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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고 설립, 여수에 보탬이 될까

이현종(부영여고 교사)

  • 입력 2014.11.23 14:48
  • 기자명 여수넷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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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6기 주철현 시장 취임 이후 여수에 사립외국어고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이 밀어붙이기식으로 급류를 타고 있다. 외국어고를 가려는 학생에게는 가까운 곳에 학교가 설립되니 좋은 일이다.

한쪽에서는 사립외국어고가 아니라 자립형사립고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둘의 차이는 별 의미가 없다. 모두 여수에 명문고를 만들겠다는 신념일 것이니까. 그런 신념이야 탓할 수 없지만 교육적인 고민을 하지 않은 채 일부 편향된 여론만을 내세워 밀어붙이는 모양새는 자칭 ‘시민시장’치고는 참으로 엉뚱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명문고타령부터 살펴보자. 교육 내면의 진실은 놔두고라도 세상에서 말하는 명문의 기준은 무엇인가? 세상의 기준은 서울의 명문대라고 일컫는 스카이의 합격자수를 가지고 명문과 비명문을 낙인찍는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서울대 합격자수만으로 명문을 가른다. 명문고 타령하는 사람들은 여수가 평준화되어서 명문대를 못 보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평준화이전에 지금보다 특별히 여수에서 명문대학에 많이 합격했는가? 그렇지도 않다.

평준화된 지금 여수에서 명문대에 합격한 수를 합계하면 결코 비평준화시절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더욱이 200~300명의 학생이 외부로 빠져 나간 현재의 상황에서 이 정도의 결실이면 대박이다.

어떤 사람은 순천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나, 순천은 인근 고흥, 구례, 곡성, 보성 등지에서 유학생들이 몰려드는 곳이고, 여수는 외부로 빠져나가는 곳이다.

다음에는 교육적 측면에서 살펴보자. 여수에 만일 외고를 세워 특혜를 준다면 다른 일반고들은 외면당하고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조그만 소도시인 여수에 하나의 명문고와 다수의 비명문고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피폐화된 다수의 일반고 학생들은 여수에서 사는 것이 결코 즐겁지 않을 것이다. 일부는 초등학교때부터 명문고에 합격하기 위해 사교육에 몰입할 것이겠지만, 다수는 어린 시절부터 좌절과 차별을 배울 것이다. 그건 아이들에게 잔인한 편가름이다. 예산지원도 차별을 심화한다.

200여명의 명문고생을 위하여 3,000여명에게 쏟는 예산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지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마땅히 약자에게 더 많이 지원하고 이끌어줘야 할 것을 강자에게 더 많이 지원해주어 더 강해지도록 하는 천박한 정글 자본주의는 평등하게 출발해야 할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떤이는 일반고생이 더 분발하여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같은 집단 내에서나 이루어지지 이미 분류되어 낙인찍어버린 뒤에는 힘들다는 것이 교육학자들의 연구 결과이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문제는 많다. 인구 30만의 소도시에서 명문고와 나머지학교로 분류되는 폐단은 여수교육의 피폐화로 머물지 않고, 10년 20년 지난 후에 명문고 출신과 비명문고 출신의 차별로 전개되어 시민 간의 갈등도 심각해질 것이다. 과거의 역사에서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지 않은가? 과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늘 어리석게 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사립외국어고가 성공할 가능성은 어떤가? 사립외국어고를 설립하여 여수에서 100여 명, 전남•광주에서 100여 명의 우수학생을 유치하겠다고 하였다. ‘글쎄요’이다. 어떤 사람은 ‘소가 자다 웃을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걸 따지기 위해 외국어고 설립목적부터 살펴보자. 교육적 이념으로 외국어고를 세우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 상대적으로 좋은 입시 결과를 얻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을 것같다. 물론 일부 외국어고나 자사고가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전국 30개가 넘는 외국어고 중에서 절반은 서울대합격 한두 명이거나 한 명도 없다. 여수에 외국어고를 세우면 어느 수준일까? 이는 어떤 학생들이 지원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수에서 최우수학생 200여 명이 모두 지원만 해주어도 꽤 괜찮을 것이다. 이들 중 인문계열을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 100여 명만 모두 지원해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여수에서 전남외고로 진학한 학생은 겨우 8명이다.

다른 학생들은 특목고, 자사고, 타지역 외고 등으로 진학하였다. 목포, 순천, 광양에서도 전남외고로 진학한 학생은 각각 10여 명 수준이다. 그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여수외국어고로 진학할 이유는 없다. 결국은 지금 여수지역 인문고로 진학하는 학생들 중에서 일부가 진학할 수밖에 없다.

그 밖에도 문제점은 많다. 대부분의 특목고나 자사고들이 그러듯이 외국어고 본래 목적은 외면하고 법도 원칙도 무시한 채 입시학원처럼 운영될 것이다. 그렇게 학교에서 편법과 탈법을 익혀 사회에 나간 사람들이 우리나라 엘리트층이다. 우리 나라의 미래를 맡길 젊은이들이 그렇게 길러진다면 우리 나라도 우리 여수도 희망이 없다.

지역인구 문제도 그렇다. 지역인구 감소가 마치 교육때문인 것처럼 호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 얼굴에 침뱉기일 따름이다. 콩심은 데 콩나고, 팥심은 데 팥난다고 하지 않던가? 순천에서 출퇴근하는 여수직장인들에게 물어볼 일이다. 고등학교교육 때문에 순천에서 살고 있는가?

물론 여러 이유 중에 고등학교교육도 한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알아본 바로는 고등학교교육이 주요 원인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바꾸어 말하면 외국어고 생긴다고 여수에 거주하거나, 여수에 이사 올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 이유를 옥신각신 다투는 것부터 여수인으로서 제 얼굴에 침뱉기일 것이니 그만 두자. 다만, 여수에서 행정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인구감소의 원인을 교육에 떠넘기지 말고 진실되게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요컨대, 여수에 외국어를 설립하는 것은 다수가 다니는 일반학교를 슬럼화시키고, 끝내는 여수시민을 명문고 출신과 비명문고 출신으로 분열시킬 것이며, 사교육을 확산시킬 것이다. 또한 교육적으로나 인구증가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학교란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 그리고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이 서로 섞여서 돕기도 하고 도움받기도 하면서 사회성을 터득하는 곳이어야 한다.

명문고를 설립해야한다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자신의 옆에 공부 못하는 친구, 가난한 친구 한 명 배려하지 못하고 특목고 타령하는 인간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들이 고위 공무원이 되고, 판검사가 되고, 의사가 된 들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울러 한 가지 더 마음써주기를 바라는 것이 있다. 교육문제는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을 신중히 듣는 데서부터 풀어가주라는 것이다. 교사들을 배제한 채 이런다 저런다 말들이 돌면, 그 말을 듣는 여수의 교사들은 무슨 의욕을 가지고 교단에 설까? 이렇게 무시당하며 여수에서 교육에 전념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들을 많은 교사들이 하게 된다면 여수 교육은 희망이 없어진다.

여수 교육은 분명 희망이 있다. 그러나 성급함에 벼모가지를 억지로 뽑아올리면 농사를 망치듯이 성과만을 내려는 정치적 판단이 교육을 망치기 십상이다. 신중히 생각하고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면 길이 보일 것이다. 더디더라도 가야할 길이 있고, 가서는 안 될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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