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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드림' 꿈꾸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추석

여수 외국인노동자와 함께하는 추석 한마당 파티

  • 입력 2014.09.10 19:33
  • 수정 2014.09.11 09:47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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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날 행사장에 모인 모든 외국인노동자에게 쾌적한 방과 음식을 무료로 제공한 문서현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추석날인 8일 저녁 6시, 여수시 관문동에 있는 여수여행자센터에는 여수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 50여명이 모여들었다. 여수이주민 센터(이사장 한정우)가 주관하고 여수하람, 진남라이온스클럽이 후원하는 '여수 외국인노동자와 함께하는 추석 한마당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여수여행자센터는 예전에 샹보르호텔이었다. 여수박람회가 끝난 후 손님유치에 어려움을 겪자 현 운영자인 문서현씨가 여수여행자센터로 개명해 5만원선의 저렴한 가족호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여수에는 세계박람회를 계기로 호텔과 고가의 숙박시설은 많으나 대학생과 가족을 위한 중·저가의 숙박시설이 부족했다. 문서현씨가 호텔을 가족호텔과 게스트하우스로 전용한 것은 이 같은 수요에 맞춘 전략이다.

▲ 여수여행자센터로 개명하기 전에는 샹보르호텔이었다. 호텔을 여행자센터로 바꿔 숙박시설을 제공하니 모든 시설이 뛰어나다. 게스트하우스로는 훌륭한 시설을 갖춘 셈이다
▲ 호텔이었기 때문에 내부시설이 뛰어나고 쾌적한 여수여행자센터 모습.

여수여행자센터에는 5~7만 원선의 객실 35개와 5만 원하는 전용게스트하우스 7실을 갖춰 최대 200명까지 수용가능하다. 이용객들에게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1천원에, 조식으로는 토스트와 계란, 우유, 커피까지 포함해 1천원에 제공한다. 컴퓨터, 팩스, 프린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모든 객실에서 와이파이가 가능하고, 40명이 이용 가능한 세미나실도 갖추고 있어 여수를 찾는 여행객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받고 있다.

여수관광해설사를 거친 문서현씨는 여수와 인근지역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더할 나위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기간에 코레일과 협약을 맺어 여행하는 '내일로!' 대학생들은 1만원에 이용할 수 있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최고의 숙박시설 중 하나랄 수 있다.

여수여행자센터는 관광객들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아니다. 지역민과 동호인들이 모임이나 회의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다문화결혼이주민 또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글 교육 및 무료 상담도 해주고 있다. 또한 한국문화체험의 일환으로 화장품만들기, 케이크 만들기, 문화탐방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의 행사는 여수여행자 센터가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중 하나다.

여수에는 3200명의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다

여수는 국가산업단지가 있고 수산업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이주노동자의 숫자가 많은 지역이다. 여수에 거주하는 3200명(2014. 5월. 통계연보제공) 외국인 국적자 중 2000명이 남자로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다.

추석날 여수여행자센터 모임에 참석한 이주민노동자의 국적은 스리랑카가 대부분이고 이어 네팔, 파키스탄의 순서다. 여수이주민센터가 이날의 행사를 마련한 것은 한국의 전통명절을 통해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안전한 한국생활 정착을 돕기 위해서다.

추석이라 일할 직원이 없기 때문에 문서현씨 전 가족이 행사를 위해 나섰다. 중학생인 두 아들과 함께 주방에서 땀 흘리는 남편 임경민씨를 만나 전 가족이 동원된 이유를 들었다.

▲ 여수여행자센터를 운영하는 문서현(맨 왼쪽)씨 전 가족이 나서 음식준비에 여념이 없다.
▲ 문서현씨는 여행자센터를 찾은 모든 외국인노동자들에게 푸짐한 음식을 무료로 제공했다.

"추석이라 직원도 없고 해서 아이들까지 모두 동원되어 상 차리는 데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추석연휴라 놀고 싶을 텐데 아이들도 기꺼이 따라 나섰습니다"

파키스탄에 있는 고향이 너무나 위험해 돌아갈 수 없어요

음식이 놓여있는 테이블 앞에는 여수이주민센터에서 몇 번 만났던 서양인 모습의 외국인노동자가 있었다. 마른체형의 파이잘(34)은 파키스탄의 페샤와르 지역에서 왔다. "한국인들은 추석에 고향을 찾는다"며 미혼인 그에게 휴가를 내 고향에 가고 싶지 않는지와 결혼하지 않은 사유를 물었다.

▲ 파키스탄 출신의 파이잘(맨 오른쪽)은 고향에 가고 싶어도 죽을까 겁나 지금은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고향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접경지대인 페샤와르이기 때문이다

"고향에 가기 힘들어요. 고향에 갔다 못 돌아올 수 있어요. 잘못하면 죽어요. 결혼은 한국에서 하고 싶어요. 왜 결혼하지 않았느냐고요?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어요 하하하. 한국에서 사는 게 만족스럽고 힘들지 않아요."

'죽을 수 있다"는 말에 깜짝 놀라 이유를 듣고 나서야 그의 말에 수긍이 갔다. 한국에 돈 벌러 와 냉동 공장에서 일한지 3년 반 됐다는 파이잘 고향은 파키스탄의 페샤와르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사이에 있는 국경도시다. 

고향에는 어머니와 5형제가 살고 있다. 국경도시라 전투가 계속되어 굉장히 위험한 도시이기 때문에 고향이 평화로워질 때 돌아갈 계획이다. 100만 명이 넘는 페샤와르 주민 중에서 한국에 운 좋게 들어온 사람은 7~8명 밖에 안 되고 여수에 고향사람은 하나도 없다. 한국에서 일하길 희망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동석했던 3명의 파키스탄 친구들 모두 3년 만에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스리랑카에서 택시 운전하면서 버는 돈보다 훨씬 더 많이 받아

한국에 온지 2년 된 프라딥은 냉동 공장에서 일한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3년 동안 택시운전하다 한국에 온 그에게 "한국생활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괜찮다"고 응답한 그가 스리랑카 사람들이 가장 크게 여기는 명절에 설명해줬다.

▲ 스리랑카에서온 프라딥(왼쪽)과 누완이 멋진 포즈를 취했다

스리랑카의 설날은 4월 15일이다. 두 번째로 크게 여기는 날은 석가탄신일이다. "한국에서 받는 돈이 스리랑카에서 택시운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받는다"는 그는 "한국음식은 무엇이든지, 심지어 김치도 괜찮다"고 했다.

동석했던 누완도 스리랑카에서 왔다. 여자 친구가 있어 2년 후에 돌아가면 결혼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서 돈 벌어 차도사고 집도 사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다.

인사를 마친 외국인노동자들이 밥을 거의 다 먹어갈 무렵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네팔출신 노동자들이다. 알킬은 5년간의 한국생활을 마치고 일시 귀국했다가 지난 7월 23일에 다시 한국에 왔다. 그가 한국에 근무하는 5년 동안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눈여겨봤던 사장님이 초청했기 때문이다. 그간 열심히 일해 번 돈을 투자해 카트만두에 멋진 집도 샀다.

네팔에서 온 머니(50)는 부인도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 온 지 20년째인 그는 한국에서 번 돈으로 카트만두에 집도 사고 1남 1녀인 자녀들 학비도 제공한다. 그에게 "한국이 좋아서 20년 동안이나 살고 있느냐?"고 물었다.

▲ 늦게 도착한 네팔출신 외국인노동자들이 즐겁게 담소하며 저녁을 먹고 있다.
▲ 한국에서 일한지 20년 됐다는 네팔 출신 외국인노동자 머니(남편)와 부인이포즈를 취해줬다. 한국에서 번 돈으로 카트만두에 집도 사고 대학생인 두 자녀의 학비도 제공했다. 아이들도 다 키웠으니 6개월 후에 영구 귀국할 예정이다.

"20년 전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금까지 살게 됐지만 한국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돈이 좋아서지요. 애들도 다 키웠으니 6개월 후에는 영원히 귀국할거에요"

이들은 저녁식사 후 윷놀이, 낱말 맞추기 게임, 띠 게임, 공기돌 릴레이 게임 등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인 9일에는 의료봉사와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이들은 추석연휴라 특별히 갈 곳도 할 일도 없는 자신들을 위해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해준 여수이주민센터와 문서현씨에게 "정말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각자의 일터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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