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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솜사탕>부르다 엉엉... 긴장해도 괜찮아

아이들의 재롱 잔치... 모두가 주인공인 무대였으면

  • 입력 2014.11.11 17:27
  • 수정 2014.11.11 17:30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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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여수종고초 본관에서 열린 2014년도 학예발표회에서 정운찬.강나루 선생님이 지도한 난타 '종고의 울림소리'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푸르고 높은 하늘이 마음까지 물들이는 가을은 감사와 사랑으로 익어가는 계절이다.

지난 7일 아들의 학예발표회를 찾았다. 들꽃처럼 곱고 맑은 심성을 가진 아이들이 그 동안 가꾸어온 재능과 끼를 선보이는 날이다. 벌써 아들이 전학을 온 지 2년이 지나고 있다. 처음 전학왔을 때 전교생 40여 명이었던 숫자가 지금은 150여 명으로 불어났다.

그 이유는 여수 엑스포 숙소로 사용하던 아파트 분양이 거의 마무리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로소 학교가 활력을 찾는 중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수영 학교운영위원은 "학교가 많이 커졌어요, 처음 왔을 때만해도 다시 전학 보내려 했거든요. 지금은 학교가 많이 자리를 잡았어요. 내년에는 좀 더 많은 학생이 들어올 것 같아요"라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아이들의 2014 학예회...'끼 폭발'

▲ 7일 여수종고초 본관에서 2014년도 학예발표회가 열렸다. 2년마다 열리는 학예회에 많은 학부형들이 참가했다.

이곳 여수 종고 초등학교 학예회는 운동회와 맞물려 2년마다 한 번씩 한다. 이구동성으로 이번 학예 발표회는 2년 전보다 성황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승철 교장 선생님은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를 만들겠다"면서 "마래산의 정기를 가득 담은 우리 어린이들이 '마래의 꿈'을 오대양 6대주로 가득 펼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꿈꾸며 사랑하며 나의 꿈을 키워가는 여수종고초등학교'라는 슬로건을 내건 학예 발표회 아침, 아들은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오늘 학교에 올 거죠? 멋지게 하고 와 꼭..."

사실 이날은 야간 근무 후 퇴근해야 했던 터라 갈까 말까 망설였다. 하지만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내와 함께 학교로 향했다. 약 30분이 늦게 도착했더니 강당엔 이미 많은 학부모로 가득 찼다. 재롱잔치가 한창이었다.

아이들이 준비한 학예발표회는 총 21가지 프로그램으로 꾸려졌다. 아이들의 발랄한 재롱잔치로 피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유치원부터 6학년 언니, 오빠들이 준비한 작품에 쏙 빠진 학부모님들. 공연이 끝날 때마다 우렁찬 박수가 터졌다. 공연을 보면서 고생했을 아이들과 선생님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준비한 작품마다 거침없는 끼가 가득했다. 요즘 아이들은 어쩜 이렇게 발랄한지....

댄스부터 기타 연주, 연극, 동물 복장을 입고 춤추는 아이들, 판소리, 난타 공연 등은 어른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3~6학년까지 아이들의 소금 연주 '홀로 아리랑'은 숙연함마저 느껴졌다. 돌발 사태도 발생했다.

유치원생의 경연인 <달콤한 솜사탕> 공연 중에 벌어졌다. 솜사탕을 들고 예쁜 표정으로 노래 부르던 한 아이가 공연 도중 무대에서 끝날 때까지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많은 관중에 놀란 무대 공포 탓이었을까? 허나 부모님들은 "아이구 어쩠그나" 하며 재밌다고 안달이다. 이를 지켜보던 교장선생님이 무대로 올라 다독이는 모습은 참 '리얼리티' 했다.

학예회 내내 시무룩한 아이들도 있어

▲ 유치원생의 경연인 '달콤한 솜사탕' 공연중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솜사탕을 들고 예쁜 표정으로 노래 부르던 한 아이가 공연도중 엉엉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6학년, 아들 반의 연극이 시작됐다. 제목이 <TV동화 행복한 세상>이다. 내용은 평범한 가정에서 불치병에 걸린 한 아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 지하철에서 연필을 팔며 병이 낫기까지 과정을 그린 한 가정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온 가족의 정성으로 아이의 병이 낳는 해피엔딩 이야기였다. 극 중 "주위의 기도가 소망을 이루어 준다"며 관중들에게 기도를 부탁하자 실제 기도를 하는 부모님들의 모습도 보였다.

언제 나올까 기다리던 아들이 드디어 등장했다. 하지만 아들의 배역은 세탁소 간판임을 알리는 피켓을 드는 것이 전부였다. 딸랑 간판만 높이 치켜든 아들의 배역은 짧았다. 막이 끝나고 단체로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는 동안 아들의 표정은 내내 시무룩했다. 막이 끝나자 아들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황급히 복도를 빠져 나갔다.

이후 몇차례 기다려 아들반 6학년은 리코더 합주와 오카리나 연주로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외 두 곡을 연주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 몇몇은 4번 이상 무대에 올랐다. 물론 아들의 소심한 성격 탓도 있겠지만 아들에게 충분한 끼를 찾아주지 못해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이어 공연이 펼쳐졌다. 이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3학년 한정옥 선생님이 지도하신 '신춘향전' 단막극이다. 3학년이지만 모두들 화려한 의상이 돋보였다. 춘향과 이몽룡이 주인이지만, 그들에게 편중되지 않고 역에 상관없이 모두가 주인공 노릇을 한 방자 향단이, 월매, 사또, 그리고 기생 역 등을 잘 소화해낸 아이들은 큰 박수를 받았다. 재미와 흥미 그리고 각자의 끼를 발산한 단연 최고의 무대였다.

▲ 6학년 공연인 ‘TV동화 행복한 세상’ 연극에서 세탁소 간판 피켓을 높이 치켜든 아들의 모습.

인간은 속물인가 보다. 내가 있어야 이 세상이 존재하듯 내 아이가 못하면 부아나고 잘하면 입이 귀에 걸리는 것이 한결같은 학부모의 마음이다. 아내는 같은 반 학부형들이 아이 사진을 찍느라 이곳 저곳을 다니며 입이 귀에 걸렸는데 우리 아들은 사진 한 장 못 찍었다며 투덜댔다. 실망이 컸나보다.

행사가 끝난 뒤 이승철 교장 선생님의 강평이 기억난다.

"오늘 입동입니다, 입동은 겨울로 들어가는 절기인데 이때쯤이면 김치를 담그느라 바쁜 때지만 김치를 제쳐놓고 이렇게 학교에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학예회 때 지도 교사와 예술 강사 등 선생님들로부터 다양한 작품을 준비했는데... 저는 98점을 주고 싶은데 우리 엄마, 아빠들은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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