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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혼을 이야포에...아픔과 고통 처연하게 그려낸 ‘두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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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8 14:09
  • 수정 2022.11.10 15:11
  • 기자명 박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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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포 미군폭격사건 추모비 ⓒ여수넷통뉴스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추모비 ⓒ여수넷통뉴스

한국전 발발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다. 널리 회자되는 건 물론 중국 소련을 등에 업은 김일성의 남침설이 그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해방이후 불안한 남한상황과 그에 따른 내분, 미소중 같은 강대국이 자국의 실리를 위해 일으킨 대리전이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영제의 르포소설 <두소년>에서 이런 한국전의 원인은 초반 유상태가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 원인에 대해 비아냥대는 것에서 유추 할 수 있다.

“쫄따구는 죽으러갔고 하사관은 소 장만하러 갔고 장교는 집 장만 할라고 갔지 미쳤다고 남에 나라 지키러 갔간디? ”

요약하면 남의 전장에 가는 이유는 단 하나, 자국의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한국전은... 오랜 경제공황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

좀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미국에게 한국전은 당시 오랜 경제공황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였다. 1929년 10월 24일, 미국의 뉴욕 증권 거래소의 주식 가격 폭락과 함께 세계 대공황은 시작됐다. 이후 전 세계 거의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은 침체기와 경기불황에 시달렸고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것은 미국으로 하여금 2차 대전에 뛰어들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경제불황이 계속되자 미국은 기존의 자유방임적 경제정책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수정자본주의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일었고 그 중심에 경제학자 케인즈가 있었다. 미국은 이런 케인즈에게 군복을 입혀 한국전에 파견했다.

그 결과 미국은 실업의 늪에서 벗어나고 이야포 피난화물선에 퍼부은 것과 같은 포탄을 비롯한 군수물자 산업은 다시 활기를 띄고 군수공장들은 구인난에 허덕일 정도로 완전고용이 이루어졌다.

우리가 베트남전으로 경제 몫을 챙긴 것처럼 미국은 한국전으로 또다시 강대국으로 거듭나게 됐다. 거기에 해방 이후 혼란했던 이남의 정치사가 한국전의 또 다른 빌미가 되었으리라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이렇게 한국전 발발과 실체라는 분명한 의도를 갖고 쓰여진 르포소설 <두소년>은 겉으로는 1950년 8월 3일 부산을 출발, 충무를 거쳐 욕지도로 향하던 피난민선에 미군이 조준 사격한 것에 많은 부분과 무게를 두고 있다. 즉 작가는 말하려는 바를 직접적으로 그리기 보다는 중의적, 함의적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다.

물론 조준사격자체도 간과할 수 없는 전쟁 범죄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작가가 진정 하고 싶었던 말은 조준사격 그 이상의 미국에게 한국전의 필요성이었던 것이다.

▲ 이야포사건 유일한 생존자 이춘혁옹 ⓒ여수넷통뉴스
▲ 이야포사건 유일한 생존자 이춘혁옹 ⓒ여수넷통뉴스

영원한 우방이라는 미국과 우리의 동맹관계는?

우리의 영원한 우방이라는 미국과 우리의 동맹관계는 그럼 어떤 실체를 갖고 있을까? 그것은 일방적으로 미국에 유리하게 협의되고 진행되고 있다.

혹자의 말대로, 2차 대전 이후 독일은 동서로 분단이 되었지만 일본은 그런 단죄를 피해 한국전으로 기사회생까지 하게 되었다. 미국이나 연합군은 왜 일본을 가만 두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그건 아마도 중국과 소련에 대항한 전초기지로 놔두려 한건 아닐까? 한국과 일본, 즉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데 묶어. 이처럼 국익 앞에서는 휴머니티 따위는 실종되고 마는게 강대국의 자국중심주의라 하겠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의 영구분단은 미국의 기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로인해 계속 방산이익과 실업인구를 줄일 수 있고 또한 중국 소련에 대비한 최전선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또한 계속되는 한국 내 방산비리와의 유착은 한국 국방력의 영구 약화를 가져와 한국의 미군 의존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촉매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제 본문으로 돌아가, 소설 <두 소년>의 조준학살 장면은 작가의 전작 <여수역>에서처럼 그 서정성을 극한으로 밀어부치고 있다.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거대한 불씨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것 같아 신비함 마저...하늘 높이서 가늠하듯 솟구치는 불꽃은 바다 넓이를 재보려는 듯 번져나가며 이야포를 벌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당시 미군은 민간인들이 인민군의 보급품을 수송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래서 피아를 구분 않고 이런 조준사격까지 가능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즉 민간인을 ‘잠재적인 적군’으로 간주한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에 있어 ‘노근리’ 같은 경우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르포소설 ‘두 소년’에서는 경위가 사뭇 다르다. 피아간에 교전도 없고 전선도 형성되어 있지 않은 여수 안도 이야포 해상에 강제정박 당하고 있는 피난선에 미군폭격기가 갑자기 날아와서 정밀 폭격한 것은 뭔가 많이 이상하다. 작가는 당시 이 지역으로 후퇴해 있던 한국 영암경찰과 나주경찰에 주목한다.

이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미군기의 이야포 피난선 학살사건은 소설 전반에 주로 그려지고 후반은 한국전의 양상과 피난민들의 처참한 삶이 디테일하게 르포형식으로 전개된다.

소설의 스토리는 이북출신으로 서울에 정착했던 홍씨일가가 전쟁을 피해 집을 떠나 남하하는 형식의 디아스포라diaspora 형식을 따르고 있다. 부모와 5남매 일가족은 이야포 미군의 조준사격으로 결국 형제와 누이만 남게 되고 그 누이역시 전쟁의 후유증과 모진 시집살이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고 만다.

이렇듯 이 소설은 전쟁으로 인해 한 가족이 어떻게 고향을 등지고 해체되고 부랑아 신세로 전락하는지를 자세히 그리고 있다. 혈육의 시신마저 찾지 못해 그 원혼을 이야포에 묻어야 하는 그 아픔과 고통 역시 처연하게 그려지고 있다.

▲양영제 르포소설   ⓒarte 2022
▲양영제 르포소설 ⓒarte 2022

너 왜 우니?
”부모를 잃어버려서요“
”어디서?“
”안도에서요“


필자가 작품 전체를 통틀어 제일 가슴 아팠던 대목이다.

참고로 베트남에서는 죽음이 의례를 통해 인정받지 못하면 여기저기도 아닌 세계에 머물게 되는데 그곳을 ‘드엉’이라 부른다. 이야포사건 70여년이 흐른 후에야 조촐한 추도식이나 위령제로 만족해야 하는 많은 원혼들은 이야포를 드엉삼아 여전히 떠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과거사정리 위원회’와 일군의 지식인들이 주를 이루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정부와 미군에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소설 <두소년>은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벌이는 수많은 약소국의 대리전을 보며 새삼 인간의 ‘에고’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새삼 확인하게 만드는 작품이자 전체 인구의 대부분이 한국전 미체험세대인 지금 전쟁의 실체, 한국전 발발의 보다 적확한 인식을 가능케 하는 단초가 될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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