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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초목의 바둑, 역사속으로2]

이여송은 선조에게 바둑 한판을 청하는데 -1

  • 입력 2014.08.11 08:49
  • 기자명 여수넷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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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장수 이여송은 임진왜란 당시 침략왜군을 징벌키위해 보·기 4개사단(약5万명)을 이끌고 조왜전쟁에 참전한다.

그런데 압록강에 이르러 진군을 멈추고 도무지 움직이질 않는다. 이에 몸이 달은 접반사 이덕형은 그를 압록강 넘어 조선땅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궁리끝에 당시 詩작의 대가 차천로의 詩에 한석봉의 글씨로 쓴 족자 한편을 선물한다.

고요한 밤 고기잡이 등불만이 깜박이고 (夜靜魚燈釣)

잔잔한 물결에 달빛만 배에 가득하다 (波淺月滿舟)

남쪽으로 날아가는 외로운 기러기소리 (一聲南去雁)

가을 짙은 바다와 산을 울며 가는가 (啼送海山秋)

원래 송도삼절 하면 차천로와 한석봉이 들어간다. 당시 차천로의 시와 한석봉의 글씨는 明나라에서도‘짜아~’하니 평판이 자자했는데 이여송 은 졸식간에 당대 최고의 걸작을 일거양득씩이나 하였으니 흡족치 않을 리 만무, 드디어 軍을 움직여 강을 넘어온다.

그러나 정작 강을 건너 의주에 와서도 싸울 생각은 아니하고 먼저 선조 를 만나 봐야겠다고 거드름을 피운다. 이에 조정에서는 서둘러 선조와 이여송의 면담을 성사시키는데 이여송은 선조의 얼굴을 한번 쓱 훑어 보 더니만 아무 말도없이 그냥 나가 버린다. 이항복이 뒤 따라가서 어째서 그냥 나가냐고 묻자 이여송 하는 말이,

"선조의 상(像)을 보니 100번 싸워 100번 질 상이요. 나는 그 사람의 눈을 보면 압니다. 허니 어찌 싸울 수 있겠소. 나는 그냥 돌아가야 겠 소." 한다.

이에 깜짝 놀란 이항복이,

‘아 ~ 이 친구가 신언서판(身言書判)의 잣대로 선조를 시험하려 하는 구나’ 직감하고는,

"좋소이다 그렇다면 잠깐만 기다리시오.「관상이 불여음상」- 관상이 목소리 만큼 정확하지 못하다- 이라 하였으니 이왕 像을 봤으면 言도 들어봐야 되지 않겠소이까?"

하면서 붙들어 앉혀놓고 얼른 내전으로 들어가서 선조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는 고추가루를 묻힌 수건을 선조의 얼굴에 문지르며 항아리를 머리에 씌우자 선조가 매워서 엉엉 운다.

선조의 우는 소리가 항아리를 통해 공명작용을 하면서 실내에 울려 퍼지자 이 소리를 들은 이여송,

"아 용성(龍聲)이로다. 목소리에 복이 숨어 있구나" 한다.

‘겨우 만회하였구나’하고 이항복이 “휴~” 한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이여송이 대뜸,

"言은 잘 알았으니 그러면 선조의 어필을 좀 보아야겠소, 보여줄수 있겠소?" 한다.

이번에는 그리 걱정할 일이 못 되었다. 왜냐하면 선조의 서예솜씨는 당대 알아주는 실력이었으므로....

‘담장가에 매화나무 한가지 추위를 비웃으며 홀로 피어있구나

멀리서도 눈송이가 아님을 알겠으니 은은한 향기가 풍기기 때문이다’

지체없이 선조의 친필족자 5언절구 한편을 보여주자 이여송 고개를 끄덕 거리면서 감탄해 마지않는다.

신언서판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신(身)은 하단(精) 중단(氣) 상단(神)으로 나뉘는데 그중 상단을 가장 비중있게 살핀다.

상단은 눈을 지칭하는 것으로써 눈빛에서 그 사람의 영기(靈氣)가 뿜어 나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言)은 말쏨씨 보다도 목소리(성문· 음색)가 관찰의 포인트이다. 서(書)는 문장력·시문답을 의미하는 것이 고.

이여송은 이런 이치를 깨달은 듯한데 아마도 선조의 눈빛에서는‘영 아니올시다 ?’였다가 목소리에서 뿅 간것이 아닌가 하는 짐작이 든다.

잠시의 시감상이 끝나자 이여송은 선조와 바둑을 한 판 두고 싶다고 다소 생뚱맞은 제안을 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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