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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무덤에서 생로병사의 아름다움을 보다

흐드러지게 피어 떨어진 동백꽃에서 삶을... 여수 은적사

  • 입력 2015.04.02 08:59
  • 기자명 여수넷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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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은적사 땅에 핀 동백꽃에서 생로병사의 아름다움을 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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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 시민기자]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꼽히는 꽃은 실제로는 나무의 생식기라지요. 그러니까 꽃은 향과 꿀을 머금고 바람, 곤충, 새 등을 유혹해 대를 이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입니다. 그 결과 씨를 맺게 되고, 새로운 싹이 돋아나는 게지요. 꽃이 아름답게 보이는 건 자신을 가장 돋보이게 하려는 최선의 노력 때문일 겁니다.

봄 향기 머금은 봄꽃들이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와중에도 겨울 꽃의 고고함을 홀로 뽐내는 꽃 중의 꽃이 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껏 피고 지고를 반복해온 동백은 요즘 흐드러지게 피고 있습니다. 동백꽃은 오동도, 거문도, 금오도, 돌산 향일암과 은적사 등 여수의 유명 관광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천년고찰 여수 돌산 은적사의 수줍은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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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돌산 은적사 일주문 근처의 소나무는 예술품입니다. 이곳에 서면 꼭 사진을 찍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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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은적사 극락전(대웅전) 양식은 특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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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은적사는 천년고찰답게 곳곳에 멋스러움이 가득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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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돌산 군내리 향교 뒷편의 '은적사'. 이곳의 동백꽃은 숨어 있는 절집답게 더욱 수줍습니다. 이름이 덜 알려진 은적사는 의외로 천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1199년(고려 명종 25년)에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세운 절집입니다. 그 후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졌다가 당시 수군이 시주하여 1656년과 1776년에 각각 다시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폐허가 되었다 복원되었습니다. 주요 전각으로는 대웅전, 관명루, 칠성각 등이 있으며, 주요 유물로는 후불탱화, 칠성탱화, 산신탱화 등이 있습니다. 천왕산 은적사 일주문 주위의 소나무는 멋진 자태로 절집을 찾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마침 관성스님께서 텃밭 거름을 준비 중입니다.

"스님, 안녕하세요. 주지스님 계세요?"
"전화 해보셨어요?"
"스님께서 전화 안 받으시던데."
"아프세요."
"많이 아프세요?"
"직접 보세요."

관성스님은 말을 섞으면서도 손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야외 텃밭에 줄 거름을 실어 나르는 일이 장난 아닙니다. 그나저나 종효스님께서 아프시다니 걱정이 앞섭니다. 수행과 운동에 열심이고, 또한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센 관계로 아플 거란 생각을 안했던 탓에 더욱 걱정입니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에서 등신불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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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은적사는 지금, 동백꽃 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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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은적사 수곽의 감로수를 머금은 동백꽃이 생의 마지막 정열을 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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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은적사 땅에서 다시 피어난 동백꽃은 수줍음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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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전(대웅전)으로 가는 길은 온통 동백꽃 잔치입니다. 앙증맞은 크기의 토종 동백꽃의 자태에 넋을 잃을 지경입니다. 동백꽃은 해마다 이맘때에 절정을 이룹니다. 동백꽃은 동백나무뿐 아니라 땅 위에도 피어납니다. 꽃잎이 한 잎 한 잎 떨어지지 않고, 통으로 떨어지기에 볼 수 있는 장관입니다.

대중들이 마시는 물을 담은 수곽(돌 허벅) 근처에도 물기를 머금은 동백꽃 등 동백 천지입니다. 청정(淸淨)을 의미하는 물은 부처님의 가르침, 즉 감로법을 상징합니다. 하여, 물기를 머금은 동백꽃의 붉은 색은 진하디 진한 핏빛으로 다가옵니다. 생의 마지막 정열이 이렇게 다하고 있습니다.

"스님, 많이 아프세요?"
"어제부터 힘을 쓸 수가 없네."
"그냥 그대로 누워 계세요."
"나이 먹었으니 이렇게 죽으려나봐."
"스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엄살은…. 편히 쉬세요."
"다음에 보드라고."

걸걸하시던 목소리까지 모기소리로 변했으니, 무상(無常)한 인생입니다. 스님 뵙고 돌아서는 길, 땅에 떨어진 동백꽃이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동백꽃무덤? 그렇습니다. 동백꽃무덤이 마치 온 몸을 불사른 등신불 같습니다. 자연의 이치, 생로병사(生老病死)에서 삶의 아름다움이 엿보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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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은적사 동백꽃은 정열의 화신입니다. 스님들의 수행 내공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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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은적사 동백꽃무덤은 마치 등신불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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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은적사 기와에 떨어져서도 사라지지 않는 동백꽃의 생명력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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