쪽에 두 마리 말이 끄는 마차와 개가 보이고 앞에는 사슴들이 보여 수렵도로 추정된다. 입체화를 그릴 줄 모르는 당시의 원주민들이 마차 바퀴가 양쪽으로 펼쳐진 평면도를 그렸다. ⓒ오문수

몽골 최고봉 타왕복드를 방문한 일행의 다음 목적지는 몽골 알타이지역 행정 중심지인 바양을기다. 타왕복드를 방문하기 전 1박을 한 도시지만 또 다시 되돌아와 자동차를 정비하고 식량과 먹을 것을 구입한 후 울란바타르로 돌아가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타왕복드에서 바양을기로 되돌아가기 전 일행의 다음 일정은 암각화가 새겨져 있는 지역을 탐방하는 것이다. 이곳은 사람이 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몽골과 중국 국경지대로 군인들만 주둔한 곳이라 정확한 지명을 지목할 수 없다. 일행 중 3년 전 이곳을 방문했던 사람은 신익재 사장과 필자, 그리고 몽골 가이드 저리거 뿐이었다.

당시 몽골 지도에 암각화가 있다는 정보만 알고 GPS만 보고 가다가 국경경비대에 불려갔던 곳이기도 해서 일행은 미리 국경지대 출입허가서를 받아 출발했다. 3년 전 교과서에만 보았던 암각화가 여기저기 널린 현장을 돌아보며 배고픈 줄도 모르고 사진 촬영하고 탁본을 떴는데 또 다른 의미있는 암각화가 눈에 띈다.

여기저기를 돌아보던 궁인창씨가 불러 가보니 높이 1미터 넓이 1.5미터쯤 되어 보이는 바위에 여러 동물의 모습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말 두 마리가 끄는 수레가 보이고 앞에는 사슴과 사슴을 둘러싼 사냥개들의 모습이 보인다. 수렵도다.

▲길이 1.5미터, 높이 1미터 쯤 되는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로 사슴 한 마리가 10여 마리의 개(늑대?)에게 둘러싸여 공격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오문수
▲길이 1.5미터, 높이 1미터 쯤 되는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로 사슴 한 마리가 10여 마리의 개(늑대?)에게 둘러싸여 공격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오문수

암각화를 자세히 보니 마차 바퀴가 양쪽으로 펼쳐져 있고 앞에는 두 마리의 말이 끌고 있었다. 당시 그림을 입체적으로 그릴 줄 모르는 원주민들이 그린 그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시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은 말이 끄는 철제마차를 타고 사냥을 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암각화에는 사슴 한 마리가 10여마리의 개(늑대)에 둘러싸여 공격당하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유라시아 알타이지역의 청동기 고대 문화는 B.C 3000년부터 1C 무렵까지를 말한다. 이 문화의 특징은 목축과 순동의 제련기술인데 인류 최초로 말을 가축화시켰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말은 추위에 잘 견디어 사람들이 겨울 나는 식량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암각화는 몽골 알타이 지역에 거주했던 선사 및 고대 수렵 및 유목민들이 남긴 문화유산이다. 암각화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이 지역에 살았던 선사 및 고대 문화 요소 및 조형예술 양식의 변화와 변이 과정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몽골 알타이와 홉드 아이막은 만리장성을 경계로 하는 중국과 성격을 달리하는 유목민 문화권이다. 이곳은 인도 이란계 종족과 몽골로이드가 끊임없이 패권을 다투던 곳이었고 흉노 이후 선비, 유연, 돌궐, 위구르와 몽골 제국 등 유목민족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한 곳이다.

일행과 함께 수백점의 암각화가 널려 있는 지역을 빙 둘러보아도 집 한 채가 보이지 않고 황량한 바위산들만 보인다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변한 게 아닌가 싶다. 

21일간 5500㎞ 여행의 피로를 풀어준 국선도 사범 김두환

고조선유적답사단 일행의 21일간 몽골고비사막 여행은 힘든 여정이었다. 특히 40도가 넘는 더위와 비포장 사막길을 달리느라 허리뿐만 아니라 온몸이 뻐근해졌다. 헌데 매일 지친 일행의 심신을 풀어준 이가 있었다.

전북 장수 백화여고 교장(전)이자 현 백화학원 상임이사인 김두환씨다. 허리디스크와 무릅 관절 통증 때문에 국선도에 입문해 국선도를 시작한 지 17년째인 그는 현재 장수복지관에서 관내 주민들에게 4년째 국선도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무료봉사하고 있다.

야영을 마치고 다음 날 아침 안동립단장이 다음 목적지와 주의사항 전달이 끝나면 어김없이 국선도를 이용해 몸풀기 운동을 했다. 일행 대부분이 그의 국선도 운동덕을 보았다고 했다. 그에게 국선도란 무엇인가를 물어보았다.

▲바양을기에서 1박을 한 일행이 아침 일찍 일어나 시청광장에서 국선도 사범인 김두환씨의 지도아래 체조를 하고 있다.  ⓒ오문수
▲바양을기에서 1박을 한 일행이 아침 일찍 일어나 시청광장에서 국선도 사범인 김두환씨의 지도아래 체조를 하고 있다.  ⓒ오문수

"우리민족 고유의 전통무술, 황제내경과 역경의 원리로 만들어진 이 수련은 심신의 조화를 추구합니다. 한 마디로 중심잡기와 균형잡기 수련법으로 단군, 최치원, 사명대사로 면면히 이어져 도교의 신선사상과 달리 자연과 하나되는 하늘 사람을 추구합니다."

몽골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나를 몽골여행에 동행하자고 권한 이는 안동립씨다. 고조선유적답사단장인 그는 우리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몽골과 중국 등지를 44차례나 탐방한 이력이 있다. 일행과 함께 몽골 여행을 갈 때마다 사모님과 함께 준비한 물품을 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이번 여행에 안동립단장과 사모님이 준비한 물건은 120여 가지나 됐다.

▲21일간의 몽골여행 중 야영을 마친 매일 아침 그 날의 행선지에 대해 설명하는 안동립 단장 모습 ⓒ오문수
▲21일간의 몽골여행 중 야영을 마친 매일 아침 그 날의 행선지에 대해 설명하는 안동립 단장 모습 ⓒ오문수

기본식량은 물론이고 소금, 후추, 참기름, 된장, 고추장, 새우젓, 오징어젓갈, 명란젓, 국(칼국수 3세트), 국(해물건더기 3세트), 황태채, 건미역, 멸치, 김, 장아찌(고추, 깻잎, 된장고추), 햇반, 감자수제비, 전투식량 비빔밥 등 모두 나열할 수 없다.

유목민이 전혀 보이지 않고 가게도 없는 고비사막에서 야영할 수 있도록 텐트와 취사도구를 준비한 일행은 안동립단장과 사모님이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진심으로 감사했다. 

▲고조선유적답사단 일행 18명은 21일간 일행이 먹을 음식을 준비한 안동립단장과 사모님의 노력에 깊이 감사했다. 안동립단장이 보여준 준비물을 보니 무려 120여가지나 됐다. 일행은 거의 모든 식사를 직접해먹으며 지냈다.  ⓒ오문수
▲고조선유적답사단 일행 18명은 21일간 일행이 먹을 음식을 준비한 안동립단장과 사모님의 노력에 깊이 감사했다. 안동립단장이 보여준 준비물을 보니 무려 120여가지나 됐다. 일행은 거의 모든 식사를 직접해먹으며 지냈다.  ⓒ오문수

안동립씨가 단순히 관광목적으로만 몽골여행을 권했다면 한 번으로 끝냈을 것이다. 4번이나 몽골여행을 다녀온 것은 몽골 역사속에 맥맥히 흐르는 한국 전통문화를 알기 위한 그의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최재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인간은 사실을 많이 알면 알수록 결국엔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 바양을기 박물관 "아즈맷"관장이 여수미술관에서 바양을기 지역화가들의 작품 전시회를 열 때 필자가 선물했던 책자를 필자에게 다시 보여줘 감동했다. 은 필자를 비롯한 고조선유적답사단원들이 3년전 몽골을 방문한 후 출판했던 책이다. 며칠전 일행이 바양을기 박물관을 방문했던 기사를 메일로 보내자 "감사하다"는 답장이 왔다.  ⓒ오문수
▲ 바양을기 박물관 "아즈맷"관장이 여수미술관에서 바양을기 지역화가들의 작품 전시회를 열 때 필자가 선물했던 책자를 필자에게 다시 보여줘 감동했다. 은 필자를 비롯한 고조선유적답사단원들이 3년전 몽골을 방문한 후 출판했던 책이다. 며칠전 일행이 바양을기 박물관을 방문했던 기사를 메일로 보내자 "감사하다"는 답장이 왔다.  ⓒ오문수
▲바양을기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아즈맷" 관장이 필자를 비롯한 일행에게 선물한 카자흐족 전통모자로 한 직원이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오문수
▲바양을기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아즈맷" 관장이 필자를 비롯한 일행에게 선물한 카자흐족 전통모자로 한 직원이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오문수

그렇다! 나도 몽골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했고, 이해하니 알게 됐고, 알게 되니 사랑하게 됐다. 몽골을 사랑하면서 좋은 일도 생겼다. 2년 전 한몽수교 30주년 기념일에 몽골대사관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초대받았다. 

몽골을 연구하는 학자 네 분 속에 필자가 포함됐으니 영광스러운 일이었지만 아쉽게도 코로나로 순연됐다. 아직도 식지 않은 필자의 몽골 사랑. 일요일이라 시간이 나서 필자가 지금까지 몽골을 3만여 킬로미터 여행한 후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를 세어보니 70여 개다.

필자의 몽골 여행 다음 목적지는 러시아 국경이 가까운 몽골동북부로 한국인의 뿌리가 깊이 배어 있는 지역이다. 몽골동북부까지 여행을 마치면 몽골 동서남북을 종단 횡단한 것으로 몽골의 4계절을 모두 경험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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