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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서 서로 가족처럼 행복하게 살아"

  • 입력 2014.04.28 09:10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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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추모제가 열리고 있는 여수시 중앙동 이순신 광장앞에 차려진 ‘세월호 침몰 합동분향소’에 한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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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이순신광장 앞 ‘세월호 침몰 합동분향소‘, 시민들 발길 이어져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고통 없는 세상에서 고이 잠드소서!"

세월호 침몰사고 여수합동분향소에 쓰인 문구다. 아직 꽃망울을 피어보지도 못한 18세의 친구들은 어쩌면 ‘바람‘이 되어 저 넓은 하늘 위로 훨훨 날아올랐을지도 모른다.

스크린 영상을 통해 세월호 침몰사고로 죽어간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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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당시 단원고 학생과 선생님들이 나눈 카톡 메세지에 부디 살아서 만나자는 애절한 문구가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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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을께" 세월호 침몰자 들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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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살겠다고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다 죽음을 맞이한 선원들의 이야기는 가슴 아프다.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해 길게 통화 못해 끊어"라는 말은 양대홍 사무장의마지막 통화가 되었다. 또 다른 승무원 박지영씨는 4층에서 구명조끼를 구해 3층 학생들에게 건넸다. 박씨는가슴까지 물이 차올라도 마지막 승객을 구조하다 변을 당했다.

단원고 정차웅군은 생일을 하루 앞두고 친구를 구하려다 자신을 던져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최혜정 교사는 세월호 침몰 당시 급박한 상황 속에서 10여 명의 학생을 구출하며 자신의 첫 제자들을 지키려다 생을 마감했다. 남윤철 교사는 방에 물이 차오르자 선생님이 우리를 대피시켰다고 살아 남은 제자들은 안타까워했다. 자신보다 남을 위해 목숨을 버린 가슴이 미어지는 이야기다.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임형주씨의 추모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가 광장에울려 퍼지면서분위기는 내내 엄숙했다. 영정 앞에 눈물을 흘리는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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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추모제가 열리고 있는 여수시 교동 이순신광장 앞에 추모촛불집회가 열린가운데 희생자들의 명복비는 노란 추모리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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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나의 사진 앞에 서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로 자유롭게 날고 있죠 (<천개의 바람이 되어> 중에서)

여수 이순신 광장 앞, 24시간 조문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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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 여수시 사회복지연합회 돌산지역 아동센타장 박성미씨는 “2014년 4월 16일이 그 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면서 “이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는 것은 죄 인 것 같다"고 전하며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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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여수합동분향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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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위한 ‘세월호 침몰 합동분향소’가 여수시 중앙동 이순신 광장에 차려져 조문객의 행렬이 줄을 잇는 가운데 아이들의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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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토) 저녁 세월호 참사 추모제가 열리고 있는 여수시 중앙동 이순신광장 앞의 모습이다. 이곳은 지난 금요일 밤부터 첫 추모촛불집회가 열렸다. 600여 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여수에는 4곳(YMCA 청소년수련관, 여서동 구송원백화점 옆, 1청사 앞)에서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희생자를 위한 ‘세월호 침몰 합동분향소‘는 4대종단과 시민단체가 자비를 털어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24시간 조문이 가능하고 자원봉사자를 모집중이다.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바쁘다. 한 자원봉사자는 "대한민국 누가 이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며 "부모의 맘으로 이 자리에 왔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한결같이 이 상황을 믿지 못한다, 이 아픔이 또 지워질까 두렵다"라며 어려울 때 많은 분들이 하나 되는 것에 고마움을 전했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여수시 사회복지연합회 돌산지역 아동센타장 박성미씨는 "2014년 4월 16일 그 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면서 "이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는 것은 죄인 것 같다, 이 아픔을 잊지 말고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뭘 해야 되는지를 새겨봤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윗분들에게 바라고 싶은 마음은, 국민들을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면서 "사랑이 있어야 희망이 있고, 그 희망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정말 사랑하는 맘으로 자랄 수 있게 어른들이 본이 되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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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추모행사에 나온 진성여고 3학년 친구들이 안타까운 사연을 당한 후배들에게 자신이 쓴 노란 추모리본을 달며 울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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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청소년들의 발길도 계속 이어졌다. 노란 추모리본에 글을 쓴 진성여고 3학년 친구들은 안타까운 사연을 당한 후배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많이 미안하다, 춥고 무서운데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하다" (김진주)
"꽃다운 나이에 가서 못 다한 꿈 꼭 이루길..." (박혜진)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지는데 이번 일이 다시는 안 잊혀졌으면 좋겠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희생된 부모님의 (심리적인) 안정이 필요할 것 같다." (김예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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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초 2학년 박찬비 학생은 세월호 침몰사고를 당한 언니, 오빠들에게 직접쓴 편지를 노란리본에 달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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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족이 참석한 박찬영이네 가족은 "기적을 일어났으면 좋겠다, 너무 슬픈 마음에 가슴이 아파 추모제에 참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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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영, 찬비네 가족은 "꼭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면서 "너무 슬픈 마음에 가슴이 아파 추모제에 참가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 자체가 너무나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중앙초 2학년 박찬비 학생의 직접 쓴 편지를달아놓은 노란 리본은 눈길을 끌었다.

"안녕 언니, 오빠들 나는 가족이 아니지만 정말 슬퍼서
만약 우리 가족 중 한 명이면 나는 아마 울었을 거야.
특히 언니, 오빠 사랑한다. 마지막 할 얘기가 있어
하늘나라에서 서로 가족처럼 행복하게 살아"
2014. 4. 26 박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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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YMCA 김대희 국장은 “평소에 우리 사회가 생활안전을 포함해서 재난안전문제에 등한시 한것이 사실이다”면서 세월호 문제는 사고부터 사고처리까지 총체적으로 미흡한 국가시스템이 무너져 후진국수준이었다는 것이 명확히 들어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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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사고희생자여수추모위원회‘ 여수YMCA 김대희 국장은 "평소에 우리 사회가 생활안전을 포함해서 재난안전문제에 등한시 한 것이 사실이다"면서 "기본적인 긴급재난시스템이 무너졌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일은 사고부터 사고처리까지 총체적으로 국가시스템이 무너진 후진국수준이었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며 "개별 회사가 사고를 일으켰지만 이를 처리한 정부의 잘못은 세월호 잘못보다 훨씬 엄중하다, 먼 바다도 아니고 가까운 바다에서 일어난 사건을 이렇게 처리했다는 것은 국가 재난구조시스템에 굉장히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피어보지도 못한 아이들이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국민적 공분은 더 컸다, 여기에 대한 상처는 쉽게 치유하기 힘들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배에 물이 차는데 왜 탈출을 안 했을까? 저는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외국 같으면 당연히 교사가 판단해 탈출을 시도했을 텐데, ‘배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있어‘라는말에순응했던 사람은 변을 당했어요.

이 같은 상황에서는 집단적으로 탈출을 했어야 합니다. 오늘날 교육시스템이 주체적 판단보다는 모든 것이 공부만 잘하면 되는 인간으로 길렀던결과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앞으로 시민단체와 학교는 생명과 건강, 생활안전을 중요시 여기는 풍토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위한 여수합동분양소는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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