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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포장 대신 경청과 소통"

  • 입력 2014.01.30 19:02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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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저녁 6시 여수넷통 강의실에서는 김철환씨의 소셜미디어 시대 이들처럼 장사하라는 페이스북 강의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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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마케팅 전문가 김철환씨, 여수넷통에서 강연
28일 저녁 6시. 여수넷통 강의실에서는 소셜미디어마케팅 전문가 김철환씨의 페이스북 강의가 있었다. 50명의 참석자들은 김철환 강사의 <페이스북 장사의 신> 강의를 들으며 두 시간 동안 숨을 죽였다. 무엇이 참석자들을 긴장케 하고 강의가 끝났을 때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을까?

김철환씨는 주로 소셜미디어의 비즈니스 활용과 99% 작은 기업을 위한 적정마케팅 연구와 교육을 하는 칼럼니스트다. 그는 전경련, 국제경영원, 한국무역협회,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중소기업청, 삼성전자, KT, 블로터아카데미 등에서 강연을 하고 블로터닷넷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 칼럼을 연재한다.

김씨는 지난 2년 동안 소셜미디어를 모범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농업인, 문화예술인 등을 찾아 다녔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모은 알짜 사례를 종합하고 분석한 그는 마케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그가 강연서두에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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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저서 <페이스북 장사의 신>을 바탕으로 여수넷통 강의실에서 열강한 김철환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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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만 해도 스스로 소셜미디어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라 자부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에서 초대를 받아 강연도 하고 컨설팅이나 자문도 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전국에 계신 개인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농업인 등을 만나고 나서 그런 자부심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그가 이들을 만난 것은 모범이 되는 주인공들을 발굴해 칼럼이나 팟캐스트로 소개하기 위함이었다. 김씨는 이들을 만나기 전 "과연 이들에게 마케팅이라고 할 만한 게 있을까?" 하고 반신반의했다. 때론 "전문가의 입장에서 조언을 해줘야할지도 모르겠군!" 하고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막상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얘기가 불변의 진리인 양, 자신이 고수인 양 하며 떠들고 다녔던 것들이 기존 마케팅의 틀에 페이스북을 억지로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목소리 높여 주장했던 마케팅은 이들의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와 방법론에 비하면 초라하고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

전통적인 마케팅은 포장과 홍보 기술이다. 어떻게 하면 사업과 상품 서비스를 매력적으로 포장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만 고민한다. 김씨가 만난 사람들은 비즈니스용 계정인 페이지보다 개인용 계정인 프로필이 마케팅에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야기하지 않아야 상품이 팔린다는 역설도 보여줬다. 포장 대신 겸손의 중요성을, 일방적 홍보 대신 경청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들이 말하는 페이스북 활용법은 마케팅이라기보다는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처세술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도 어려운 마케팅 성과를 냈다. 김씨는 자신의 책에 나온 주인공들 덕분에 페이스북 마케팅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페이스북 활용서는 이른바 1%에 드는 대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구독자 수에 제한이 없는 페이지를 개설할 것을 제안하고 광고와 이벤트 프로모션,애플리케이션 등으로 팬을 늘려가는 방법을 설명한다. 잡지나 TV광고에 준하는 고급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술도 알려 준다. 마케팅 활동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각종 지표와 분석기법도 들어있다. 그러나 자본과 조직이 없는 99%의 소규모 영세사업자나 개인은 어떻게 해야할까?

페이스북으로 장사에 성공하려면 꾸준해야 한다

그가 소개한첫 성공스토리는 ‘동강의 스토리텔러‘ 정용화씨의 얘기다. 정용화씨가 사는 곳은 강원도 정선. 정용화씨는 5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잘나가는 디자인 정책 기획자였다. 세계디자인수도서울전, 상하이엑스포 서울시관, 동대문풀라자 기획 등 그가 참여한 프로젝트만 해도 여러 개다. 2007년에는 창의적인 정책제안의 공로자로 인정받아 제야의 종 타종 인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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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환씨가 찾아간 어느 커피집에는 카푸치노 위에 이같은 상스런 글을 그려서 손님에게 내놓는다고 한다. 손님들은 화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이걸 즐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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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신을 너무 혹사한 나머지 성공을 눈앞에 둔 순간 몸에 탈이 났다. 건강을 위해 고향에 내려간 그는 너무나 외로운 나머지 페이스북을 하며 외로움을 달랬다. 하지만 친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댓글이 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우선 딱딱한 글에서 벗어나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사진과 이미지 위주로 콘텐츠를 바꿔 올리기 시작했다. 사진에는 동강의 풍경, 차의 재료가 되는 야생화, 동강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일상을 담았다. 페이스북에서도 친구의 방문을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친구의 담벼락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건네고 댓글을 남겼다.

자신의 경험담을 정성스럽게 올리고 진심을 담아 쓴 댓글은 많은 친구를 만들었고 지금은 페이스북 친구가 5천 명이나 됐다. 그는 동강에서 야생화를 채집하고, 재배하고, 이것을 말려 차를 ‘야생화꽃차‘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판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상품을 직접적으로 언급해본 적이 거의 없다. 다만 야생화가 자라는 동강의 청정함, 병으로 귀향한 젊은이를 소생시킨 동강의 치유력, 야생화로 살아가는 한 가족사를 썼을 뿐이다. 정씨가 페이스북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은 총 매출액의 5~10%에 불과하지만 주문이 계속 늘고 있다. 사람들은 그에게서 동강의 자연을 사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철환 강사는 페이스북 사용자 중에는 뉴스링크나 다른 페이스북 사용자의 게시물을 공유한 것으로 담벼락을 도배한 경우가 있는 데 그런 콘텐츠로는 반응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설명이다.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여러분이 주인공이어야 합니다. 설령 여러분과 관련된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여러분의 생각이나 관련된 일화를 반드시 곁들여야 합니다."

좋은 콘텐츠에는 유용하거나, 재미있거나, 감동적이어야 좋은 콘텐츠라고 주장한 김씨는 "마케팅의 성공비결은 꾸준함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책속에 나오는 윤광미씨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남편의 가구 사업이 기울자 청국장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윤경미씨는 다음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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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으로 성공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 김철환씨가 찾아간 어느 맛집 간판. 그림을 보고 곰곰이 생각해야 정답이 나온다. 답을 알면 배꼽이 빠진다. 개고기 파는 집이니 맞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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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필명 ‘경빈마마‘인 그는 시작한 지 일 년 만에 다음에서 우수블로그에 뽑혀 농림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처음엔 청국장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주위의 강권에 의해 고추장, 된장 등 다양한 장류를 비롯해 제철 김치와 장아찌도 판매한다.

윤광미씨는 온라인 마케팅을 시작한 지 10년이 됐지만 지금도 하루 4~5시간을 온라인에 투자한다. 새벽과 밤 두 시간씩 정해놓긴 했지만 일과 중에도 틈나면 컴퓨터 앞에 앉는다. 식사 시간마저 쪼개다 보니 밥은 으레 국에 말아먹는다고 한다.

김철환 강사는 페이스북으로 일군 가족농장 실미원, 페이스북 생선장수 오일 여수 FnC 대표, 관계맺기의 달인 꽃집아재 김용길씨의 얘기 등을 전하며 경청이 최고의 마케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상품보다는 주변 이야기를 통해 성실한 생산자, 쾌적한 환경에서 만든 생산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며 강의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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