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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포착한 세상 < 2 > “밀양”(뒤)

  • 입력 2014.08.04 09:55
  • 수정 2014.08.04 09:56
  • 기자명 여수넷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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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성수 교수(전남대)

영화가 포착한 세상 < 1 > “밀양”(앞)의 내용

# 1. 영화 “밀양”의 개요

# 2. 이청준과 이창동

# 3. 영화 줄거리와 문제 제기

 

# 4. 배경이 되는 두 사건

이제 비밀을 털어놓을 때가 되었다. 앞서 “# 1” 에서 원작자 이청준이 경험한 엄청난 두 사건. 하나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주영형에 의한 윤상군 납치살해사건”이다. 운명의 장난일까? 공교롭게도 둘 다 1980년에 발생했다.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가슴 아픈 두 사건을 얘기해야겠다. 먼저 광주이야기.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된 후 유신독재가 끝을 맺는다. 이른바 “서울의 봄.” 이때 권력의 공백기를 틈타 전두환을 주축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12ㆍ12사태로 군권 장악. 이후 이들은 1980년 5월 17일 계엄령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민주세력에 대한 탄압에 들어갔다. 목적은 딱 하나, 정권 탈취였다. 끝없는 인간의 탐욕.

바로 그즈음, 광주에서는 학생과 시민들이 조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신군부세력을 경계하고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데, 이를 향해 공수특전단은 초강경 유혈진압을 한다. 이에 굴하지 않고 시민 학생들은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이에 줄기찬 항쟁을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부상당한다. 처참한 공포와 살육의 지옥이 펼쳐진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광주민주화운동. 대한민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적 사건이다. 그들은 지극히 당연한 국민적 요구를 하였을 뿐이었는데...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며 형식적인 명예회복은 되었다지만, 아직도 정확한 진상 규명과 진정한 회복을 위한 조치는 매우 미흡하다.

다음 두 번째 비극적 사건. 윤상군 이야기.

1980년 11월 유괴사건이 발생했다. 피납자는 이윤상군. 당시 14세,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사건 해결을 위해 경찰력이 총동원 되었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런데 1년 후 드디어 범인을 검거했는데, 이때 온 대한민국을 패닉상태에 몰아넣었다. 범인은 바로 같은 학교 교사였던 주영형.

납치 살해의 이유는 도박 빚에 쫓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더 황망한 것은 그의 이전 행적이 매우 파렴치하고 패륜적이라는 사실이었다. 여러 제자들을 성적(性的)으로 농락했으며 특히 불륜관계에 있던 두 여고생을 세뇌시켜 이 범행의 공범으로 끌어들였음이 밝혀졌다.

그는 사건 발생 1년 후 1981년 11월 검거됐다. 이후 1982년 11월 대법원에서 사형 선고가 확정됐으며, 1983년 7월9일 사형이 집행됐다.

그런데, 도대체 이 사건들이 “벌레이야기”라는 소설, 그리고 “밀양”이라는 영화와 어떤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이청준 작가가 도대체 무엇에 깊이 꽂혀서 5년을 묵혀 소설로 형상화시켰고, 이창동감독이 도대체 무엇에 공감하여 20년을 발효시켜 영화를 찍었단 말인가?

광주이야기가 권력과 시민이라는 집단 관계의 사건이었다면, 제자납치 이야기는 개인 대 개인 사이에 펼쳐지는 비극적인 사건인데, 과연 어떤 공통점이 흐르는가?

# 5. 무도(無道)한 세상 -- 주제 탐색 A

이청준 선생이 작품을 구체화하게 된 단초는 1983년 주영형의 사형집행 뉴스를 들을 때였다. 범인은 형 집행 직전 다음과 같은 요지의 유언을 세상에 남겼다. “나는 하나님의 품에 안겨 평화로운 마음으로 떠난다. 자비가 희생자와 가족에게도 베풀어지기를 빌겠다.” 자신의 안구와 콩팥을 기증한다고 밝히면서 그는 놀라울 만큼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이 뉴스를 듣고 작가는 엄청난 혼란과 충격에 빠진다. 마치 포세이돈과 광란의 밤을 보낸 후 사방으로 엉켜 흩뜨러져 뱀으로 변해버린 메두사의 머리카락처럼, 삶이 끝없는 혼돈으로 엉켜버린 느낌이었다.

왜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는 없는가? 윤상군 가족을 직접 만나 용서를 빌었다는 소식은 아무리 찾아도 없는데, 도대체 누구로부터 용서를 받아 저리도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있단 말인가? 피해 당사자를 제외한 채 어떤 제 3의 존재에 의지하여 용서를 일방적으로 확정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 존재가 인간이든, 신(神)이든, 국가 권력이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해 소설 속에서 아들을 잃은 엄마는 이렇게 절규하고 있다. “나는 새삼스레 그를 용서할 수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어요. 하지만 나보다 누가 나 먼저 그를 용서하느냔 말이에요. 그의 죄가 나 밖에 누구에게서 먼저 용서될 수 있나요? 그럴 권리는 주님에게도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주님께선 내게서 그걸 빼앗아 가버리신 거예요.”

즉, 어린 제자를 살육했던 범인은 피해자와 가족을 죽음과 절망의 나락으로 빠뜨린 채 외면했다. 그리고 자신은 감옥에서 神이라는 제3의 힘에 의해 일방적인 용서를 스스로 완성 선포하고 평안해져 있었던 것이다. 이게 과연 온당한 일인가?

생각이 여기에 이르렀을 때 작가는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또 하나의 사건인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그 처참한 학살극과 이어지면서 종합적으로 밑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두 사건 사이에 흐르는 구도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는 사실이 섬광처럼 번뜩이면서 온 몸에는 공포의 전율이 흐른다.

광주학살을 자행한 가해자들은 전혀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은 채 오히려 국가권력이라는 제 3의 존재에 의하여 보호받고 있었다. 그 위장막 속에서 온갖 호사를 누리면서 권력을 농단하고 있었다. 1983년 당시 막강했던 전두환 5공세력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3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가해자들은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도 않고, 진심어린 사과도 없이, 전직대통령으로서 영광을 누리고 있다.

물론 이후 법률적 조치는 이루어졌다. 1988년 제6공화국 출범 직후 국회청문회 등을 거치면서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정식 규정되었다. 1995년에는 ‘5ㆍ18 특별법’ 제정, 1997년에는 민주화에 기여한 의미를 높이 평가받아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다.

그렇지만 놀라운 사실이 있다. 문민정부에서 기소되어 대법원 확정 ‘사형’ 판결을 받은 전두환과 ‘12년 형’을 받은 노태우는, 1997년 12월 당시 대통령이던 김영삼과 대통령 당선자이던 김대중의 합의에 의해 사면되었다.

요컨대, 수백 수천의 시민을 살상(殺傷)한 탐욕군인들은 아무런 진정한 사죄와 용서의 절차도 없이 국가 권력이라는 제3의 힘에 의해 적당한 조치를 거쳐 깨끗이 사면 받은 채 호사스럽게 잘 살고 있는 이 현실. 이게 과연 온당한 일인가?

주영형의 경우도, 전두환 세력의 경우도, 둘 다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짓밟은 것이며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인 예의도 외면한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길이라면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진정 극악(極惡) 무도(無道)한 삶의 현장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가해자가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가 진정한 공동체일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밝힌다. “인간은 그 존엄성이 지켜질 때 우주의 주인이며 우주 자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주체적 존엄성이 짓밟힐 때 한낱 벌레처럼 무력하고 하찮은 존재로 전락한다. 과연 인간이 그래야만 할까?” 그래서는 안 되는 일임을 우리에게 강력히 선포하는 것이다.

즉 피해 당사자가 가해자의 사죄를 받을 수 없다면, 가해자를 용서할 권리가 없다면, 그것은 존엄성을 가진 주체적 인간이 아니라, 바로 벌레라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 제목이 “벌레이야기‘인 것이다.

 

# 6. 어찌해야할까? -- 주제탐색 B

묘한 역설이 있다. 많은 경우 피해자가 화해를 기다린다. 그런데 가해자는 후안무치하게 잊거나 애써 외면하며 자기의 길만 간다. 이것은 길이 아니다. 우주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는 반(反)인간의 길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 각각은 예민한 감수성을 지녀야한다. 그리고 전(全)사회가 관심을 가져야한다. 끊임없이 살펴서, 크고 작은 죄악에 대해 가해자는 민감히 죄책감을 갖고 괴로워하며 피해자에게 용서를 빌도록 조치해야한다. 이것이 무도(無道)한 삶을 바꾸는 방법이다.

화가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스페인). 그의 위대함은 입체파의 창시에 있지 않다. 그는 인류사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많은 전쟁과 대학살, 폭력과 사회적 모순이 자행된 시기에 살았다. 그는 이것들을 두려워하고 증오했다. 그리하여 그림을 통해 인류의 양심과 이성에 호소하고 증언한다. 분노와 울부짖음이다. 바로 <게르니카>(1937년), <아비뇽 아가씨들>(1907년) <한국에서의 학살>(1951년) 등 대작을 남겼다. 이것이 그의 위대함이다.

우리는 개인적 영역에서든 집단적 차원에서든 모순(矛盾)에 민감해야 한다. 또 그 원인이 감정적 뒤틀림이든, 이익충돌이든, 탐욕이든, 어디서 비롯되더라도 폭력, 범죄, 그리고 사회문제에 반응해야한다. 동시에 국가폭력에 대해서도 체념하거나 달관하듯 수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 바로, 우리의 아름다운 인생, 살만한 공동체를 위하여.

여기에서 살펴보자. 우리가 탐구해온 소설과 영화는 이에 대해 어떤 처방을 내리고 있을까? 양자(兩者)가 줄거리는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바로 결말 마무리 부분.

소설에서는 아들을 잃은 엄마는 결국 자결한다. 그 상처, 모멸감, 무력감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세상의 혼돈과 무관심에 정면으로 대항한 것이다. 썩어빠진 세상을 더욱 썩게 만들려는 정면도전 이었던 것일까? 그리하여 반어(反語)적으로 각성을 촉구하는 것일까?

그런데 영화는 다르게 방향을 잡았다. 주인공 신애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끝내 살아남는다. 새로운 의지로 서서히 희망을 찾아 다시 인생을 살아갈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감독은 왜 이리 했을까?

 

# 7. 왜 “밀양(密陽)”일까? -- 주제탐색 C

영화 제목은 왜 밀양(密陽)일까?

상처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삶 속에서 우리는 많은 상처를 입으며 살아간다. 동시에 알게 모르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그리고 거대한 힘과 왜소한 개인 간에도 발생한다.

이렇듯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서로 간에 사과와 용서는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냥 무심히 지나가도 괜찮을까? 그리고 내 생각과는 엄청나게 다르게 행동하는 상대방을 또 어찌해야할까?

감독은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해법 하나를 제시하는 듯하다.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직감한다. 바로 밀양(密陽). 뒤 글자 “陽”은 쉽게 짐작하듯이 “햇살”이라는 뜻. 그런데 문제는 바로 “密”에 있다. 이 글자는 두 가지 뜻을 갖는다. 은밀할 밀, 그리고 빽빽할 밀. 얼핏 모순되게 느껴지는 두 의미를 동시에 머금었다.

영화는 우리에게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 아닐까? 은밀하고 은근하지만, 동시에 정성스럽고 빽빽한 사랑, 이것이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는 생명의 연고라는 사실을. 마음을 기울인 사랑과 관심 이외에는 험난한 이 세상에서 우리의 구원은 없다는 사실. 이것만이 우리를 지킨다는 그 사실.

작은 사랑, 밀양. 서로의 마음을 호흡하고, 서로의 영혼을 맛보며,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는 거룩한 동행. 때로는 세상 물질의 총합 보다 더 무거운 따스한 마음 한 자락. 생명의 에너지를 퍼 올리는 영원한 샘. 사랑과 관심, 그리고 구체적 실천.

영화 속에서 진정한 밀양의 모습을 보인 존재는, 종찬(송강호가 연기함)이 아닐까? 애정 어린 시선을 포함하여 지속적인 보살핌이 이어진다. 어떤 경우에도 쉬임없이 나태함없이 스스로 굳세어 빛나는 태양으로 신애 주변을 지킨다. 아마 이것이 신애를 결정적으로 살리는 생명줄이었을 것이다. 바로 그 밀양.

이제 이야기를 맺고자합니다.

묻습니다.

우주의 중심인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물음입니다.

그대를 지키는 “밀양”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그대는 누구의 “밀양”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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