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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포착한 세상 < 1 > “밀양”(앞)

  • 입력 2014.08.04 09:49
  • 수정 2014.08.04 09:51
  • 기자명 여수넷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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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성수 교수(전남대)

분명 영화를 보신 경험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어떤 영화가 기억에 남았습니까? 무엇이 생각납니까? 충격적인 장면, 감동적인 스토리, 매혹적인 배우의 모습, 배경 화면을 가득 채우던 붉은 황혼 빛, 지금도 선명히 가슴 속에 흐르는 음악 선율, 혹은 영화가 던져준 지금도 알 수없는 묘한 의미.....

그렇습니다. 영화는 스쳐지나가는 단순한 일회용의 오락물이 아닙니다. 인간이 계발한 온갖 예술과 기술을 동원하여 우리의 삶을 그려놓은 것입니다. 인간의 삶이 진하게 반영되어 있지요. 영화 속에는 가혹한 현실과 아름다운 이상, 신념과 꿈, 그리고 역사와 신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슴에 와 닿는 것 아닐까요?

따라서 우리는 영화를 통해 인간과 세계를 만나고, 나아가 그 본질을 추적하여 읽어낼 수 있습니다. 뜨거운 감성과 날선 이성의 출렁임 속에서 사람의 본성과 사회의 속살을 보면서 공감하고 경험합니다. 이 과정에서 본질을 포착하는 통찰력과 안목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이 능력은 대단히 소중하지요. 우리를 정신적 물질적 자유인으로 우뚝 서게 만듭니다. 당연히 삶의 풍요와 즐거움으로 이어집니다.

이때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 영화를 여럿이 함께 음미하고 토론한다면 더욱 풍성한 체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바로 천상과 지상의 비밀을 찾아 여행하는 파우스트(Faust)박사가 되는 것이지요. 자, 이제 첫 여행을 떠나보실까요? 밀양으로.

 

# 1. 영화 “밀양”의 개요

영화제목이 왜 “밀양(密陽)”인가? 그리고 원작 소설제목은 왜 또 “벌레이야기”인가?

세월호사건으로 깊은 상처를 앓는 대한민국. 희생자의 가족들이 겪는 상처와 고통은 얼마나 깊을까? 특히 부모들의 고통.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고통을 참척(慘慽)이라 하였다. ‘비할 수 없는 슬픔’, ‘참혹한 근심’ 이라는 뜻. 어느 소설가는 외아들을 잃은 참척을 “구원의 가망이 없는 극형”으로 표현했다.

여기 그 극형을 겪은 어느 여인의 이야기가 있다. 바로 영화 “밀양”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가슴 아픈 역사.

영화 “밀양”은 지난 2007년 세계적인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함으로써 널리 알려졌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죄악과 용서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뚜렷한 주제의식과 은근한 대안제시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영화 탄생과정을 설명한다. 원작은 이청준의 짤막한 소설 “벌레이야기”이다. “문학이란 그늘의 불행을 먹고 자라는 괴물이다”라고 고백한 작가는 1980년에 엄청난 불행한 사건을 두 번이나 연거푸 겪는다. 물론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우리 사회 전체가 감당했던 참혹한 일인데, 작가 특유의 감수성으로 가슴에 품은 다음 수년간의 발효와 삭힘의 과정을 갖는다. 그리고 1985년 소설 “벌레이야기”가 발표된다.

3년 후 1988년 영화감독 이창동이 이 작품을 읽게 된다. 이때 이른바 “5공 청문회”가 전국을 뒤흔들던 분위기와 맞물려, 불쑥 솟구친 궁금증과 동시에 섬광 같은 깨달음이 일어난다. 바로 이청준 선생을 찾아가 교감을 나누고, 이후 20년의 발효와 삭힘의 과정을 거친 후 드디어 2007년 영화로 만들어 낸다. “벌레이야기”라는 소설을 “밀양”이라는 영화로.

문학평론가 김현은 “벌레이야기”를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작가의 상상력이 가장 높이 솟구친 작품으로 비극적 현실주의의 절정(絶頂)이다.” 또 세계 최고권위의 칸영화제는 영화 “밀양”에 대해 걸출한 작품성을 인정하면서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가히 최고의 소설, 최고의 영화라 할만하다.

이쯤에서 두 가지 궁금한 사실이 남아있을 것이다. 하나는 이청준 선생이 경험한 1980년대의 엄청난 두 사건이 무엇일까? 그리고 다른 하나는 1988년 두 분 이 선생이 나누었던 교감의 내용은 또 무엇일까?

 

# 2. 이청준과 이창동

원작소설의 작가 이청준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사상계> 신인문학상 공모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으며 이후 월간 <사상계> 등 기자로 재직하였고, 노년에는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좌교수로 활동하였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큰형, 아우의 죽음은 이청준을 문학의 길로 이끌었는데 많은 걸작을 탄생시켰다. 『병신과 머저리』, 『서편제』, 『잔인한 도시』, 『당신들의 천국』, 『낮은 데로 임하소서』, 『자유의 문』, 『벌레이야기』 등 많은 소설이 있으며 수필, 희곡, 동화 작품도 있다.

그는 우리 현대소설사에서 가장 지성적인 작가로 평가 받는다. 특히 권력의 횡포에 대한 인간 정신의 대결을 많이 형상화하였다. 초기에는 상징적이고 관념적인 성격의 작품을 많이 썼으나 1980년대 이후 삶의 보다 본질적 문제에 대한 심오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그 규명에 작심한 듯 나섰다. 이는 한국문학의 큰 축복임이 분명하다.

한편 그의 작품은 영화로 많이 제작되었다. 그 이유가 뭘까? 심오한 삶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대중들과 더불어 널리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편 영화를 만들어낸 이창동은 고교 국어교사를 하던 중 먼저 소설가로 등단하여 주목을 받았다. 이후 1996년에 명계남 문성근 여균동 등과 함께 이스트필름을 설립하고 1997년 <초록물고기>를 만들면서 영화감독으로 데뷔하였다. 이 첫 작품으로 국내외에 크게 호평을 받았는데, 이것은 흥행 성공의 의미가 아니라 영화로 드러낸 그의 치열한 작가정신 때문이었다.

1999년 연출한 두 번째 영화 <박하사탕>에서는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았고, 세계의 유수한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2년에는 <오아시스>로 제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결국 단 3편의 영화로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또한 2007년에는 <밀양>으로 제60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전도연)을 수상하여 다시 한번 세계적인 시선을 끌었다.

이창동 영화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이 땅에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듯 보이는 삶 속에 도사린 깊고도 치열한 악마적 본성(本性)을 포착하여 스크린에 잘 담아낸다. 결코 대중적이지 않은 무거운 주제의식을 제시한다. 그러나 진정성을 갖고 호소력 있게 그려냄으로써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

 

# 3. 영화 줄거리와 문제 제기

이제 본격적인 영화 이야기. 줄거리를 소개한다.

남편과 사별한 33살 여인, 신애는 외동아들 준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간다. 이미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피아니스트의 꿈도, 남편도, 사랑도. 이 작은 도시에서 작은 피아노 학원을 연 후, 그녀는 새 삶을 꿈꾼다.

그러나 신애는 예기치 못한 엄청난 사건의 피해자가 된다. 아들이 납치되고 결국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되는데, 당연히 삶은 절망 그 밑으로 전락한다. 마치 연약한 애벌레처럼 웅크린 채 그녀의 등에서 새어나오는 것은 조용한 비명.

아무런 삶의 의미도 없이 절망 속을 헤매는 신애. 그런데 이때 따스한 눈길 하나가 있다. 카센터 사장인 종찬은 그녀를 안타깝게 지켜보며, 있는듯 없는둣 사랑인듯 인정(人情)인듯 그녀를 돌본다.

절망 속을 헤매던 신애를 구원해준 것은 신앙의 힘이다. 기독교에 귀의한 신애는 사랑의 힘으로 자신을 고통 속에 밀어 넣었던 모든 것을 용서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감옥에 면회 가서 살인자를 만나 용서의 의식을 치르려한다.

그런데 이때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그 살인자는 너무나도 태평하고 담담하게 이미 자기는 하나님께 용서를 받았다는 엄청난 선언을 하며 평안한 얼굴로 오히려 신애를 위로한다. 마치 이제는 신애의 용서가 별로 의미가 없다는 듯이.

큰 혼란과 충격에 빠진 신애. 종잡을 수 없는 혼돈과 고통 속에서 하늘과 세상과 인간을 원망하며, 절망의 골짝을 헤맨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그녀는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우리 모두를 향한 질문이다. “이게 대체 무엇인가요? 당신이라면 이래도 살겠어요? 어찌하겠어요?” 과연 신애의 진정한 고뇌의 핵심은 무엇일까?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삶의 한 복판에서 그 의미를 찾고 해결을 고뇌하는 신애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 한 인간의,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모습을 만난다.

신애는 결국 자신의 손목을 베며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삶에 대한 희망일까? 죽음에 대한 거부일까? 성공하지 못한다. 이때에도 종찬은 신애 곁을 맴돌며 따스한 시선과 실질적인 도움으로 그녀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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