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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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벽 앞에서 절망을 느낄 때, 담쟁이는 그 절망을 넘어서 나아갑니다. 수천의 무리를 이끌고 절망 앞에서 손에 손을 잡고 벽을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은 벽 너머 존재하는 희망의 소리, 그 희망의 소리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귀에만 들리는 소리일런지. 전율과 같이 전해오는 벽을 넘는 희망 그것이 삶의 욕구이고 욕망이라고 볼수는 없겠죠. 때론 담쟁이를 따라 훌쩍 넘어볼 일일지도 모릅니다.
- 장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