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지역의 자원과 문화, 역사, 예술이 담겨 있는 관광만들어야"

[관광여수 그 이름으로 – 4] 여수 ‘갯가길’ 만든 김경호 교수 인터뷰

  • 입력 2014.11.19 13:05
  • 수정 2017.03.21 03:42
  • 기자명 황주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등대와 바다

"여수는 빼어난 자연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음식문화도 있습니다. 이런 구슬들을 잘 꿰어야 합니다. 임란의 역사적 자원들을 관광자원화 하고 여순사건의 아픔을 승화시켜 '다크투어리즘'에 신경 써야 합니다" (여수갯가 김경호 이사장)

요즘 많은 사람들이 걷습니다.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서 걷기도 하고 아름다운 경치를 천천히 맛볼 생각으로 길을 나섭니다. 올레길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얻더니 급기야 제주도를 대표하는 관광 상품이 됐습니다. 많은 지자체들이 걷기 좋은 길을 조성하느라 바쁩니다.

여수에 아름다운 갯가길이 있습니다. 여수시에서 작정하고 낸 길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십시일반 호주머니 털어 만들었습니다. 길은 친환경자재를 썼습니다. 갯가길 만든 사람들은 바닷가와 산길을 다듬으면서 마을 사람들과 소통의 장도 마련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길이 자그마치 40Km가 넘습니다.

'여수 갯가길'은 돌산을 한 바퀴 돕니다. 구불구불 휘어진 바닷가에 길을 내다보니 참 많이도 길어 졌습니다. 갯가길 만든 사람들은 이 길을 더 늘려서 나비처럼 생긴 여수반도를 한 바퀴 휘감아 돌 계획입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만든 길, 아름다운 길을 개척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요?

김경호 사단법인 '여수갯가' 이사장을 만났습니다. 그에게 갯가길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길을 내면서 벌에도 쏘이고 풀독도 올랐습니다. 그에게서 갯가길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또, 여수 관광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좋을지도 물었습니다. 다음은 지난 18일 전자우편을 통해 그와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 풀베기

낚싯배 타고 돌산 돌며 몸으로 배웠던 것이 갯가길 구상의 원천

- "갯가길이 뜨고 있습니다. 갯가길은 몇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고 그 길이는 얼마나 됩니까? 갯가길 현황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갯가길이 뜨고 있다'는 말은 과찬입니다. 많이 부족하고 해야 할 일이 태산입니다. '여수 갯가길'은 옛 어른들이 굴, 조개 등 해산물 채취하는 '갯것'하러 다니던 길을 복원해 만든 길입니다. 11월 현재 3개의 코스에 약 48km 정도 길이의 길이 개장되어 있습니다"

"12월 6일(토) 방죽포 해수욕장에서 시작해 향일암이 있는 임포마을에서 끝나는 약 8km 정도 길이의 3코스를 개장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계획하고 있는 갯가길 전체 코스는 섬과 여수반도 해안선을 따라 걷는 25개 코스에 약 400km 정도가 됩니다. 약 7-8년이 소요되는 프로젝트입니다"

- "여수 갯가길을 만들게 된 동기가 있다면"

"처음 갯가길을 구상하게 된 시점은 제주 올레길이 막 뜨던 5년여 전 쯤 입니다. 여수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잘 보전되어 있는 갯벌 생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곳입니다. 무엇보다도 갯가를 중심으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있는 곳입니다"

"시민들이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 힐링하고 관광객들이 갯가길 걸으러 여수를 찾는 길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갯가길을 만들었습니다. 어릴 적 작은 낚싯배를 타고 돌산, 남면 등을 누비면서 여수를 몸으로 배웠던 것이 갯가길을 구상하게 하게 된 원천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제주 올레길을 벤치마킹 했고요"

갯가길은 투박한 길, 갯것 다니던 '갯가 길 의미'를 살리려 노력했다.

- "갯가길이 열린 뒤 사람들은 다양한 생각을 할 텐데요. 예컨대, 갯가길을 만들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원하

▲ 파란거북

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여수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이 갯가길을 바라보는 느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자연환경이 없는 인간의 삶은 황폐화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또, 자연은 우리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후세에도 물려줘야 할 자산입니다. 그러나 자연환경을 지속가능하게 활용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도 보전만 요구하지 않습니다. 전국에 데크목이나 인공구조물들로 채워진 많은 길들이 있죠. 여수 갯가길은 한 사람이 걸을 정도의 비좁고 투박한 거친 길입니다. 옛날 갯것 하러 다니던 '갯가 길의 의미'를 살리려 노력했습니다. 때문인지 갯가길을 찾는 분들은 '갯가길이 인공적이지 않아서 좋다'고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 "여수 갯가길은 바다 가장자리를 걷는 길이 많습니다. 길을 걷는 사람들 안전에 꽤 신경이 쓰였으리라 생각됩니다. 갯가길은 안전한가요"

"갯가길을 만들면서 갯가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습니다. 갯가길은 수 십 미터 달하는 높은 비렁이 있습니다. 거친 바위와 바위 사이를 걸어야 합니다. 인공구조물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를 살리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안전에 대해 염려를 하게 됩니다"

"안전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위험한 곳은 길을 우회하기도 했죠. 안전을 위해 밧줄을 설치했고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생태매트도 깔았습니다. 하지만 갯가꾼들의 안전은 갯가꾼들이 더 신경 써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람들과 동행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 비렁

여순사건의 아픔 승화시켜 '다크투어리즘'에도 신경 써야

- "현재까지 여수 갯가길을 걸어 본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작년 10월 26일 1코스를 개장한 뒤로 주말에는 1천여 명에 달하는 외부 관광객과 시민들이 갯가길을 찾아서 힐링했습니다. 전체 방문자수를 정확하게 통계내지는 않고 있지만 지난 1년 동안 저희들이 예상했던 것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갯가길을 찾은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추운 겨울 산 등반보다는 바다를 보면서 따뜻하게 걸을 수 있는 갯가길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갯가길을 걷고 난 뒤 굴 구이 등 '여수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갯가길을 찾게 되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다음달 3코스가 개장되면 더 많은 탐방객이 갯가길을 찾겠죠"

- "김 이사장님은 궁극적으로 갯가길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합니까"

"갯가길 찾는 사람들이 힐링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가 얻고자 하는 최종 목표죠. 사람들이 즐겨 찾고 힐링하며 여수 관광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자원봉사와 재능기부로 갯가길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같은 기대와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갯가길 걷기를 통해 갯가꾼들이 힐링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여수관광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 "여수 갯가길도 좋은 관광 상품이 될 테데요. 여수 관광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습니까"

"지역의 문화와 예술이 접목된 콘텐츠가 있는 관광이 되었으면 합니다. 문화와 예술은 관광의 경쟁력을 높여줍니다. 인프라는 어느 정도 구축 되어 있습니다. 이제 문화와 예술을 덧입히는 작업을 해야죠. 또, 관광 트렌드를 잘 읽어야 합니다. 보는 관광에서 체험하는 관광으로 바뀐 지 오래됐죠"

"스포츠가 접목된 관광도 블루오션입니다. 아이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면 부모들도 함께 좋아합니다. 관광 만족도가 높으면 재방문율도 높습니다. 특히, '즐길 거리'와 '볼거리' 그리고 '먹을거리'가 복합된 관광이 되어야 합니다"

"여수는 빼어난 자연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음식문화도 있습니다. 이런 구슬들을 잘 꿰어야 합니다. 임란의 역사적 자원들을 관광자원화 하고 여순사건의 아픔을 승화시켜 '다크투어리즘'에 신경 써야 합니다"

- “앞으로 계획하신 일이 있다면"

"계획한 갯가길 25개 코스 400km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완성하는데 7년, 8년 정도 걸립니다. 갯가길 이외에 여수특산품의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제 본업이 교수니까 지역의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