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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아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행복선생님 고종환

  • 입력 2015.01.12 14:24
  • 수정 2015.01.21 18:15
  • 기자명 여수넷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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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인 하은이는 사춘기로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몰랐습니다. 선생님은 자꾸 하은이 보고 너는 사춘기가 심하다라고 말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여러 해 동안 5학년을 맡아보아서 학생들의 사춘기가 4학년 말부터 시작하여 5학년때 절정을 이루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사춘기에 나타나는 학생들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대부분이 어린아이가 가지는 순수함이 사라집니다. 다시 말해서 선생님을 좋아하고 그 말씀을 잘 따르는 순종적인 아이에서 자기 주장을 내세우고 쉽게 흥분하고 화를 자주 내는 경향으로 바뀝니다.

우리반 하은이는 그런 면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유독 사춘기가 심한 학생이었습니다. 4학년 중반까지 하은이도 여느 아이들처럼 선생님을 좋아하고 수업태도도 바르고 학업성적도 우수했습니다.

그러나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하은이는 이전 하은이와 전혀 다른 학생이었습니다. 소위 모범생에서 문제아로 급변한 학생이었습니다. 이런 학생의 경우는 선생님에게나 부모님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게 만드는 학생입니다. 처음부터 말썽을 피우고 성격이 좋지 않았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심하게 돌변하기 때문에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실망감은 휠씬 크고 그동안에 교육방법으로는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어서 매우 난감하게 됩니다.

이때 필요한 상담이 바로 힐링 (healing) 상담입니다. 상담자 역할을 맡게 선생님과 부모님들은 절대 아이를 가르치려 해서는 안됩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설득하려고 해서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 학생을 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 노력, 학생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꼭 변화 시켜야한다 라는 목표를 저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힐링 상담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그냥 방치하고 내버려 두라는 것이 아닙니다. 간섭이나 명령, 지시 훈계와 전혀 다른 힐링의 방법입니다. 힐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바보가 아닌 것 같은데 꼭 바보같은 행동을 하네? 가 아닙니다. 바보가 맞습니다. 바보, 문제아, 상처 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눈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오래 오래 기다려 주는 것입니다.

아프니까, 피가 나니까, 꿰매고 째고 자르고 수술하는 치료가 아닙니다. 상처난 그대로를 바라봐 주고 따스한 마음으로 안아주고 격려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웃으면서 바른 길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학생이 스스로 못한다고, 틀렸다고 선생님이 핸들을 쥐고 흔드는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과 부모님은 단지 바른 길을 자세히 안내하고 제대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학생들을 배려해야합니다.

다시 우리반 하은이로 되돌아가서 살펴보면 하은이가 사춘기를 심하게 앓고 있는 것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하은이의 마음에 어렸을 때부터 쌓여진 상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은이는 특별히 아버지를 많이 닮았고 아버지에게 상처를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매우 권위적이고 아버지 자신의 상처를 자녀에게서 그대로 보상 받으려고 하였습니다.

자수성가를 한 아버지는 돈이 없어서 좋은 학교에 가지 못한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부정적인 자아상으로 하은이는 일등을 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어렸을 때부터 하은이에게 상처로 다가왔고 사춘기가 되어서는 그것이 밖으로 표출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은이는 예전에 모범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시험시간이 끝날 때까지 시험지를 내지 못하고 옆사람 시험을 보는 부정행위를 일삼고 나중에는 선생님 몰래 시험지 점수까지 고치는 범죄 행위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부정행위나 시험지를 고치는 행위로만 평가하고 치료하고 상담하려고만 한다면 하은이는 치유될 수 없습니다. 속은 썩고 있는데 단지 겉만 흰색으로 색칠하여 눈 가리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 힐링 상담 방법을 소개하면 첫째 선생님과 부모님은 학생의 행위를 보지 말고 학생 속에 있는 내면의 상처를 먼저 보라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자신의 처지와 환경이 다릅니다. 자라온 환경과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상황과 처지를 먼저 들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한 자세로 상담을 하게 되면 문제 학생이 절대 미워보이지 않습니다. 자녀를 대하는 부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 안하고 말 안듣고 게임에 빠져있으면 그 눈에 보이는 상황만 보고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아이에게는 절대로 힐링이 되지 않고 되려 분노만 쌓이게 됩니다.

상담하는 부모님과 선생님은 아이를 변화시키려는 욕심으로 행동수정만 가르치려 할 때 큰 상처만 남게 됩니다. 문제 행동이 발생했을 때 우선 부모님은 화를 다스리는 숨 고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말도 화가 난 상태로 말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을 읽습니다. 그래서 문제 상황시 먼저 아이에게 문제 상황을 자세히 써 보라고 저는 종이와 연필을 줍니다.

아이도 화가 나거나 억울해서 우울할 때 마음이 진정되는 것을 봅니다. 부모님은 아이가 적은 내용을 자세하게 물어봐 줍니다. 이때 아이가 적은 글은 대부분 자기 자신의 잘못이나 약점을 숨기거나 자기의 입장으로만 적을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만약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있다면 두 사람을 따로 따로 놓고 글을 쓰게 하여 꼼꼼하게 질문하여 전체적인 사건의 흐름을 잡아 선생님과 학생과 오해가 있었던 부분을 찾아내어 화해시키고 분명하게 잘못한 부분을 확인하여 학생에게 잘못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적으로 네가 양보해라, 참아라, 너는 형이니까 등등 아이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게 합니다. 자세하고 제대로 된 선생님의 판정, 그리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가지 더 학생에게 꼭 상담 전에 해 주어야할 말은 선생님도 너처럼 잘못하고 실수 한다는 것. 그리고 네가 어떤 잘못을 해도 나는 너를 절대로 미워하지 않는 다는 것. 네가 오늘 선생님과 상담하였지만 너는 또 다시 잘못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어야 합니다.

너에게 필요한 것은 잘못을 다시는 안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안하려고 노력하는 자세이고 또 잘못 하더라도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고 용서받는 것이라는 것을 말해 주어야 합니다. 선생님과 부모님은 언제든지 너를 받아주고 도와주겠다는 말을 해 주어야합니다.

우리반 하은이는 오늘도 문제를 일으키지만 하은이 얼굴은 밝고 학교생활이 즐겁습니다. 선생님에게 언제나 달려옵니다. 저는 멋진 호랑나비로 날개 짓 할 하은이를 확신합니다. 호랑나비가 되기를 바라며 하은이를 위해 저는 오늘도 기다려 주고 따뜻하게 손 잡아주고 가슴으로 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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