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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의 사랑, 그 후

정영희 <여천초등학교장>

  • 입력 2014.12.15 18:07
  • 기자명 여수넷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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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팍을 후비는 바람이다. 외투 깃을 높이 세워도 한기를 쫒기에는 형편없이 모자라다. 더하여 갯바람이라도 몰아치면 체감온도는 더 빙판이다. 다운차림으로 막아야 할 갯바람보다 더한 골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간다. 봄·가을, 풀꽃 도배의 대솔생태체험학습원이 마치 바람 뼈의 소굴처럼 미워서 몇 번이고 사납다. 밉다며 미운 털을 잘랐으니 솔가리만 수북하여 더 냉골이다.

골바람 들이닥친 날, 선지해장국 같은 소식을 접했다. 적어도 100일간은 팔을 제대로 걷어붙여야 한다는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되었다. 미래의 행복한 삶을 일구기 위해 스토리가 있는 우리학교 교육과정 운영 내용을 교육부가 평가하여 인증하고 칭찬한 셈이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골바람을 밀어낼 수 있도록 잉걸을 불어넣는 불쏘시개여서 더욱 좋다. 돼지껍데기에 막걸리라도 한잔 돌려야할 판이다.

학생들은 교육과정을 먹고 자란다. 학교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여 학생들의 행복한 삶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좋은 메뉴를 준비한다. 최적의 조리 과정을 거쳐 정성을 듬뿍 얹은 음식을 두레밥상에 차려놓고 둘러앉는다.

편식 습관이 고착된 학생들이 오손 도손 누구 도움 없이도 골고루 맛있게 먹는다. 즐겁게 함께 하여 행복한 밥상이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학교교육과정의 향기라고 한다면 학생들이 맛있게 먹도록 돕는 일을 수업의 맛과 멋이라고 하면 좋겠다. 그래, 학교의 꽃이라고 불러도 나무랄 사람 없다.

어느 누구도 사랑에 빠지면 헤어날 방법이 아득하다. 저급한 노랫말 같지만 나름대로 재음미하고, 재해석하면 짝사랑도 어떤 이에게는 너무 행복해서 즐거울 법도 하다. 그런 경험마저 없는 이에게 밥상부터 들이댄다면 음식을 맛있게 나눌 수 있을까? 100대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관한한 학교구성원 모두가 열정이었고 빛나는 소통이었으니 함께 기쁨을 누려야 한다. 이쯤해서 질펀하게 펼쳐진 설원을 마음껏 뒹굴어도 재밌겠다.

전어 속 며느리가 아니라 가출했던 백구(白狗)가 돌아왔다. 들개를 자처하며 잠행했던 백구가 삼년 만에 전화도 없이 귀가했으니 상서로운 빛이었을까? 영하에 교무실 앞 동백나무 연리지에는 주렁주렁 꽃이 붉다. 교직원 모두에게 감사해야겠다. 100대 멘토링을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와 주신 S, C, L교장선생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자처한 K장학사님, 주야장천 짜장면을 나르던 철가방아저씨께도 고마운 날이다.

Happy seven으로 꿈을 디자인하는 여천대솔숲이야기가 불멸의 전설이 되어 내내 행복하고 즐거운 학교로 이어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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