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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인 칼럼/정영희] 공모교장제 이대로 좋은가?

  • 입력 2014.08.27 19:17
  • 기자명 여수넷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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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희 (여천초등학교장)

공모교장제가 시행된 지 5년째 접어들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공모교장제가 자리를 잡았다. 또한 능력과 열정(熱情)을 지닌 교장 임용(任用)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도 교육적 공감대(共感帶)가 형성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가 거듭될수록 지나친 경쟁의식에 따른 심리적 부담 때문인지 공모 기피(忌避)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그래서 공모교장제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몇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공모교장 임용의 성패는 심사의 공정성(公正性) 및 투명성(透明性)에 달려있다. 공모교장 임용 취지(趣旨)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심사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심사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결과는 객관성(客觀性) 및 신뢰도가 낮아진다. 결국 학교와 당사자 간의 상호 불신감(不信感)이 증폭되고 결국은 행정력의 낭비로 이어진다.

재심(再審)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있다 해도 교육계의 정서상 이의(異議)를 제기하기에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결국 잘못된 심사는 공모교장 임용제의 취지를 왜곡(歪曲)시키고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관건(關鍵)인 셈이다.

둘째, 추진학교 구성원간의 정보가 공유(共有)되어야 한다. 업무추진의 편의(便宜)성만 추구한 나머지 교직원과 학운위, 학부모와의 사이에 필요한 정보를 함께 공유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임용지침 위반 사례가 있다는 불만을 그냥 떠도는 소문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다. 한술 더 떠, 현임 또는 전임 관리자가 보이지 않는 권한을 교묘히 행사하거나 직권을 남용(濫用)하여 임용절차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훼손(毁損)시킨 경우도 있다.

그 예로 공모교장 선발 과정에서 사적 감정을 이유로 특정인을 처음부터 배제(排除)하려는 의도가 그렇고, 지인(知人)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여 노골적인 측면 지원을 요구하는 등의 편파적 행위가 행해지고 있다.

셋째, 공모 취지는 경쟁을 통해 리더로서의 열정과 소통(疏通)능력, 합리적 교육소신을 갖춘 학교 최고관리자를 초빙(招聘)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능하고 미래지향적이며, 배려(配慮)와 합리적인 리더십을 지닌 관리자로 누굴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학교에서는 머리를 맞대야할 일이다.

이렇게 학교 발전과 당면 과제 해결에 필요한 최적임자를 선발(選拔)하는 일임에도 취지와 정면 배치되는 횡포(橫暴)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추진 과정을 엄격히 통제하여 추진해도 모자랄 판에 사사(私事)로운 감정을 개입시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넷째, 평가의 배점 문제도 고려(考慮)할 필요가 있다. 이전에는 학교에서의 1차 평가보다 지역교육지원청에서 실시하는 2차 평가가 중요한 잣대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초빙학교 의견 존중 차원에서 학교에서의 1차 배점을 상향조정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공정한 경쟁에 의한 평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즉, 1차 심사 시 특정인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평점을 주게 되면, 2차 심사에서는 1차 심사 시 얻었던 평점 결과를 만회(挽回)하기가 어렵다. 다시 말해 초빙학교에서의 1차 심사 결과가 당락(當落)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기준치가 된 것이다. 단위학교 자율성 및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라는 지침이 오히려 심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다분하다.

끝으로, 각종 제출 서류의 표절(剽竊) 시비다. 기존 응모자(應募者)의 제출 서류에 대한 상대적인 표절도 가려내야겠지만 재직 학교나 타 학교의 경영계획서를 그대로 담는 일도 검증(檢證) 대상이 되어야한다. 참고(參考)는 허용하되 복사물은 가려내야한다는 뜻이다. 적어도 경영계획서는 응모자 본인의 경영철학과 진취적(進取的) 리더십, 장기적 비전이나 생산적인 교육활동을 추진하여 달성할 자기목표를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

어찌됐든 탈락자는 심사 결과에 대한 의혹(疑惑)으로 해당학교와 교육행정에 대한 의문(疑問)을 지우기 어렵다. 단위학교당 한 사람만 지원하는 최근의 풍조(風潮)도 이런 부정적 영향 때문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아무튼 공모교장제가 안정적으로 정착(定着)되기 위해선 전·현직 관리자의 엄정(嚴正)한 중립과 업무관리가 최우선이다.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시행 과정에서 나타났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완해야할 중요한 시점(時點)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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