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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인 칼럼] 농촌체험학습 후後

정영희 여천초등학교장

  • 입력 2014.10.30 11:54
  • 기자명 여수넷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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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사랑 농(農)사랑’체험학습 현장이 한마디로 부실덩어리다. 농협중앙회전남지역본부와 도교육청 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청소년에게 농업·농촌의 가치 인식을 제고시키고자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에 허점이 드러났다.

업무협약에 따라 얼마나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지 어떤 교육적 효과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업무협약이 교육활동 측면에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득실 여부를 따져봐야 할 때다.

학생체험활동 차원에서 이뤄지는 모든 체험학습은 당연히 교육적이어야 한다. 교육적이라는 말은 학생 중심 활동 및 목적에 맞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선 마을별로 이뤄지는 체험활동 프로그램이 학생 수준에 맞는지, 체계적이며 교육적 가치가 있는지 등의 정기적인 점검과 평가가 이뤄져야한다. 그 결과 비계획적이고 형식적인 겉치레에 불과한 프로그램이라면 과감히 폐지해야한다.

얼마 전 우리학교 학생들이 농촌체험활동을 다녀왔다. 프로그램 내용을 보면 세 가지 주요활동이 계획되어 있었다. 체험활동에 참가했던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대답은 ‘재미없었다.’는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인솔한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사전답사를 하지 않은 학교 측 잘못은 알고 있었지만 체험학습 프로그램 자체가 무성의하여 시간 보내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이 짙었다. 그 이유를 묻는 학교에 돌아오는 대답은 그 정도면 잘 됐는데 웬 불평이냐는 투였고, 담당 선생님과 사전협의와 양해가 있었으니 별 문제가 없었다는 항변이었다.

이번 체험학습은 참가비와 지원비를 합쳐 개인당 2만 원, 현장까지 가는 데 필요한 버스비까지 포함하면 몇 백 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체험학습활동이다.

학생이 이동하고 활동 순서를 기다리는 데 따른 시간 비용까지 환산하면 투자비용에 비해 교육적 효과가 미미했기에 문제다. 만약에 원거리라면 비용은 크게 늘어날 텐데 이렇게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실망을 안고 돌아온다면 정말 낭패다.

교육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이 되려면 더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계획에도 없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안내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관계자 간 소통 부재로 착오가 생긴 사항이라면 수정하여 안내할 일이다.

학생의 체험학습활동을 지원한다는 관계자의 말만 믿고 프로그램 참여를 권장했다면 담당 부서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잘 할 것으로 믿고 내버려뒀다면 큰 오산이다.

‘식(食)사랑 농(農)사랑’체험학습은 농촌 특화프로그램을 널리 알려 마을 이미지를 고양하고, 아울러 수익 창출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자는 데 있다. 그런데 사전 철저한 준비 없이 의욕만 앞서 임기응변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허울만 그럴듯한 껍데기 프로그램이어선 안 된다. 농촌과 학교 간의 활발한 교육적 교류를 위해서 지금이라도 농촌체험학습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반성이 있어야한다.

체험활동을 학생을 대상으로 한 돈벌이로 생각하는 비교육적인 일은 막아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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