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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질 뻔한 내고향... 다시 일어섰습니다

동고지 명품마을, 누구나 '힐링'할 수 있는 명소됐으면

  • 입력 2014.11.21 12:29
  • 수정 2014.11.21 15:32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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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고지명품마을 주민어울림 한마당행사에서 남도 곁꾼들이 멧굿과 함께 안전한 명품마을 조성을 위한 마당밟이 12마당놀이와 안전기원제를 열고 있다.

세월은 유수 같다. 내가 벌써 고향을 떠나 산 지도 27년이 흘렀으니. 고등학교 때 섬에서 유학을 나오면서부터다. 그래서일까? 고향은 늘 유년 시절의 추억에 멈춰 있는 것 같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이 다 함께 했던 그 시간들 말이다.

귀신 나올 것 같던 우리 동네... 반전의 기회를 맞다

언제부턴가 고향엔 쓸쓸함이 깊어갔다. 동네 어르신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젊은 사람은 도시로 떠났고, 몇 집 걸러 빈집엔 풀이 우거졌다. 또 축대가 무너져 내렸다. 마치 금방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마을로 변해갔다. 하지만 우리 동네는 양호한 편이었다. 이웃 마을은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아 한동네가 아예 사라진 곳도 있으니 말이다. 그곳을 보면서 고향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들었다.

그러나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 것 같다.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2009년부터 국립공원에서 명품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우리 마을은 올해 제11호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지정한 것이다. 바로 '동고지 명품마을'이 그것.

지난 16일 고향에서 명품마을 기공식이 열렸다. 아침 일찍 첫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 동고지 명품마을 주민 어울림 한마당행사도 펼쳐졌다. 마을이 생기고 근래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처음이다. 마치 '마을의 귀한'이랄까.

▲ 동고지요리경진대회에서 주민들이 특산품을로 만든 음식, 이같은 요리는 동고지명품마을에 조성될 마을공동식당(어가식당) 메뉴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날 남도 곁꾼에서 울린 멧굿과 함께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됐다. 안전한 명품마을 조성을 위한 마당밟기 열두 마당놀이와 안전 기원제가 열렸다. 마을 주민들은 정성껏 차린 제사상에 안전 기원제를 올렸다. 이어 열린 요리 경진 대회에서 주민들은 음식 솜씨를 선보였다. 이번 요리 경진대회를 통해 수상한 작품은 동고지 명품마을에 조성될 마을 공동식당(어가 식당) 메뉴로 활용할 예정이다.

향토 음식 전문가인 김진수 심사위원장은 요리 품평회를 통해 "남도의 옛것을 재연하면서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내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관광객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진짜 올 사람, 오고 싶은 사람만 오게 하는 명품마을이 되어야 한다. '작고 알차게'가 동고지 명품마을의 슬로건이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섬이 생긴 이래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묶인 이곳은 그동안 국립공원법 규제에 묶여 개발이 제한됐다. 이후 2010년 타당성 조사를 통해 국립공원 기준을 새롭게 정비했다. 이곳 대부분의 섬마을은 지금껏 받아온 규제 탓에 국립공원에서 빠졌지만 동고지 마을은 유일하게 국립공원 존치마을로 남았다. 명품마을 유치에 성공한 첫 번째 이유다.

안도 동고지 마을은 한때 150가구가 넘었던 적도 있었다. 이후 점차 그 수는 쪼그라들었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 고향 사람의 섬 탈출이 이어졌다. 현재 남아 있는 주민은 7가구가 전부다. 한때 마을이 없어진다는 말도 떠돌았다.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11년 전 낙향한 김성수씨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명품마을 김성수 위원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 동고지명품마을 김성수 추진위원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그는 11년 전 고향에 내려오니 구루마도 끌고 갈 도로도 없을 정도로 정말 낙후되고 초라한 마을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서울에서 사업하다 피할 데가 없으니 고향에 내려왔다는 소릴 들었다고 털어놨다.

"11년 전 내가 고향에 내려왔을 때 어머니, 아버지들이 구루마(리어카)도 끌고 갈 도로도 없을 정도로 낙후되고 초라했습니다. 많은 분이 저놈이 서울에서 사업하다 피할 데가 없으니 고향에 내려왔다고 다른 동네에서 오해를 많이 했죠."

그는 마을을 하나둘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일어난 특종은 SNS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또 해마다 여름이면 많은 사람을 초대해 마을에서 공연을 했다.

동고지의 화려한 자연경관이 알려지면서 작년에는 동고지마을이 <아빠 어디가>세트장이 되어 3회 연속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연예인 가족이 1박 2일 머물던 다섯 집을 보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후 없어질 것 같던 고향은 이렇게 빛을 발하며 명품마을 조성까지, '제2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동고지 명품마을... 어떤 곳이길래

▲ 동고지명품마을 기공식 안전기원제를 모시고 활짝웃는 동고지명품마을 주민들의 모습

최초 명품마을이 알려진 것은 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을 통해서다. 전라남도 진도에 있는 관매도는 방송이 나간 후 전국에 알려져 많은 사람이 관매도를 찾고 있다. 또 명품마을인 청산도 상사마을과 영산도도 많이 알려진 곳이다.

자연 생태를 겸비한 명품마을은 주민 스스로 참여하는 지속 가능형 국립공원이 야심 차게 조성 중인 사업의 하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추진 중인 명품마을은 2010년부터 1호인 관매도를 시작으로 11호인 동고지마을까지 11곳에 이른다. 국립공원 측은 2020년까지 50개의 마을조성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동고지 명품마을은 향후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여수시가 마을 공동체에 4년에 걸쳐 조성이 이뤄진다. 올해 민박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으로 곧 공사가 착수된다. 어가식당, 펜션, 마을회관, 등 기본적인 인프라도 구축된다. 또 마을소득 기반 조성 사업과 주민 복지 증진, 안도해변~동고지간 산책로를 개설하고 해돋이 전망대 조성 등의 사업은 공동 협력 방식으로 추진된다.

완도 국립공원관리공단 김종영 계장은 "국립공원에 있으면 규제를 많이 받는다고 오해를 한다. 하지만 일반 도서지역은 건폐율이나 용적률이 40%지만, 국립공원은 60%다"라면서 "오해를 깨트리기 위해 국립공원에서 마스터플랜을 짜서 최고의 환경을 갖춘 그림 같은 마을을 만들어 일반 관광 지역보다 차별화된 체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국립공원 심요한 금오도 분소장은 "동고지 명품마을은 국립공원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자연경관을 갖췄다"면서 "특히 주민들이 의지가 강했던 만큼 그동안 주민이 소외된 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절대 개인이 아닌 마을 전체를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라는 것을 잘 이해해야 마을 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지난 16일 여수시 남면 안도 동고지명품마을 기공식이 열렸다. 이날 '동고지명품마을 주민어울림 한마당'행사를 가진후 마을주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옛말에 수구초심이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고향이 없어진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내 고향은 지금 절망이 아닌 활력이 감돌고 있다. 내 어머니 역시 마을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소일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내 고향이 영원히 없어지지 않고 많은 사람이 '힐링'할 수 있는 마을이 되길 소원한다. 마지막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명품마을을 유치한 김성수 위원장님 그리고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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