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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맛살 병철아 -2

  • 입력 2014.08.08 09:05
  • 수정 2017.03.11 08:21
  • 기자명 여수넷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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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팀이 인도에 온다고 하면, 우리부부는 누굴 공항에 내보내야 할지 내심 고민한다. 늦은 밤 공항에 갔다 오면 다음 날 피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서로 공항에 마중을 나가려고 우기는 것이 아닌가? 왜냐하면, 힌두푸르 촌에 살다 보니 콧구멍에 바람도 집어넣고 커피데이에서 커피도 마시고 싶은 이유도 있겠죠.^_^

발음교회 팀이 올 때 공항에는 병철이와 형윤이 영주가 마중을 나갔다. 병철이는 이번이 두 번째 공항에 가는 것이다. 병철이는 환영피켓(welcome picket)을 만들어서 밤10시에 공항으로 출발했다. 다음 날 새벽 5시에 도착하였다.

“병철아~! 피곤하지?”

“아~ 정말 피곤해요. 이렇게 늦게 올 줄 알았으면 안 가는 건데 진짜로 모르고 갔어요” 한편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다음 날 발음교회 팀들을 현지 마을에 안내하는 일과 홈스테이 할 집을 안내할 자봉 몇 명이 필요했다. 목사님이 아림이랑 유니를 발음교회의 도우미로 마을로 보내기로 했다. 병철이가 목사님에게 물었다.

“목사님! 저도 홈스테이 가면 안 될까요?”

“왜 홈스테이를 갈려고 해?”

“인도 문화를 더 체험하고 싶어서요.”

“그래 그럼 너도 갔다 와라”

굳게 결단을 한 병철군이 보따리를 싸서 마을로 떠났다. 병철이가 마을에서 좋은 경험을 하길 기대했다. 며칠 동안 간간히 우리에게 전화로 팀들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난 남편과 함께 발음교회 팀의 마지막 공연을 보러 마을로 갔다. 난 오랜만에 만난 유니, 아림, 병철이가 반가웠다. 좀 의젓해진 병철이에게 물었다.

“홈스테이 어땠어?”

“좋았어요.”

“뭐가 좋았어?”

“잠자는 것도 좋았고 먹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나름 성숙해진 병철이의 모습이 대견스러워 보였다. 공연을 은혜롭게 마치고 마을 사람들과 아쉽게 서로 손을 흔들며 칼루르 마을개발센터로 이동했다.

발음교회 팀과 준비해간 고구마를 장작 속에 묻고 모닥불을 피웠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홈스테이와 단기선교 소감나누기를 했다. 병철이 차례가 되었다.

“홈스테이 경험이 색달랐고요. 저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먹고 자는 것도 다 재미있었어요. 발음교회 팀들이 인도 현실에 맞게 웃으면서 잘 적응했고요. 함께 한 자봉들에게 감사했어요.”

은혜롭고 감사하게 소감나누기를 끝냈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발음 팀들과 우린 우리직원인 스리니와슬루 집으로 향했다. 윤희랑 병철이와 앞장서서 현지인 집으로 가는 길에 병철이와 오랜만에 팔짱을 끼고 걸었다!

“병철아~ 사모님 안 보니까 보고 싶었지?”

병철이가 고개를 저으면서 “아니~ 하나도 안 보고 싶었어요.”

“뭐라고, 진짜로?”

“행복해요 사모님 보니까!!” ^_^“

우린 이야기를 하면서 현지인 집 앞에 도착했다. 윤희랑 나는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저녁식사를 할 인도 직원 집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윤희랑 집 뒤 깜깜한 공터로 가는데 병철이도 따라왔다.

“병철아~ 여기까지 따라오지 말고 망 좀 봐.”

“예.”

윤희가 하는 말 “야~ 병철아 그런데 망보라니까 왜 여길 보고 있어? 누가 오는지 안 오는지 저쪽을 보고 있어야지?” 윤희가 계속해서 잔소리 한다.

“너 엉덩이 보려고 그러지?”

“아~ 안 봐요 안 봐!”

“야~ 윤희야!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아. 인도는 이게 참 편하고 좋아! 아무데서나 볼일 볼 수 있어서......“^_^”

“하하하하~아!”

우린 발음교회 팀들과 함께 인도식 식사를 했다. 병철이가 하는 말 “난 결혼 할 때 음식 잘하는 여자랑 결혼할 거에요.”

“야~ 병철아! 엄마 요리 잘 하시니?”

고개를 내저으면서“아니오! 아니요! 정말! 아니요 진짜 못해요. 그래서 음식 잘하는 여자랑 결혼하려고요.”

윤희가 하는 말 “유니 있잖아?” 어떠니?”

“맨날 유니 누나야. 싫어요. 딴 여자^*^”

“그럼 아빠는 어떻게 사시니?”

“아빠가 요리를 더 잘 해요.”

“사모님은 어떠니?”

“맛없어요. ^*^ 맛있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손으로 인도 라쌈이랑 밥을 맛있게 먹는 막내가 예쁘다.”

윤희가 밥을 손으로 먹으면서

“사모님 저는요?

이 집에 와서 처음 밥을 먹는데 절망적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인도음식이 맛있어요! 어떻게 해요?”

그러면서 병철이 이야기를 한다.

“병철이는요,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윤희야~ 병철이 매력은 무뚝뚝이야!” 우린 식사 후 힌두푸르센터로 돌아왔다.

발음교회 팀들이 하룻밤을 칼루르센터에서 자고 다음 날 힌두푸르센터에 와서 하루를 더 머물렀다. 31명이 먹을 닭도리탕을 만들고 있는데 병철이가 왔다. 주로 병철이가 배고프다고 제일 많이 부엌에 내려오는 편이다.

“배고파 죽겠어!”

“병철아 어떤지 맛 좀 봐 맛이 좀 없다.”

“맛있는데요!”

“병철아~ 엄마도 음식을 맛있게 드시니?”

병철이 하는 말

“안 돼요 맛있게 먹으면.”

“왜?”

“살쪄서 안 돼요! 지금도 뚱뚱한데 맛있게 먹으면 자꾸 쪄서…….”

“난 너희 엄마에 비하면 날씬하니?”

“네!” 고개를 끄덕인다.

“야 그래도 엄마가 해주시는 것 감사하게 먹어야지!”

“우리 엄마 진짜 안 돼요! 어떻게 요리를 그렇게 못하는지.”

윤희가 하는 말

“내 친구 하나는 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너무 맛이 없어서 밖에서 사서 먹는 친구도 봤어요!”

“야 내가 아는 애는 할머니가 정말 요리솜씨가 없어서 명절이 되면 모두가 고통스럽대! 말도 못하고 더 심한 것은 엄청 음식을 많이 하신다는 것”.^*^

병철이가 진짜 요리 잘하는 여자랑 결혼 할 것 같다.

어느 날 유니가 하는 말

“병철이가 요 옥상에서 저보고요 시집오라고 했어요.”

“병철아 진짜 그랬어?”

“네 밥을 잘 하니까.” ^_^

그 말을 하는 병철이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자봉들이 막내를 귀여워한다? 17살 나이에 인도를 경험하겠다고 스스로 홈스테이를 희망한 막둥이 참 기특하고 대견스럽다.

병철이와 함께 홈스테이를 한 발음교회전도사님이 뱅갈로 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우연히 병철이 이야기를 했다. “병철이가 경태라는 청년 때문에 좀 힘들었을 거에요”.

“왜요?” 경태가 병철이를 부를 때 항상 “병철님! 병철님!” 했다는 것이다. 난 경태에게 물어보았다.

“경태야! 왜 병철이 한테 병철님!~ 병철님!~ 했어?”

“그게 요 반응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병철님! 하면요. 병철이가요. ^_^”

“아~ 왜요~? 왜 그래요? 부담스럽게 그냥 병철이라고 해요”

병철이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서 경태가 끝까지 “병철님!” 했다고 한다.

또 밤새 조잘거리는 재훈이 때문에 잠도 일찍 못 자고 피곤해 했다고 발음교회 전도사님이 말했다.

요즘 병철이가 인도 생활에 잘 적응하면서 3월부터 시작하는 칼루르 방과후교실에서 인도 아이들에게 택견을 가르치려고 준비하고 있다.

선배 자봉들이 시키는 일도 성실하게 잘하고 있고 특히 부항 하는 법을 아림이에게 배워서 목사님의 아픈 부분에 부항을 해주기도 한다.

날이 갈수록 ~ 병철이의 ‘인기 짱’ 이다.

게 껍질처럼 딱딱하지만 속은 ‘게맛살’ 속살처럼 희고 부드럽고 담백한 이 소년을 난 ‘귀염둥이’라고 부르고 싶다.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고, 참아야 하고, 기다려야 하는 것을 배우고 인간관계 또한 배우고 있다.

1년 후 병철이의 모습이 더욱 성숙하고 성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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