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신입생 적응프로그램을 운영(1.19~1.22) 중인 여수석유화학고등학교(교장 조영만)를 찾았다. 여수석유화학고등학교는 석유화학산업분야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마이스터고(특수목적고)로 인가받아 3년 전(2013.3.1.)에 개명했다.
지금은 거의 모든 학교가 방학 중이라 조용하기만 할텐데 예상과 달랐다. 현관에 들어서니 학생들이 분주히 돌아다니고 강의실에서는 강사들의 열띤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마이스터고라서일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학생들을 보니 재학생 명찰이 아닌 커다란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있었다. 그제야 이 학생들이 예비신입생이라는 걸 알았다.
마이스터를 키우기 위한 예비 담금질 훈련... 신입생 적응프로그램
3년전 조영만 교장이 부임하고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면서부터 학교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교를 방문하면 모든 학생들이 공손히 인사한다. 깍듯이 인사하는 학생들의 인사 습관을 보면 놀랍다. 몇 년 전까지 싸늘했던 지역민심도 달라졌다.
신입생들의 입학당시 성적이 이를 증명해 준다. 1기(현재 3학년) 신입생 입학 성적이 내신 27%, 2기(2학년) 23%, 3기(2015년 신입생) 22%가 이를 입증해 준다. 전에는 공부를 싫어했던 학생들이 진학하는 학교에서 중학교 성적이 나쁘면 입학원서를 쓸 생각마저 할 수 없는 학교가 됐다.
학교당국의 노력과 입소문이 나자 여수인근에서만 진학하던 패턴이 변했다. 올 신입생 103명 중 여수지역 출신이 47명이고 순천과 광주 등의 타지역 출신이 56명이나 된다. 인구유출로 고민하는 여수에 공헌했다고나 할까?
공모 교장으로 초빙된 조영만 교장은 여느 교장과는 다른 이력이 있다. 학교 인근에 있는 여수국가산업단지내에 소재한 LG화학에서 20여년을 근무한 후 여수시에서 운영하는 테크니션 스쿨 교장으로 근무하다 초빙교장으로 부임했다. 부임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한 첫날 더러운 화장실에 실망해 교직원들에게 첫 번째 한 말이다.
"화장실은 작은 것입니다. 하지만 작은 것도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이 회사에 들어가 큰일을 제대로 하겠습니까? 모두 힘을 합쳐 화장실 청소부터 철저히 하면서 의식개혁을 하도록 해봅시다"
조 교장은 일류 학교를 만드는 시작의 출발점으로 5S(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를 들었다. 또한 '효율 높고, 깨끗하고, 기분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해진 것을 올바르게 지키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5S'라고 정의했다.
내가 학교를 방문한 20일 오전 12시부터 13시까지는 예비신입생들이 직접 화장실을 청소한 후 깨끗해진 화장실에서 피자파티를 했다. 학생들은 화장실 구석구석을 손으로 깨끗이 닦은 후 물기를 제거하고 바닥에 앉아서 교장선생님과 함께 피자를 먹었다.
순천에서 온 예비 신입생 정현영양이 남학생들과 피자를 먹으며 소감을 말했다.
"제가 다니던 중학교 화장실은 화장지가 굴러다니고 냄새도 나 피자파티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에요. 깨끗하고 냄새도 안 나고 감동이에요."
조 교장의 개혁 중점은 인성교육이다. 양심'있고 '정직'한 학생을 길러내기 위해 마이스터고 최초로 '무감독시험'을 실시하여 화제가 되었고, 특색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는 전교생 감사일기 쓰기'를 통해 긍정적인 마인드 형성을 도모했다.
전교생 기숙사 생활과 함께 잉글리쉬 존(English zone) 설치 운영을 통한 실용 외국어 능력 향상을 꾀했고, '1인 1체 1예 4기'를 통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전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농구나 배구 기능을 갖춰야 하며 악기 하나는 다룰 줄 알고, 전공 관련 자격증 4개 이상을 반드시 취득하도록 했다. 여수석유화학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 반드시 수료해야하는 졸업인증 시스템 4가지 영역은 다음과 같다.
▲ 직업기초능력 20점(독서, 수학, 컴퓨터활용능력, 한자능력) ▲ 전문능력 35점(자격증 취득, 전문교과능력, 현장실무능력) ▲외국어능력 35점(토익스피킹 5급이상) ▲ 직업의식 20점(봉사활동, 그린마일리지- 교칙 엄수하기)
때마침 예비신입생들을 교육하기 위한 초청강사로 온 혁신사관학교 정광열 교장을 만났다. 그는 공고를 졸업했지만 대기업에 들어가 야간대학교를 다니며 박사학위를 획득했다. 정교장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체에서 580회의 특강을 실시해 9년간 84000명의 혁신인재를 배출했다. 다음은 그가 말하는 5대 성공요소다.
▲ 목표를 뚜렷이 하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식을 갖춰라. 특히 일에 대한 전문성과 변화의 지식 ▲열정을 가져라 ▲끈기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 ▲ 스피드 – 남보다 먼저, 더빨리
작은 것부터 시작해 많은 변화를 이룩한 여수석유학고등학교의 탈바꿈은 재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인근주민과 지역사회로부터도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