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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칼럼] 한쪽 날개로만 나는 교육

언제까지 지식인만 양성할 것인가,
도대체 지성인은 언제 배출할 것인가

  • 입력 2022.10.03 09:00
  • 수정 2022.10.03 09:58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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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날개로 날지 못하는 교육은 위태롭다.
▲ 양 날개로 날지 못하는 교육은 위태롭다.

요즘 매스컴에서 고위 공직자들의 언행을 보고 있노라면 실망을 넘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교양에서 정말 저 사람들이 배운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배움은 낯선 지식 익힘에서 시작하지만, 올바른 언어와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완성이 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외국 순방 중에 비속어를 사용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소위 국가를 대표하는 수장 및 그 참모들의 학력을 보면 명문대학 졸업장은 기본이고 부러움을 살만한 직업 또한 이미 경험한 사람들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번 해외순방에서 보여준 상식 이하의 행동과 막말은 두고두고 회자(膾炙)될 듯하다. 더 문제는 그들이 했던 말조차도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국민의 가슴은 속이 까맣게 탈 지경이다.

 국민의 귀와 눈은 절대 속일 수 없어

회원 수 20만명을 보유한 정치 데이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가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국민의 귀와 눈은 절대 속일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옥소폴리틱스'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비속어 발언이 가짜 뉴스란 윤 대통령의 설명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참여자의 89.5%가 '반대'를 선택했으며 찬성 응답률은 5.5%, '중립' 응답률은 5%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 플랫폼에 자신을 '진보'라 등록한 참여자의 97.1%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은 가짜뉴스'라는 주장에 반대하고 있으며, '중도 진보'는 반대가 97%, '중도'는 반대가 90.1%, '중도 보수'는 반대가 81.%, 자신을 '보수'라 등록한 참여자도 반대가 63.2%(중립 15.8%, 찬성 21.1%)로 나타났다.

‘사람은 배워야 한다.’라는 명제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또 그 배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배움만 있고 사색이 없는 배움은 자신뿐만 아니라 국민과 국가마저도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사색하지 않으면 그물에 걸릴 것이고, 사색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울 것이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고 했다. 즉 배우되 생각이 빠지면 그 배움은 생명력을 잃어버리기 쉬운 지식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세상사는 결코 배움과 똑같이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기에 반드시 사색을 통해 그 배움에 대해 질문하고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그랬을 때 그 배움은 책 속의 지식이 아닌 삶 속의 지식으로 가치 있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위엔 겉만 화려한 지식인이 많다.
▲우리 주위엔 겉만 화려한 지식인이 많다.

반면,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고 했다. 세상은 이념, 윤리, 도덕, 상식 등 다양한 수레바퀴로 굴러가고 있다. 배움이 전혀 없이 오로지 생각만 깊고 넓게 한다고 해서 지혜가 싹트는 것은 아니다. 배움을 전제로 한 사색이야말로 타인과 사회를 대면할 수 있는 바른 공부이다. 그러기에 사색 또한 지식을 밑바탕에 깔고 생각을 깊고 넓게 펼쳐야 한다.

공자의 말을 축으로 우리 교육을 보면 사색 없는 가르침이요, 생각 없는 배움만이 어지럽게 행해지고 있다. 그러니 지금처럼 명문대학교를 나와도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고 공감하기보다는 오직 자신의 영달과 가족의 안위만을 챙기는 속 좁은 사람이 넘쳐날 뿐이다. 우린 그 생각 없이 배운 이들이 권력이나 리더자가 되었을 때 익숙한 것에 발목이 잡혀 더 큰 것을 보지 못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를 역사에서 목격하지 않았는가?

우리 교육은 여전히 한쪽 날개로만 나는 위태로운 지식을 안내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아이들에게 사색할 시간을 주어 지혜를 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욕망만을 키우게 하는 가르침을 답습하고 있다. 결국 그 아이들이 성장해서 그 지식을 무기로 국민과 국가에 부담을 줄 수도 있으니 어찌 작금의 교육을 통탄하지 않으리오. 교육에게 묻고 싶다. 언제까지 지식인만 양성할 것인가? 도대체 지성인은 언제 배출할 것인가?

▲ 명문은 없다. 평범만 있을 뿐이다. 그 평범에서 지식과 사색까지 갖추어져 있다.
▲ 명문은 없다. 평범만 있을 뿐이다. 그 평범에서 지식과 사색까지 갖추어져 있다.

노자는 “하지 않음을 행했을 때 다스려지지 않음이 없다.(爲無爲則無不治)”라고 하지 않았던가. 결국 배움은 욕망과 권력을 지향하는 억지 지성인을 기를 것이 아니라 공기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만의 역할을 말없이 수행하는 참 지성인을 키워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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