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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지만 공부 안하면 노인!

  • 입력 2014.02.06 11:41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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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잊어버린 청유농원 대표 백승인씨

 

"한국벤처농업대학은 65세 이상은 입학을 불허합니다. 실례지만 몇 살이시죠?"

"나는 내 나이가 몇 살인지 잘 몰라요. 몇 살인지는 몰라도 마흔은 넘었어요. 하지만 나이 30에도 공부 안하면 노인이고, 100살이라도 공부하면 노인이 아니에요. 나는 노인이 안 되려고 왔어요"

3년 전 나이 70에 한국벤처농업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한 백승인씨와 면접관의 대화 내용이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모습은 노인이 분명하지만 백씨의 당당한 모습과 인생관에 감복한 면접관이 특별히 배려해준 것이다. 백씨는 당시 200명의 입학생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고 당연히 화제가 됐다.

올해 73세인 백승인씨는 주위에서 억대 농부로 불린다. 그는 여수시 소라면 봉두리에서 ‘여주‘를 재배하면서 청유농원을 경영한다. 오이와 비슷하지만 표면이 울퉁불퉁한 여주는 당뇨에 효험이 있고 비타민이 많아 피로회복에도 좋다. 청유농원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여주차, 여주환, 여주엑기스, 여주비누, 매실, 친환경 쌀과 채소를 생산한다.


그는 네이버와 다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주문판매를 실시한다. 컴퓨터에 관한 기본 지식은 있었지만 3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컴퓨터 교육을 받았다. 그는 농사를 위해 여수시 농업대학, 전라남도 E비즈니스 양성과정에 이어 심화과정도 거쳤다. 한국벤처농업대학에 이어 대학원과정까지 졸업했다. 5년 전까지 평범한 농사만 짓던 그가 여주농사로 전환한 이유를 들었다.


"일반인들의 당뇨수치는 100~120정도에요. 그런데 저는 400까지 올랐어요. 때마침 한 지인이 여주를 선물해 관상용으로 심었는데 검색해보니까 당뇨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해서 생과일로 먹었더니 당뇨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여주를 마시고 나서부터는 음식을 가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소량 재배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 3년 전부터는 영리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는컴퓨터를 이용해 영농일기를 쓴다. 그의 컴퓨터 영농일기에는 파종, 재배, 수확과 수해가 났던 기록까지 기록이 되어있다. 나이만 많았지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노력으로 농사를 짓는다. "농사가 힘들지 않으세요?"하고 묻자 그가 대답한 내용이다.



"농사는 노동으로 하면 안 되고 즐거움으로 지어야 합니다. 대신 돈이 되는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요새 쌀농사 지으면 한 평에 2400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논 열마지기(2천평)를 지으면 1년 소득이 500만원 정도 밖에 안되는 게 농촌 현실이에요. 조금만 머리를 써 농사를 지으면 몇 천에서 억대를 올릴 수 있어요"

겨울에 생과일을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작년부터는 즙으로 만들어 판다. 여주환을 만들어 파는 그는 "판매한 제품을 일주일 정도 먹었는데도 효과가 없으면 반품도 가능하다"며 자신 있어 한다. 2013년에는 20여 농가가 여수시 농업기술센터의 적극적인 지도를 받아 재배해 공동출하 하고 있다.

젊은 시절 여수시 공원묘지를 만든 그는 새마을지도자 훈장을 받기도 했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공부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한글도메인‘도 만들고 있다. 그의 한글 도메인은 ‘여주즙. 한국, 여주생과즙. 한국‘이 될 것이다. 70넘은 노인 중 ‘도메인‘이라는 개념을 아는 노인이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하니 고개가 절로숙여진다.

"남들보다 앞서가니까 사는 게 재미있다"는 그는 삼성연구소에서 보내오는 ‘옥답‘ 프로그램을 통해 농업정보와 세계정보를 획득한다. 집안으로 들어가니 그의 식물 사랑이 한눈에 보인다. 100여 종의 꽃과 난초가 집안에서 자란다. 작년에는 1200평의 여주를 재배했지만 금년에는 3000평을 재배할 예정이라는 그에게서 세월을 잊은 젊음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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