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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합기도대회서 상 탄 청년들...

생활체육 합기도대회에서 우승한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들

  • 입력 2014.09.05 21:01
  • 수정 2014.09.09 09:01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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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리랑카에서 온 라산타(왼쪽)와 다리누가 심보민 관장이 운영하는 합기도 도장 숙신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합기도를 배우기 전에는 아침에 일어날 때 어깨가 결리고 몸도 찌뿌듯해서 힘들었는데 합기도를 시작한 후로는 거뜬히 일어납니다. 관장님이 합기도를 가르쳐주면서 뭉친 근육도 풀어주거든요."

지난 8월 30일 여수시 생활체육협회주최 합기도대회 호신술분야에서 우승을 한 라산타의 얘기다. 합기도대회에는 다리누도 참가해 발차기 분야에서 우승했다. 둘은 스리랑카에서 한국에 돈 벌러 온 노동자들이다. 한국에 온 지 15개월쯤 된 그들은 제법 한국말을 잘한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버스 운전을 하다 한국에 온 라산타(26)는 "여수에는 스리랑카에서 돈 벌러 온 친구들이 100여 명 정도 있어 외롭지는 않다"고 말했다. "고향이 여수와 같은 해변이라 바다 환경에 익숙하다"는 다리누(20)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다가 한국에 왔단다.

모두 한국어시험을 보고 어려운 과정을 통과 해 한국에서 일하게 됐다. 하지만 새벽 4시부터 바다에 나가 오후 7시까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한 가지 일이 끝나면 또 하나가 생기고, 또 한 가지 일을 마치면 또 다른 일이 생겨 너무 힘들어요."

이들을 무료로 지도해 주는 합기도 사범은 심보민 관장으로 여수시 국동에서 합기도 도장인 숙신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오전에만 여수이주민센터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수련생 대부분이 학생이어서 오전 학교에 다녀 수업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이주민센터에서 하는 일은 센터를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안내하고 상담한다.

"센터에 있는데 어느 날 숙소를 둘러보니까 두 명의 스리랑카인들이 놀고 있는 거에요. 왜 여기서 놀고 있느냐고 묻자 일이 없어서 이곳에서 쉬고 있다고 해서 합기도장에 가서 합기도를 배우자고 하니 순순히 따라왔어요."

그들이 심보민 관장에게 합기도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한 달 전이다. 한 달 밖에 안 된 선수가 어떻게 상을 탈 수 있는지 궁금해 이유를 물었다.

내용인즉, 운동 신경이 좋은 다리누는 한국에 오기 전에 1년 반 정도 가라데를 배웠다. 반면에, 라산테는 처음 배우지만 열의가 대단하다고 했다. 배움에 열성적인 그들은 일반인이 몇 개월 걸려 배울 걸 한 달 만에 배웠다.

▲ 여수시 생활체육 합기도대회에서 우승한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들이 메달과 상장을 들고 있다. 왼쪽은 호신술분야에 출전한 라산타, 가운데는 이들을 무료로 지도해주는 합기도 관장 심보민. 마지막은 발차기분야에 출전한 다리누

다리누가 출전한 분야는 발차기 분야다. 그가 발을 올리면 사람 머리 위까지 올라간다. "스리랑카에는 합기도는 없고 가라데가 일반화 됐다"는 다리누가 가라데와 합기도의 차이를 설명했다.

"가라데는 힘으로 하는데 합기도는 테크닉으로 합니다. 가라데는 킥이 간단한 반면에 합기도는 복잡해요."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그들이 심보민 관장을 향해 한 말이다.

"관장님이 무료로 합기도를 가르쳐주셔서 고마워요. 우리는 돈이 없거든요."

이들을 무료로 지도해주는 심보민 관장의 말이다.

"생활체육이라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이 참가하도록 기회를 제공했어요. 여수에 거주하는 외국인한테도 기회를 제공해주니까 관중들의 호응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수련과 시합을 하면서 한국인들과 어울리며 서로를 이해하고 친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땀 흘리며 우의를 다지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이들의 몸짓이 조그마한 외교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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