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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마을만들기, '마을만들기 10계명을 중심으로'

이무성 (광주대학교 산업기술경영학부 교수)

  • 입력 2015.03.04 11:20
  • 기자명 여수넷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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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토지(자연, 환경), 화폐는 시장경제에서 상품으로 결코 다루어져서는 아니된다. 이를 거래의 개념으로 상품화 되었을 경우엔 공동체로서 삶의 질은 파편화되어지기 때문이다. 기존 우리 전통 마을은 사람들의 정이 듬뿍 넘쳐 있는 삶의 현장이었다.

전국적으로 80,000개가 넘은 마을들이 이젠 거의 해체되고 이름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최근에 사회적경제의 중요한 축으로서 마을에 대한 관심들이 부쩍 늘어났다.

자치단체장의 적극적인 의지에 따라 울산, 광주 등 그리고 서울의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 마을 재생작업들에 대안 논의들이 한창이다. 마을의 해체를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켜보는 가운데에 이를 우직하게 현장에서 접목한 사람이 구자인님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실험들을 많이 진행하고 있는 홍성으로 거처를 옮겼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간곡한 요청으로 홍성에서 새로운 구상을 꾸리기 전까지 그는 전북 진안군에서 그의 마을만들기에 대한 전문성을 열정을 갖고 쏟아 부었다.

농업ㆍ농촌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마을개발 사업이 진안에서는 열심히 추진해오고 있다.

2001년부터 전국 지자체 최초로 내발적 발전론에 기초하여 상향식 마을개발사업인 으뜸마을가꾸기 사업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당시 임진수 군수는 진안YMCA이사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NGO활동가로서 역할 하였다.

10여년 넘게 일본에서 마을만들기 관련 학업을 마치고 이를 국내에 접목하고자 그 연계고리를 찾던 부산출신 구자인 박사를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한 담당자로 특별 채용하였다.

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일체의 권한을 구박사에게 부여하였다. 구자인 박사는 일본으로 유학 전에도 도시에서 공동체 회복을 위한 마을복원사업에 관심을 기울었다.

그러나 그는 도시에서는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마을 만들기의 구체적인 성과들이 남아있는 일본으로 마을만들기 체험유학을 떠났다. 귀국 후 몇 기업체에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업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를 거절하고 전북 진안군에 전격 결합하였다. 협치(Goverance)로서 시민정신이 투철한 마을만들기 전문가와 관으로서 기초지차제의 결합이 시작된 것이다.

18개 마을에서 으뜸마을 사업을 포함하여 녹색농촌체험마을(농림부), 농촌전통 테마마을(농촌진흥청), 산촌종합개발사업(산림청), 정보화마을(행정자치부)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고, 전체 행정리의 약 10%에서 이런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아마 전국에서 가장 높은 밀도를 차지할 것이다. 이후 마을개발사업이 활발한 곳에 귀농인 중심으로 마을간사를 배치하는 제도를 실시하였다.

마을 대표가 무보수 명예직이라 열심히 활동하면 할수록 자신의 생계 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차원이었다.

또 귀농자들이 농촌에 잘 정착하지 못하고 2-3년 지나면 도시로 되돌아가는 것이 농촌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찾지 못하고 일정한 수입이 없기 때문이라는 점에 착안하였다. 마을 주민도 좋고 귀농자도 도움이 되는 상생(相生)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농촌 마을이 풀뿌리 주민공동체로서 복원되고 경제적으로도 잘 살 수 있는 장소로 바뀌기 위해서는 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주민의 의식도 공무원의 자세도 더욱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민과 관의 협력시스템도 구축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농촌의 발전은 하루아침에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신이 선 자리에서 다른 지역의 경험을 비판적으로 습득하여 한걸음 한걸음 실천할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의 선진지 마을에서 나타난 시사점과 진안군의 실천 경험을 중심으로 농촌에서 마을 만들기를 실천할 때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열 가지를 성경의 십계명에 빗대어 그는 현장체험을 바탕으로 정리하여 이를 널리 공유하였다.

현재 공동사업을 추진 중인 마을의 지도자나 주민들에게 아주 유익한 일종의 지침서이다.

마을 발전의 길에 왕도(王道)는 없고, 정답도 없을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튼튼한 뿌리를 내리려는 사람들에게 마을 만들기 10계명은 여수 등 호남지역에서도 많은 시사점이 될 수 있어 일부 내용들 보완하여 소개해 본다.

계명1. 내 자신 스스로 잘 알기 (마을지도자의 철학 만들기)

지피지기(知皮知己)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내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 우리 마을이 잘 살 수 있다. 이런 반성에서 마을만들기는 출발해야 한다. 내가 자신 있는 것은 최대한 살리고, 모자란 점은 남에게서 빌리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자식과 손자들에게 존경받는 내가 되어야 그들도 이 마을에서 계속 살고 싶은 희망을 찾을 수 있으며 살기 좋은 마을도 된다. 지도자나 주민이나 자기 스스로를 잘 알고 자기 철학을 가지려 노력할 때 비로소 마을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계명2. 우리 마을 누구보다 잘 알기 (마을 자원 분석)

농촌 마을이 가진 가장 큰 재산은 누가 뭐라 해도 깨끗한 자연환경이다. 숨겨진 자원이 마을 구석구석에 너무나 많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마을경관은 너무나도 더럽혀져 있다. 마을의 얼굴이랄 수 있는 마을회관 앞을 보면 그 마을의 현재와 미래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가장 큰 재산도 소중하게 지키지 못한 채 마을발전을 논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제는 가장 오지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 되는 시대다. 가장 큰 단점이라 여겼던 것도 뒤집어 생각하면 가장 큰 보물이다. 자기 마을에 대해 열심히 연구하고 자랑거리를 많이 가지려 노력해야 한다.

계명3. 모임 일상적으로 자주 갖기 (마을 회의 조직)

세 살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고, 팔십 어르신도 지혜가 있다. 귀농자는 농사 재주가 별로라도 토박이 주민이 못 가진 또 다른 재주가 아주 많다. 남녀노소를 구분하기보다, 귀농자 토박이를 구분하기보다, 또 서로의 차이를 강조하기보다 공통분모에 주목하고 각자의 능력과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

마을회의는 이를 위한 훈련장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도 자주 만나 이야기 나누는 훈련과정에서 자라난다. 겨울철 농한기의 마을회관은 토론장이 되어야 한다. 마을회의가 일상적으로 잘 열리는 마을일수록 마을발전의 체계는 잘 잡힌다.

계명4. 가까이에서 비싼 소득원 찾기 (경제작목 발굴)

전체가 발전하지 않으면 개인도 발전하기 힘든 게 농촌이란 사회다. 마을의 공동소득원을 너무 멀리서 찾지 말자. 어디선가 성공한 것을 따라하려 하면 이미 늦었다 보면 된다. 경제작목이란 마을에서 가장 친숙한 것을 고급화한 것이다.

한 가지 작목이나 품목을 대규모로 하기 보다 작더라도 복합적으로 세련되게 만드는 치밀함이 더 중요하다. 이 시대는 경쟁이 너무 심해 돈 벌기가 정말 힘든 사회다. 생산보다 가공, 유통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도농교류 직거래로 도시의 고정팬 명부를 많이 확보해야 마을이 잘 산다.

계명5. 새로운 사람을 찾고 불러 모으기 (외부 인재 영입)

도시에는 귀향이나 귀농을 꿈꾸는 젊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선진지 마을의 지도자는 도시로 나갔다 고향에 다시 돌아온 경우가 많고, 그 주위에는 귀농한 도시 출신 젊은이가 몇 명씩 항상 있게 마련이다.

우리 마을에도 그런 인재가 찾아올 수 있는 계기와 활동공간을 마련하면 된다. 진안군의 마을간사 제도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빈 집과 땅을 소개하고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푸근한 인심만 있다면 반드시 사람이 찾아온다. 그들의 단점만 지적하기보다 장점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대접하면 마을에 새로운 길이 열린다.

계명6. 꼼꼼히 기록하고 정리하기 (철저한 기록관리)

준비하는 자에게는 기회가 반드시 오게 마련이다. 선진지 마을 리더의 책꽂이에는 온갖 자료들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다. TV, 신문, 관청 등의 자료를 수집하여 정리하고 마을 활동을 빠짐없이 기록해야 한다.

그런 근거도 없이 행정에 지원을 요청하면 거절당하기 십상이다. 말만 앞서는 마을지도자를 너무 많이 본다. 의지만 강조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자료는 전혀 없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도 동의하지 않고 합의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마을회계는 정기총회에서 반드시 보고되어야 한다. 회계 처리를 잘못하면 마을분란이 생기고 법정에 서야 하는 경우도 많다.

계명7. 5년 앞 내다보며 고생하기 (공동사업을 통한 협동훈련)

오늘의 고통과 땀은 내일의 결실을 보장한다. 누군가 마을을 발전시켜주길 기대하는 의타심이나 고생 없이 성과를 얻으려는 ‘도둑놈 심뽀’는 이제 버려야 한다. 마을 공동사업은 처음에는 힘들어도 이 과정을 슬기롭게 넘겨야 큰 사업도 가능하다.

준비되지 않은 마을에 정부 사업이 들어와 마을 망치는 사례가 너무 많다. 적어도 5년 앞을 내다보며 작은 공동사업으로 차근차근 협동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3년만 고생하면 절반은 성취된 셈이고, 나머지 절반은 저절로 이룩된다. 그 이후에 세울 수 있는 마을의 공동 전망은 최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원대할 수 있다.

계명8. 마을발전계획 손수 만들기 (입체적 마을종합계획 작성)

마을발전의 종합구상은 머리로만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도록 드러나야 한다. 그림으로 그려지고 글로 쓰이고, 또 지도 위에도 표현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런 거 잘 못해”하는 순간 마을 발전은 없다.

주민이 그려낼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마을발전도 가능하다. 꿈꾸는 만큼만 성취된다. 계획서를 세련되게 마무리 짓는 작업은 전문가에게 맡기더라도 최종 결정은 언제나 주민이 직접 해야 한다.

주민이 손수 만든 마을발전계획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 교수나 외부 컨설팅 업체에 끌려 다녀서는 뒷걸음치기 십상이다.

계명9.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자원 찾기 (연차별 실천계획 수립)

이제 돈이 없어서 마을 공동사업을 못한다는 생각은 절대 버려야 한다. 몰라서 못한다면, 그만큼 첫 발도 내딛지 못했다는 것이다. 녹색농촌체험마을과 같은 농촌지원 사업은 도처에 널려 있고, 주민이 열심히만 하면 정부예산은 그냥 따라 온다. 준비된 마을이 없기에 지원할 근거도 없는 셈이다.

의욕 있는 마을을 도와줄 외부 전문가도 아주 많다. 주민들이 단합하고 공동으로 추진하면 못할게 없다. 준비하고 노력하는 마을에는 도와주려는 힘도 모이게 마련이다. 올해 사업만 생각하지 말고 내년 이후 연차별로 마을을 발전시킬 실천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계명10. 선진지 경험에서 보고 배우기 (시행착오 벤치마킹)

소위 선진지라는 마을을 견학하며 벤치마킹하는 것은 마을발전의 지름길을 찾는 과정에 해당한다. 하지만 성공의 요인만을 보는 것은 동전의 한 면만 보는 셈이다. 성공의 결과만 보기보다 노력해온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의 시행착오의 경험에서 오히려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꼼꼼하게 물어보고 몇 번씩 살펴야 한다. 성공요인으로 설명하는 ‘지도자론’에 속아서도 안된다. 훌륭한 지도자는 훌륭한 주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선진지라는 마을도 알고 보면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런 마을이 있기에 우리 마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더욱 구체적이게 된다(구자인-진안군 마을 만들기 팀장 발제문 참조하여 재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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